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문재인 정부 향해 “통계청의 중립성 흔들지 말라” 경고..."투명하게 공표하는 게 죄냐"
  • ▲ 황수경 전 통계청장(왼쪽)이 지난 5월 29일 대전시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자문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위원장으로 위촉된 조성겸 충남대학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 황수경 전 통계청장(왼쪽)이 지난 5월 29일 대전시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자문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위원장으로 위촉된 조성겸 충남대학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적인 '통계청장 경질'에 대해 통계청 노조가 연일 반발하고 있다.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통계청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 차원의 대안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통계청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통계청장 한 사람 바뀐다고 해서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조직으로 본다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고 신뢰높은 통계 생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건설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옳다"면서 국회 차원의 정책토론회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이임식날인 27일에도 통계청 홈페이지 내부게시판에는 현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는 노조 명의의 글이 게시됐다. 통계청 공무원 노조는 해당 게시글에서 황수경 전 청장을 "역대 그 어느 청장보다 통계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수평적 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까지 않았던 청장"으로 평가하면서 "촛불혁명을 바탕으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탄생한 정부의 인사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건지,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노조는 “현 제도상 통계청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한은 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면서 “소득분배 및 고용악화 통계가 발표돼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행된 이번 청장 교체는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게 할 것이며,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절차대로 공표했음에도 마치 통계와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결국엔 청장의 교체까지 이르고 말았다”면서 “청와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국민과 통계청 구성원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통계청 노조는 앞으로도 통계 독립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통계청장으로 취임했지만 전직 통계청장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1년 2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일각에서는 황 전 청장이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관련 논란으로 경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은 2018년 가계동향 조사를 위한 표본 가구수를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확대했다. 그러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고 이로 인해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황 전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 연구실장을 임명했다. 강 청장은 취임 직후인 29일 문제가 된 가계소득 동향조사 방식 변경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 전 청장은 27일 이임식이 끝난 뒤 경질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