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사업 한다며 2억 빌려서 안갚아" 고소 당해… 알고 보니 '아들바보' 이상우의 '인생 2막'
  • 가수 이상우(55·사진)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25일이다. 3년 전 이상우가 펜션 개발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인에게서 빌려간 2억원을 아직까지 갚지 않아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상우는 펜션 개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 고소인에게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상우는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이에 고소인은 이상우가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에 사기성이 짙다고 판단, 수원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대체 이상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아들 발달장애 판정 받고 6개월간 술만 마셔 

    이상우가 결혼 3년 만에 낳은 큰 아들 이승훈(25)씨는 세 살이 되던 해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발달장애는 해당 나이에 이뤄져야 할 발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정상 기대치보다 25% 정도 뒤쳐져 있는 경우를 말한다. 아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우는 6개월간 술독에 빠져 살았다. 자신의 아들이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들이 3살 되던 해, 발달 장애 판정을 받았는데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눈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났어요. 6개월은 거의 폐인처럼 지냈죠."

    처음엔 아내에게 모든 걸 떠넘겼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던 이상우는 그저 아내가 아들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 육아에는 일절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헌신적으로 아들을 보살피는 아내의 모습에 이상우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아내 덕분에 마음을 고쳐먹은 이상우의 '인생 2막'은 언제나 아들과 함께였다.

    승훈 군이 수영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트럼펫 연주로 대학 입학까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물심양면으로 아들을 후원한 이상우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었다.

    아들 승훈 군이 열 세살 되던 해, CBS TV 신앙간증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이상우는 "남을 위해 사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승훈이가 알려줬다"며 "그래서 승훈이는 내게 스승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승훈이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저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살았을 겁니다. 집사람과의 사이도 승훈이 덕분에 더 돈독해졌어요. 승훈이가 다니는 학교가 교회에서 만든 학교라 어쩔 수 없이 교회에 가게 되면서 하나님을 알게 됐습니다. 신앙이 생기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승훈이를 하나님이 보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됐죠."

    지금은 수익의 대부분을 장애인들을 위한 공익 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에겐 돈이 전부였다. 내가 죽어도 우리 아이만큼은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돈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다.

    본업인 가수 외에도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과 놀이교육 사업, 패션 사업, 방송프로그램 제작까지 닥치는대로 사업을 벌여나갔다. 이 중 '프랭크B'라는 수입 청바지와 어린이 놀이시설인 '정글짐'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이상우는 2006년 당시 연간 순수익이 5억원 이상 되는 제법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아들을 통해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이상우는 점점 나보다 남을 챙기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아들을 키우면서 체득한 장애인 복지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상우 문화 복지재단'을 건립하는가 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하는 '조금 다른 밴드'를 론칭해 장애인 예술가들이 사회와 소통하며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도록 했다.



    장애 아들 키우며 종교 갖게 돼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삶의 목표도 달라졌어요. 이게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너무 많은데, 이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아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거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그런 사람들을 돕는 발달장애아 후원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거죠."

    이상우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2008년 4월 당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공연 수익금과 기업 후원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발달장애아 후원재단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한 그는 실제로 그해 11월,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 적응을 돕는 복지재단을 세웠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센터와 기숙사를 갖춘 공동체를 만들겠다던 그의 구상도 2016년 경기도 용평에 3만여평의 대지를 매입하는 것으로 점점 구체화 돼 갔다.

    이상우는 2년 전 다수 언론(연합뉴스·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지인과 손을 잡고 용평 부지를 경매로 매입했다"며 "지적장애인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문화·예술 타운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상우가 정작 둥지를 튼 지역은 '용평'이 아닌 '대관령'이었다.

    이상우는 2016년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 "'예술인형 산촌마을'에 주택과 공연장이 어우러진 음악마을을 만들어 아들 승훈이와 같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트럼펫을 불며 평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마을은 강원도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변제 능력 없으면서 2억원 빌려" 

    지난 25일 이상우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업가 A씨는 "이상우가 (펜션 개발)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 자신에게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돈을 빌렸으나, 지금까지 전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장을 제출하게 된 사유를 밝혔다.

    TV리포트에 따르면 이상우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개발 토지는 이상우의 것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상우가 변제 능력과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상황을 속여 2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고소인의 시각이었다.

    문제의 토지가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르키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상우가 2년 전 용평 부지를 매입하고 대관령 인근에 음악마을을 조성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감안하면, 대관령면이나 용평면 근처에 위치한 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이상우가 입주해 있는 '예술인형 산촌마을(일명 느린마을)'은 강원도가 숲 속에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을 개발해 수도권 인구를 끌어오려는 강원도형 산촌주택 4종 세트 중 하나다. 강원도와 평창군이 조성하는 주택단지인 만큼, 개인이 진행하는 펜션 사업과는 무관하다. 

    이상우는 27일 밝힌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인에게 빌린 돈은 단순 차용금이며 자신이 사기, 편취, 땅 명의를 속였다는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를 '사기'로 치부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논리였다.

    이상우는 "지난 2015년 친한 지인에게 단순 차용금으로 2억원을 빌린 바 있으나, 지인과 차용금 변제에 대한 합의를 마쳐 오늘 소 취하 접수를 완료했다"며 "지인과는 워낙 막역한 사이였기에 이런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팠고, 지인 역시 변제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는데 대화로 풀지 못하고 고소에 이르게 된 부분에 대해 속상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제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잘못"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인과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 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고소인의 주장 일부가 사실과 다르지만 진행 과정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가족과 팬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매사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소 취하' 소식에 네티즌들 "다행이다"

    이상우는 현역 가수 생활을 접은 뒤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재단이나 공동체 건립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한때 다방면의 사업이 성공을 거둬 적지 않은 매출고를 올렸지만, 상당수 재산을 후원재단 설립 등에 쏟아부은 까닭에 매년 적자 수익을 면치 못해왔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상우가 피소됐다는 소식에 "제발 아니길 바란다"며 "안타깝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이틀 만에 고소가 취하됐다는 소식엔 대부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한 이상우의 팬은 "이상우가 오랫동안 공익 사업을 벌여왔다는 점을 감안, 다른 파렴치범과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건넸다.

    한편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은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상우씨 측에서 당장 2억원을 마련하기는 어려울테니 일정 기간 이내에 얼마간이라도 변제를 하고, 나머지 금원은 변제 계획에 따라 갚겠다는 공증서를 작성했다"며 "오늘 오전 10시 50분경 고소인으로부터 고소취소장을 접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법률대리인은 "공증서 자체가 하나의 약속"이라며 "이상우씨와 맺은 두 번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