2013·2014년 공무집행방해에 실형…"전엔 엄격하더니" 법조계, 형평성 지적
  • ▲ 지난 3월 노동자대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 뒤로 경찰이 서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이종현 기자
    ▲ 지난 3월 노동자대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 뒤로 경찰이 서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이종현 기자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의 치아를 부러뜨리고 손목 인대를 손상시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폭력을 행사해 경찰관에게 중상을 입혀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석방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시각이다.

    특히 민주노총을 풀어준 판사가 과거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 '일반인'에겐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돼 법의 형평성을 재판부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오덕식 판사, 경찰 중상해 입힌 민주노총 영장 기각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오덕식(50·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나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조선업종 노조연대에서 차지하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의 범행 가담 정도, 피의자의 진술태도, 사건 현장 영상이 상세히 채증된 점 등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증거인멸·도주우려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결의대회’ 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일부 노조원은 현대중공업 사무소로 진입을 시도,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을 넘어 건물 입구에 있던 경찰을 끌어내기 위해 멱살을 잡거나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 19명이 부상을 입었고, 치아가 부러지거나 손목 인대가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은 경찰도 있었다.

    오 부장판사는 경찰관에게 중상을 입힌 민주노총 조합원을 풀어줬지만, 과거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반 시민'들에겐 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오덕식 판사, 과거엔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엄격'

    그가 춘전지법 부장판사로 일할 때인 2013년 4월 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방해등)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무상급식 촉구 기자회견 과정에서 춘천시의 퇴거 요청에 불응했다. 당시 오 부장판사는 “사소한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에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공무집행방해등)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선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경북 안동 출신의 오 부장판사는 한양대학교 법학과 졸업 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부산지법·인천남부지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비롯, 춘천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지난 2월 1일자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인사 발령을 받았다.
  • ▲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민노총 조합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정상윤 기자
    ▲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민노총 조합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정상윤 기자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긴 오 부장판사는 고(故)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기자에 관한 공판과, 상해·협박·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최종범(가수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씨의 공판을 진행 중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민주노총 조합원 나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이례적이며, 이전 사례에 비춰봤을 때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조계 "경찰 중상인데 기각?…형평성 잃은 판결" 비판

    서울 서초동 홍모 변호사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중형에 해당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령 얼마 전 유튜버 김상진씨의 경우에는 이후 구속적부심을 통해 나오긴 했지만 처음에는 구속하지 않았는가"라며 "이에 비하면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엄중한데 비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하면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모 변호사는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말하자면 민노총 조합원으로 인해 경찰의 이가 부러지고 중상을 입었는데, 이 자체만 보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수사가 제대로 안 돼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가능성도 있으나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구속영장 발부 사유"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철저히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판단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모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집행방해를 (법 판단에 있어) 좁게 해석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은 공무집행방해를 엄격하게 적용하니, 외국의 노동단체들은 우리의 민노총처럼 과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