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대권론' 박지원·이해찬 등 민주당서 제기… 한국당선 "보수 통합해 새 인물 발굴" 전망
  •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권 행보를 밟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다른 쪽에서는 김 위원장이 야권 통합 후 이른바 킹 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정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양쪽 진영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비공개 민생 탐방에 나선 것이 이러한 추측을 불러온 것인데, 이를 둘러싼 시선을 따라가 봤다. 

    ◆민주당서 나온 '김병준 대권론'

    김 위원장이 대권을 준비한다는 주장은 한국당 외부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일 김 위원장에 대해 "권력욕이 대단하신 분"이라며 "김병준 위원장이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서 "일반적 상식의 비상대책위원장의 범주를 넘어서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 때도 그분이 (자신도 대선) 준비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이 궁극적으로 자기 정치를 위해 한국당에 들어왔다"는 것이 박 의원의 견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과 비슷하게 주장했다. 이 의원은 "2007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대선출마를 준비했었다"고 설명하며 "정치에 욕심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병준 위원장이 최근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는 등 진영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민생 현장을 찾아가 소통을 늘리는 것이 대권 주자들의 행보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최근 '상생의 노무현 정신'과 한국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시대 공로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진영을 넘나드는 메시지도 자주 내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이 한국당에 있던 두 번의 비대위와 다르게 전체적으로 '통합'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추측을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 행보를 걷기 위해서는 운신의 폭을 넓혀 당안팎에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킹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통합 행보가 대선 출마를 위한 움직으로 보는 것이 지나친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대권을 준비한다는 관측에 "그렇게 할 만큼 (김 위원장)의 인적 구성이 없을 것이고 본인의 판단으로서 정보가 많지 않아 결국엔 당내 의견을 취합해서 모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2일 T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이고 당 재건 임무를 맡은 비대위원장의 행보일 뿐, 개인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관측했다. 

    안 의원은 김 위원장의 민생 행보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모실 때 저희들이 큰 틀에서 첫째 당을 화합하고 다툼을 좀 정리하고, 그 다음에 당을 혁신하면서 국민들한테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자, 또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정부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자고 했다"며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다닐 수 있다. 대표 플러스 알파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희상 국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왼쪽편에는 한국당 김용태   의원과 홍철호 의원이 보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희상 국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왼쪽편에는 한국당 김용태 의원과 홍철호 의원이 보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통합전대 후 킹메이커 역할?

    김병준 위원장이 "킹이 아닌 킹 메이커 역할을 위해 통합 메시지를 낸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야권 통합을 통해 '보수 빅텐트'를 완성하고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견해다.

    김 위원장 영입 전부터 "다음 전당 대회 전에 당내 복당파가 당권을 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는 말이 돌았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참패 후 급작스럽게 '비대위 구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유력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이러한 추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다음 총선까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공천권도 없이 당대표를 맡은 것은 비박(非朴)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복당파 의원들의 구상'이라는 것이다. 복당파가 궁극적으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영입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당 관계자는 "김병준 위원장도 강한 인적 청산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라며 "오히려 통합전대를 통해 김병준이 킹메이커를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지도부 인사가 이번 비대위가 직접적으로 인적 청산의 칼을 휘두르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 대 당 통합이라기보다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합쳐서 통합전대로 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며 "유승민 대표가 오면 줄줄이 오는 사람이 있지 않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기 하루 전날에도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보수 혁신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이 야권 통합을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마침 바른미래당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 원외위원장들은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라"며 성명을 낸 바 있다. 권은희ㆍ김제식ㆍ김희국ㆍ류성걸ㆍ 민현주 전 의원 등 유승민계가 동참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개혁 방향이 유 전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고 적당한 복당 명분이 만들어진다면 세력 규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위원장이 범보수 인사들을 끌어안기 위해 당 정체성 재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 전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 질문에 '한국당 가치 개혁'을 선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보수 개혁은 방향과 가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도 선거 참패 후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도 여론이 나빠져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 방향과 성공 여부에 따라 유 전 대표가 한국당과 세력 규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김용태·홍철호 의원 등 비박계 복당파를 지도부에 전진배치 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았었다. 홍철호 비서실장 역시 지난 대선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복당파다.  

    한편 김 위원장원은 지난 31일 본지 인터뷰에서 '야권 개편 시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까지도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은 당 정체성 확립이 급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당이 매력 있게 바뀐다면 '보수 빅텐트'가 아니라 더 큰 영역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고 했다. 통합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정체성에 동의하는 사람은 모두 당에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