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조작, 뇌물, 권력 악용해 '면제' 일상화… 200달러 주고 '상이군인' 판정 받기도
  • 북한은 전체인구(2300만명 기준)의 5.6%가 넘는 128만 여명(2016년 국방백서)의 정규군과 인구의 33%가 넘는 770만명의 예비군을 보유한 철저한 군사국가이다. 북한의 TV와 신문으로 보여지는 북한군은 말 그대로 '무적강군'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영양실조와 탈영, 병역기피현상이 만연해 있다. 노동당 입당과 사회적 출세의 기본 바탕이었던 인민군은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이 닥치면서 그 위상이 바닥을 쳤다.

    북한에서 군입대를 기피하거나 군에서 탈영하는 이유는 크게 △ 10년이나 되는 군복무 기간과 △ 열악한 식생활조건, △ 수령과 대한 위상 추락 △ 군에 만연한 부정부패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은 만 14세부터 각 지역 군사동원부(군징집기관)에 의해 군에 등록된다. 신체검사 시 최하 합격기준은 키 145cm에 몸무게 40kg이다.

    키 145cm, 몸무게 40kg가 최하 합격기준

    하지만 경제난이 닥치기 시작한 1990년대 성장기를 거친 아이들 상당수가 17세가 되도록 키 145cm에도 미치지 못해 북한 당국은 징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간부집이나 부잣집 부모들은 뇌물과 권력을 이용해 자식을 군에서 면제시키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평양 호위사령부에서 대위로 복무하다가 지난 2000년대 중반에 탈북한 박 모(43)씨는 "자신이 군에 입대할 당시에도 간부집 자식들은 허우대(신체)가 멀쩡한데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되어 군 면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같은 학급의 축구소조(동아리) 회장을 했던 한 친구는 시인민위원회(시청) 고위 간부였던 부친의 권력으로 군에서 쉽게 면제되어 김책공대를 가기도 했다고 한다.

    돈이나 권력이 없는 집 자식들은 여러가지 꼼수를 써서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애를 쓴다. 실제로 1998년경 신의주시 군사동원부 신체검사 과정에서 한 초모생(입대 예비생)은 엑스레이를 찍을 때 페에 구멍이 뚤린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작은 김일성 뱃지를 내의 안쪽에 달고 신체검사실로 들어갔다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국경경비대, 공군, 평양 근무, 해군 선호

    군에 징집이 되더라도 지역별로 선호하는 곳과 기피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강원도의 1, 5군단은 최악의 군단으로 명성이 자자해 가장 힘 없고 능력없는 집안의 자식들이나 토대(출신성분)가 나쁜 집 자식들이 차출된다.

    병종에 따라 선호와 기피 대상이 분류되기도 한다. 군생활 10년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려면 국경경비대나 공군, 평양지역 군부대나 해군 등이 순차별로 선호대상이다. 공병, 건설부대의 경우에는 공급도 최악인데다가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많은 사상자가 나는 곳이다.

    군인들의 부대 이탈도 심각하다. 1990년대 중후반 1군단 지역의 공병부대들 에서는 600명 규모의 한개 대대(3~4개 중대)에서 무려 한개 중대 병력이 탈영한 상태였고 그 탈영병들을 잡으러 보낸 체포조까지 연쇄탈영하는 등 군 내 기강이 철저히 무너진 상태다.

    장교들의 부정부패도 군 기강 해이에 한 몫 했다. 강원도 원산지역의 한 건설부대에서 복무하다가 2000년 후반에 탈북한 김 모(48)씨의 증언이 따르면 군 복무 중 제대하는데 드는 비용은 2008년 당시 북한돈으로 60만원(200달러)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군 장교들이 병사들을 제대 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도 돈벌이에 활용한 것이다.

    또한 영예군인(상이군인) 판정을 담당한 군단급 군의관들도 제대 신청자들로 부터 뇌물을 받고 영예군인 판정을 임의로 조작하기 일쑤다. 이때 1회 감정에 드는 비용이 200달러 정도라고 한다. 군의관들은 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된 군인들에게도 뇌물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먹을 것 없어 민간인 습격

    북한군 장교들의 부정부패는 병사들의 영양실조와 북한군의 전투능력 저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군인들에게 공급되는 모든 물자는 장교들을 통해 뒤로 빼돌려져 암시장에서 팔렸으며 전차에 들어갈 기름이나 차량 베터리도 장교 사택의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군 장교들의 심각한 부정부패를 두고 말단 병사들 속에서는 "군단에서는 군데군데 떼먹고, 사단에서는 사사롭게 떼먹고, 련대에서는 련속적으로 떼먹고, 대대에서는 대대적으로, 중대는 중간 중간, 소대에서는 소소하게 떼먹으니 우리는 굶어 죽으라는거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기차역에서는 영양실조 걸린 어린 군인들이 꽃제비들과 다를바 없는 몰골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강도로 돌변한 군인들은 밤마다 길목을 지키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을 무차별 공격하기도 한다. 북한 정권이 자랑하는 '군민일체(軍民一體)'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인민군 군인들의 민간인 습격은 살벌하다.

    굶주리는 군인들도 그들에게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실생활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수령을 위해 목숨과 청춘을 바쳐 충성할 대의 명분을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다고 탈북민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