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독재가 될 판… 한국당, 죽어야 산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보수 토론회서 쓴소리… 김성태 "수구냉전적 사고야말로 자해" 반박

윤주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12 11:26:45
▲ 심재철 의원실이 주최해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제5차 토론회 단체사진 [사진=심재철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내부의 '노선 투쟁'이 활발하다.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아닌 이번에는 한국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다. 최근에는 '보수의 자살'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까지 거론되면서 과열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심재철 의원이 주최해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제5차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전투적 야당'을 주문하면서 한국당이 보다 우파적 이념에 충실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한민국 우파 총궤멸의 원인을 북한 전체주의와 남한 운동권의 합작으로 지목하고 "2020년 총선에서 국회 의석도 다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완전 끝장이며, 좌편향 독재가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당을 향해 "투항주의와 청산주의는 안 된다. 상대방 프레임에 자진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항주의와 청산주의는 안돼"



류 전 주필은 지난 지방선거 직후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했던 발언을 겨냥하는 듯한 비판도 내놨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당시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우겠다"고 발언한 바 있었다.

이날 류 전 주필은 "자유우파의 21세기 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050 중심의 세대교체를 해야한다. 전투적인 야당상(像)으로 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지 말고 감성적, 문화적 접근을 해야 한다"며 "586 기득권에 대한 2030의 도전을 지지세력으로 흡수해야 한다. 586이 굉장히 혁신적인 세력처럼 돼 있지만, 2030 입장에선 기득권"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 보수계에는 당원 재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선전과 홍보, 즉 화이트프로파간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게 여러분들이 해 주셨으면 하는 보수정당 혁신의 방향"이라고 충고했다.

류 전 주필은 "세상은 말로, 담론으로 꾸려가는 것 아닌가. 이 담론이 전부 일종의 (좌파) 변혁론적 담론으로 바뀌었다"면서 "이 '말의 지배권'을 놓치면 세상을 잃는 것"이라고 짚으면서 "문화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정치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경제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도 좌파 역사교과서가 돼버렸다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우리가 70년 동안 알아왔던 대한민국은 없어지고 다른 대한민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명이 시작됐다. 프랑스 혁명, 촛불 혁명, 4.19 혁명과 같이 혁명은 한번 터지면 스스로 멈추는 법이 없다"면서 "가면 갈수록 과격해져 더 진보, 더 과격하게 가다 보니 보수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어야 한다'는 식인데, 이 불공정한 좌파의 (한국당 대북정책 노선) 비방을 옳다고 시인하자는 것이냐"며 "우리도 보수 과격으로 갈 법한데, 세게 나올 법도 한데, 우리는 오히려 '아이고 더 온건해져야 겠네' '아이고 더 물을 빼야겠네' '더 진보화해야겠네' 하며 상대방 프레임에 끌려가고 있다. 세상 전체가 과격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류 전 주필은 한국당을 향해 "여러분이 죽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콩가루처럼 깨졌다가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는 지적이다. "일단 (일선에서 모두) 총사퇴하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류 전 주필의 이 같은 지적은 한국당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위 '좌클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류 전 주필은 "'보수이념 해체'와 '수구냉전 반성'은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라고 질타했다. 

김성태의 '이례적' 반박

류 전 주필의 이 같은 주장에 이례적으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직접 입을 열었다. 11일 김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류 전 주필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이미 평화와 정의, 공정과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이라면서 "고정불변의 도그마적 자기 이념에 갇혀 수구냉전적 사고를 하는 것이야말로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류 선생의 지적은 우리가 포용해야 할 변화와 혁신을 논하기 전에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인식적 오류를 자각하는 역설적 기회"라면서 "우리 당내 갈등만, 분열만 더 자초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정우택, 나경원, 원유철 의원도 '토론회'

이와 같이 한국당 내 이념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정우택 의원 역시 11일 '보수정당 재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으로 유명한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 나경원 의원이 이끄는 의원 모임 '포용과 도전'도 그 동안의 휴식기를 깨고 12일과 17일 연속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릴레이 토론회' 대열에 합류한다. 원유철 의원이 이끄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 모임’(일명 핵포럼)'도 12일 '북미정상회담 한 달, 북한의 비핵화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처럼 한국당 내 중진 의원들이 앞다퉈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결국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토론회를 개최한 심재철 의원과 정우택 의원, 나경원 의원, 원유철 의원 등은 모두 당내 중진으로서 차기 당권주자 후보군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들이 위기에 빠진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언론의 조명을 받고 한국당 내 '세몰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과 "보수세력의 재정립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시각이 병존하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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