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뽑아 국회 장악하려는 포석… 야당, 의장 주고 상임위장 달라고 할까봐 '고심'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20대 국회 하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 야당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의장 후보로 내정된 문희상 의원을 하루빨리 선출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러한 구상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올해 제헌절(7월 17일)이 70주년"이라며 "자칫하면 국회의장도 없는 제헌절을 맞게 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태 원내대표와 연락이 잘 안 되는 상태로, 자유한국당이 내부 정비도 중요하고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지금 민생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우리 민생을 챙기고 우리 경제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입법이라든지 정책이라든지 이런 것을 국회가 정상화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11석을 차지해 총 130석으로 원내 1당 지위를 공고히 했다. 앞서 지난달 '친문'(親文)계인 6선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정해놓은 만큼, 원 구성 협상에서 먼저 국회의장단을 선출해놓고 차후 16개 상임위원장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야당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원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도부 공백 수습하기도 바쁜데"

    하지만 여당·다수당이라고 해서 국회의장을 자동으로 맡는다는 법은 없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민주당이 야당일 때 여당·다수당이 한다는 관례를 뒤집고 의장에 올랐다.

    민주당은 정세균 전 의장 임기 만료에 맞춰 의장단 선출을 진행하려 했지만, "재·보선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야당은 원 구성 협상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독주에 내심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제1,2 야당 모두 협상 최종 책임자인 원내대표가 선거 참패 뒷수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기에도 바쁜데, 누가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 여당이 원 구성을 밀어붙이려 해도 현실적으로 당분간 야당이 응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직후 홍준표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두 야당은 일단 당내 의견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라 원 구성 협상과제는 후순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원구성 등은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테이블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만약 이 와중에 민주당이 야당에 '의장 선출 즉시 처리' 압박을 가하면,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바람대로 야당이 의장 자리를 내주는 대신, 상임위원장단을 대거 차지하겠다고 맞받아칠 경우엔, 민주당이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심하면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까지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운영위-법사위 놓고도 '신경전'

    상임위원장 협상에서도 한국당은 운영위원장·법사위원장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각오다. 핵심 상임위를 가져온다면 국정 운영 견제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의석수에 따라 제1국회부의장 자리는 한국당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2부의장 자리는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과 범여권 의석 수를 지렛대 삼는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