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사보임' 팩스 허가에 강력 반발… 한국당 '국회법 위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의장실을 점거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의장실을 점거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끝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소속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하며 '공수처 설치'의 길을 터줬다. 이로써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공수처법 설치 등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게(신속처리안건 지정) 됐다. 한국당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으나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교일·김성원·정점식 한국당 의원 등은 25일 오후 1시쯤 헌법재판소에 한국당 114명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국회의장 권한쟁의 심판청구 및 오신환 국회의원 사·보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보임 당사자인 오신환 의원 역시 "문 의장은 날치기 결재로 의회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분개하며 사·보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교일 의원은 "오신환 의원에 대한 문희상 의장의 허가처분은 명백히 국회법 48조 6항을 위반한다"며 "이는 법률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자 무효처분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문 의장이나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모두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 위한, 민주당 2중대가 되기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 성폭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 성폭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박성원 기자
    문희상, '저혈당 쇼크'로 병상에서 사·보임 허가

    문희상 의장은 25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을 병상에서 결재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을 담은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4일 오신환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 견해를 표명했고,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내보내기 위해 사·보임계를 제출할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문 의장을 항의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설전 직후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명의의 사·보임 신청서는, 이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유승민 의원 등에 가로막혀 국회에 제출되지 못하다 '팩스'를 통해 접수됐다. 국회 의사국장이 문 의장이 입원 중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직접 가서 결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 불가능' 적시

    국회법 48조 6항에 따르면,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다만 질병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보임할 수 있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보임에 대한 권한남용 방지를 위해 2003년 국회법을 개정했고, 임시국회 중 사·보임이 원칙적 금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브리핑 도중 문희상 의장의 사·보임 승인 결재 소식을 접한 이 부의장은 "명예롭게 정치인생을 마무리하셔야 될 분인데 병원에서 이 중차대한 일을 의견수렴 없이 결정했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문 의장 정치인생의 큰 오점"이라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사·보임 요청을 불허해 달라고 하자 문 의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호도했다"며 "국회법 준수를 요구하는 야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인가, 아니면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제 조작을 강행하는 여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인가" 하고 되물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헌법이 규정한 3권분립은 온데간데없이 정권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국회법도 어기려 하는가 하면, 심지어 동료 의원을 반복해 성추행했다. 현재 유일하게 야당이나 마찬가지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이렇게까지 반칙을 저지르며 선거제를 조작, 공수처를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나" 하고 반문한 뒤 "문희상 의장은 더이상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창문 틈사이로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했다.ⓒ이종현 기자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창문 틈사이로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했다.ⓒ이종현 기자
    25일, 패스트트랙 'D-day' 될 것으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5일 중으로 정개특위 및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각각 선거제와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할 방침을 내비졌다. 당초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오후로 늦춰진 상황이다. 

    선거제 개정, 공수처 설치 등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려면 각 18명인 특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선거제 개정안을 논의할 정개특위는 이미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상태다. 공수처 설치를 논의할 사개특위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대신 투입된 채이배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게임 룰인 선거제 개악과 대통령 직속 정적 탄압기구인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를 주장하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작금의 사태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이라는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 없이 친정권 성향의 정당들이 선거제 변경을 밀어붙이는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 처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