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 '칼럼 원문 요청' KBS 행태 비판... 조선일보에 기고한 세월호 기고 관련
  • ▲ 마이클 브린의 칼럼을 집중으로 다룬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 '저널리즘 토크쇼 J' 유튜브 캡쳐
    ▲ 마이클 브린의 칼럼을 집중으로 다룬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 '저널리즘 토크쇼 J' 유튜브 캡쳐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67)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취재를 이유로 23일 자신이 쓴 칼럼 원문을 요청한 KBS의 행태에 대해 “권위주위 시대 안기부 직원이 외신기자 사무실에서 원고를 걷어가던 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

    브린 전 회장은 이 신문에 세월호 관련 칼럼을 썼는데, KBS가 칼럼을 쓰게 된 경위와 배경 등을 캐물은 후 원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브린 전 회장에게 칼럼을 쓰게 된 배경 등을 취재한 KBS가 ‘팩트’와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KBS "조선일보가 써달라고 했나"… 브린 "아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일 KBS의 한 기자가 브린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선일보가 써달라고 했느냐"며 지난 6일자 칼럼을 기고한 경위를 취재했다. 브린 전 회장은 "조선일보에 매달 한 번씩 칼럼을 내고 있다"며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이런 걸 써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브린 전 회장은 1982년부터 37년째 영국 <가디언>지와 <더타임스>지, 미국 <워싱턴타임스>지 서울 특파원을 지내면서 한국사회를 지켜본 언론인으로, 조선일보 고정 칼럼 필진으로 활동한다.

    KBS 기자는 칼럼의 원문까지 요구했다. 이에 브린 전 회장은 신문에 "원고를 다른 언론사에 보내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원문을 제공했다. 공영방송이 외신기자가 논쟁 요소가 담긴 칼럼을 민간매체에 기고했다는 이유로 원문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KBS 기자는 원문을 요구한 이유를 묻는 조선일보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다. 해당 기자는 “한국어로 쓴 줄 알았는데 영어로 쓰셨다길래…”라고 답했다. 이어 “브린 전 회장이 (칼럼을) 영어로 썼는데 조선일보가 고쳤다고 해서…”라고 말한 다음 “아니, 조선일보에서 번역했다고 해서…”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KBS가 원문을 요구한 칼럼은 지난 6일 조선일보에 실린 '과연 광화문광장이 적절한 공간일까'라는 제목의 글이다.

    브린 전 회장은 이 칼럼에서 "세월호 사고는 끔찍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 더욱 그랬다"며 "그런데도 나는 이곳(광화문광장)이 적절한 장소인지 의아하다. 확실히 이곳은 세월호 추모시설이 들어서기에 맞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썼다.

    KBS 기자, 조선일보 질문에 '횡설수설'…문제의 칼럼은 '세월호' 관련

    그는 "광화문광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 공간이다. 선박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설은 광화문광장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며 "추모시설이 들어설 보다 적절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린 전 회장은 "서울시가 이곳에 세월호 추모공간을 만들려 하는 건 '한국인은 희생자'라는 특유의 사고방식에 맞닿아 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인데도, 공직자들조차 제3세계 빈곤국인 양 여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4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다.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다'고 작성한 부분을 들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국내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KBS는 시사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 J'의 '세월호 5주기' 편을 통해 이 칼럼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나선 송현주 한림대 교수는 "마이클 브린이 쓴 칼럼이 나오고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칼럼이 나온 것은) 어찌 보면 같은 기획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대중(80) 조선일보 고문은 지난 9일 '文 정부, 도덕적 우월감의 극치'라는 글에서 브린 전 회장의 칼럼을 언급하며 "부끄러웠던 것은 이런 지적과 문제제기를 한국기자가 아닌 외국기자가 했다는 점"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조선일보가 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쓸데없이 외신기자에게 시키느냐는 것"이라며 칼럼에 대해 '철저한 위선' '후안무치의 극치' 등의 단어를 동원해가며 비난했다.

    KBS '저널리즘 J', 자사 기자 확인한 부분도 다르게 보도…프레임 씌우기 '골몰'

    독일 언론인 안톤 숄츠 기자가 "세월호 참사는 광화문에서 생긴 일이 아니다. 광화문광장이 추모의 최선의 장소인지 의문이 든다"며 브린 전 회장의 칼럼에 동조의 뜻을 표하자 최욱 인터넷방송(팟캐스트) 진행자는 "이순신 장군은  광화문에서 싸워서 동상이 그곳에 있느냐"고 반박했다.

    최씨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의미는 국민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세월호와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은 공통으로 '위민정신'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함께한다"고 주장했다.

    정세진 아나운서는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영어로 쓴 걸 잘못 혹시…. 그런 건 아니죠?"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KBS 기자가 아니라고 확인한 부분도 팩트와 다르게 말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