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2.27 전당대회… "흥행 참패" 예상과 달리 관심 '후끈'
  •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는 당대표 후보들.ⓒ이종현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는 당대표 후보들.ⓒ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인근은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빨간 모자·빨간 피켓·빨간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행사에 앞서 지지자들은 각 지지 후보의 이름을 목청껏 지르고 일부는 율동을 맞춰보기도 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전파했다.

    27일 오후 5시 20분경 현재 약 8000여명의 대의원들이 일제히 투표에 들어갔다. 이날 전당대회의 마지막 절차다. 이로써 당대표 후보 3인은 당원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 앞서 23~24일에는 당원 선거인단의 모바일 및 현장투표가, 25~26일에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약 2시간의 대의원 투표가 마무리되면 지난 모바일·현장 투표, 일반 국민여론조사와 합산한 결과가 도출된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은 대략 오후 7시 전후, 그 시간 향후 2년 간 한국당을 새롭게 이끌 '뉴페이스'가 웃을 시간이다.


  •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이종현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이종현 기자

    '흥행 적신호' 예상과 달리 관심 높아

    이날 행사는 시작 전부터 시끌벅적했다. 당초 제2차 미북회담과 일정이 겹쳐 '흥행실패'가 우려됐던 것과 다르게 행사장 일산 킨텍스 인근에는 일찌감치 당원들이 몰려들어 자리잡았다.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은 흰 바탕에 황 후보의 얼굴이 박힌 피켓을 들고 황 후보를 에워싸고 '황교안' '어당황(어차피 당선은 황교안)'을 외쳤다.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일당백(一當百)'이었다. 한 지지자는 "어당황 같은 말은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환호를 내질렀다. 이들은 하얀 후드티셔츠를 맞춰입고 김 후보를 상징하는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착용했다. '행동하는 우파'라고 적힌 팜플렛을 바닥에 깔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반면 오세훈 후보의 지지자들은 비교적 장내에 일찍 자리잡아 조용히 응원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황교안·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행사장 바깥에서 세 몰이를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를 의식했을까. 오 후보는 당대표 후보 입장 상황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지지자들을 향해 웃어보였다.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은 약 8000여명이 수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에서 전당대회 연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그 사이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됐던 2017년 전대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날 행사는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의 도약 자신감을 피력하는 모습으로 해석되고 있다.


  •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민노총 등 단체가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박성원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민노총 등 단체가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박성원 기자

    불난 곳에 기름부은 민노총? 행사장 열기 한층 고조

    이날 전당대회가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바로 민노총 시위 때문이다. 본격 행사가 시작되기 앞서 오후 1시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은 기습적으로 행사장을 찾아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18 망언 한국당 해체', '범죄자 황교안' 등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며 행사장 내부로 달려들었다.

    민노총 측은 행사 시작을 방해하려는 듯 호루라기와 나팔 등 각종 도구를 활용해 구호를 외치고 장내를 소란스럽게 연출하기 시작했다. 급작스런 상황에 당원들은 우왕좌왕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멀리 떨어져 지켜보기 시작했다. "엮이지 마라"는 일부 당원의 당부섞인 외침도 들려왔다. 이 때문인지 현재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포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있다.


  • ▲ 27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또한 당대표 후보·최고위원 후보 정견 발표에서는 역으로 이들을 겨냥한 듯한 강한 대여투쟁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태 당대표 후보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자고 한 것 밖에 없는데 그게 망언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당원들은 일제히 "아니요"라고 외쳤다.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 역시 정견 발표에서 "한마디만 하겠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고 외쳤다. 곧이어 8000여명의 당원들이 뒤이어 "공개하라" 후렴구를 따라외치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당원 일부는 "더이상 당해선 안된다. 화끈해서 좋다"고 맞장구쳤다. 김순례 후보는 518 발언 논란으로 한국당 윤리위에 회부된 바 있다.

  •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전경. 행사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 마련된 연단 위에서 김진태 당대표 후보가 목청을 높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전경. 행사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 마련된 연단 위에서 김진태 당대표 후보가 목청을 높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당대표 3인, 마지막 정견 발표서 뜨거운 사자후

    이날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황교안-오세훈-김진태' 3인의 마지막 정견발표 장면이다. 이미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국민여론조사가 끝나 사실상 '승부는 반절 이상 판가름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포효하는 당대표 후보', '그에 열광하는 당원들의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전대의 묘미'로 꼽힌다. 

    추첨 순으로 가장 먼저 정견 발표에 나선 김진태 후보는 역대 연설회·토론회를 통틀어 이날 가장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여기가 민주당 전대장인가 한국당 전대장인가. 여러분 민주당에서 시키는 대로 투표할 건가. 만만한 후보를 뽑아주겠냐"고 외쳤다.

    매번 같은 내용의 연설이 진행됐던 점을 감안한 듯 김 후보는 이례적으로 아내를 언급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내가 아침마다 '오늘은 좀 조용히 넘어가자'고 당부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나라고 왜 맨날 싸우고 싶겠나"고 말했다. 당원을 포함한 청중들은 잠시나마 긴장이 풀린 듯 일제히 웃음으로 화답했다.

    김 후보는 "그런데 이런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순 없지 않나. 우리가 지금 얼마나 좌편향으로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나. 중도 포용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확실한 우파 정당이 하나쯤은 있어야되지 않겠나"고 사자후를 토해냈다. '좌편향' '사회주의화'라는 단어에 당원들은 즉각 반응하며 김 후보의 연설에 열광했다.


  •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김진태, 오세훈, 황교안 후보가 서로 인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김진태, 오세훈, 황교안 후보가 서로 인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오세훈 "당 나갔다왔지만...", 황교안 "압도적인 지지" 호소

    오세훈 후보는 당원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오 후보는 "당을 나갔다왔고 중도사퇴로 상실감 드린 것이 사실이지만 보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쓰러졌던 장수이기도 하다"며 "보수 가치를 위해 싸우다 버림받은 마지막 장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오 후보의 연설 동안 당원들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로 그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오 후보는 이제껏 연설회에서 그랬듯 '총선'을 겨냥해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이제 1년 뒤면 우리에게 나라를 살릴 기회가 주어진다. 다시 미래를 위해 뛸 수 있을지 저들의 사회주의 개혁을 속으로만 삼켜야 할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승리가 애국이고 의리다. 이겨야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 다시 일으키고 두분 전직 대통령 제대로 평가받게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연설의 대미는 황교안 후보가 장식했다. 황 후보는 "우리에겐 총선 압승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업. 압승 거둬야만 정권 찾아온다"며 "그러기 위해선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더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의 더 큰 신뢰를 찾아와야 한다. 자유우파대통합은 총선 압승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원들에 당부했다. 

    이후 8000여 명의 대의원 현장투표가 마무리되면 이번 전당대회의 모든 투표절차는 종료된다. 한국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투표(70%)와 국민여론조사(30%) 합산으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