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핵화가 의제로 올라온 적 없다"… 남북 경협에 대해서도 "조심스럽다" 함구
  •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세부일정을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DB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세부일정을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18일과 19일 두 차례 만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는 20일 친교 일정을 할 가능성도 제기 돼, 판문점 회담에서의 '도보다리 회동'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오전 서울 메인 프레스센터에서의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 브리핑을 통해 "경우에 따라 오는 20일 양 정상 간 친교 일정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내일부터 2박 3일 간 평양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며 "정상간 회담이 정례화되고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식 환영식을 한 뒤, 오찬 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다"며 "둘째날 오전에도 전날에 이어 정상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때까지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아마도 오전 회담 후에는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하고 있다"며 "남북 간 논의해온 긴장해소·무력충돌 방지를 근간으로 하는 내용의 발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조항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2박 3일 일정… 2~3차례 만날 듯

    임종석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8시 40분 별도의 행사 없이 성남공항을 출발해 오전 10시에 평양에 도착, 공식 환영식 후 오찬을 한 뒤 첫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한다. 이때 함께 방북한 경제인들은 북한 내각부총리와 만난다.

    이후 회담이 종료된 후 밤에는 북측의 환영예술공연을 관람하면서 만찬을 하고, 다음날인 19일 오전에도 정상회담을 이어서 할 예정이다.

    같은날 오후까지 회담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지만, 만일 오후에 공동기자회견이 이뤄진다면 대통령 특별수행원들은 평양의 주요 시설을 참관하게 된다. 이날 저녁은 우리 측의 요청으로 문 대통령이 평양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만찬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언급한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적어도 두 차례, 많으면 세 차례 만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임 실장이 '경우에 따른' 친교 일정 추가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친교 일정의 성사 여부가 곧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양측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비칠 수 있어서다.

    만일 이번 친교행사 일정이 성사될 경우, 지난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서 '도보다리 회담' 이어 두 번째 친교행사가 된다.

    비핵화 합의 나올지에 대해서는 "블랭크(빈칸)"

    임종석 비서실장은 같은 자리에서 의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종석 실장은 "첫 번째 의제는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이미 합의된 판문점선언"이라며 "이행 상황을 남북 정상이 함께 확인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가능한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가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와 중재를 촉진하는 일"이라며 "북미가 새로운 평화적 관계 설정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재개해서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실장은 "마지막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협을 종식하는 것"이라며 "군사적 충돌가능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실질적인 평화 정착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의제의 결과물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했다. 비핵화 문제가 달려있어서다. 임 실장은 "좀 어려운 점이 의제다.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며 "과거 남북간에는 비핵화가 정상간 의제로 올라온 적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때는 비핵화 의제가 올라오기 전이었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6자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제가 합의된 이후여서 비핵화가 아닌 남북 간의 실질적인 의제만을 다뤘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이 대목이 이번 회담에서 저희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렵고, 어떠한 낙관적 전망도 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나아가 "사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비핵화 의제는 미북 간 의제로 다뤄지고 우리가 비핵화 의제를 꺼내는 것에 대해 북한도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비핵화 의제가 매우 중요한 중심 의제가 돼 있고 마치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하는 것 처럼 기대감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남북이 설령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이뤄낸다할지라도 이 부분을 언론에 발표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상태다. 임종석 실장은 "두 정상 간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그런 내용이 합의문제 담길지, 아니면 구두합의가 이뤄져 발표될 수 있을지 이 모든 부분이 저희들로서는 블랭크(빈 칸)"이라고 했다.

    아울러 "다만 두 정상간 충분한 대화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합의가 나올 수도 있고 공감대가 확대될 수도 있다. 어느정도로 우리 국민들에게 국제사회에 공표될 수 있을지 그건 봐야한다"고 했다.

    "남북 경제협력, 말하기 조심스럽다" 함구

    이같은 임종석 실장의 언급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 마냥 좋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공화당 내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생산적이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번이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못박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 CBS방송에서 "모든 논의의 초점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어떻게 지키느냐"라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논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른 옵션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가까워지는 남북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천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모든 나라가 북한의 불법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도울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핵화 의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에 '수석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했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상회담 직후 유엔총회가 있어서 곧바로 가시기 때문에 거기서 트럼프와 양자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지금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양 측이) 얼마나 솔직하고 깊이있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비핵화 의제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임종석 실장은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잘 아시지만 지금 매우 엄격한 제재가 국제사회에서 취해지고 있어 실행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의 뚜렷한 경계가 있다"며 "이 역시 비핵화 남북관계 진전과 연계돼 있는 것이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