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쾌한 미망인' 공연 사진(왼쪽),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사진.ⓒ국립오페라단·아트앤아티스트
    ▲ '유쾌한 미망인' 공연 사진(왼쪽),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사진.ⓒ국립오페라단·아트앤아티스트
    오페라는 대중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 주로 상류층이 전유하며,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초보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색 오페라 두 편이 찾아온다.

    ◇ 뮤지컬보다 더 재미있다…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은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1870~1948)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을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오페레타는 오페라에 비해 작은 규모로 대사와 노래, 무용 등이 섞인 경(輕)가극이다. 가벼운 희극 속에 통속적인 노래와 왈츠·폴카·캉캉 등의 춤을 넣은 오락성이 풍부한 음악극이다.

    '유쾌한 미망인'은 가상의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에서 파리로 이주한 은행가의 미망인 한나의 재혼을 막으려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갑자기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고 돌아온 한나와 그의 옛 애인 다닐로가 펼치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독일어로 작곡돼 1905년 오스트리아 빈 초연 이후 베를린, 런던, 파리를 거쳐 1907년 뉴욕에서 '메리 위도우'라는 제목으로 52주 동안 416회 연속 공연을 달성했다. '입술은 침묵해도', '빌랴의 노래', '오, 조국이여' 등 아리아로 유명하다.

    왈츠풍의 아름다운 선율과 희극적인 드라마 구조가 돋보이는 '유쾌한 미망인'은 '무도회 오페라'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전문무용수들과 합창단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무도회 장면은 백미로 꼽힌다. 또, 레치타티보(대화체 음악)가 대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오페레타 음악은 오페라에 비해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 익숙한 선율로 귀에 감긴다. '유쾌한 미망인'의 중창 중 '여자를 아는 것은 어려워'는 남성들이 들려주는 저음부의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그들이 보여주는 경쾌한 하모니는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한다.

    이번 '유쾌한 미망인'에는 타고난 빈 왈츠 감각을 가진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는 토마스 뢰스너와 벨기에 출신의 베테랑 연출가 기 요스텐이 참여한다. 미망인 '한나' 역에는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정주희, '다닐로' 역은 바리톤 안갑성·김종표가 맡는다.

    윤호근 예술감독은 "오페라와 뮤지컬 사이에 있는 작품으로 너무 즐거운 오페레타"라며 "남을 웃기는 게 슬프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일어로 해야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한국의 성악가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 2016년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사진.ⓒ아트앤아티스트
    ▲ 2016년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사진.ⓒ아트앤아티스트
    ◇ 색다른 시도…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

    아트앤아티스트(대표 김정호)가 2016년 초연한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를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여의도 KBS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오페라 콜라주는 본래 상관관계가 없는 미술의 콜라주 기법에서 착안했다. 뮤지컬 형식으로 창작한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기존의 오페라에서 유명한 아리아, 듀엣, 앙상블, 합창곡을 골라 새로운 이야기로 엮었다.

    노래는 원어 그대로 부르고, 대사는 우리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극적인 요소와 오페라적인 요소가 유지된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카사노바의 바람기를 잡는다'는 단일 주제로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설정해 우리의 정서와 부합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토마 '햄릿', 헨델 '리날도', 비제 '카르멘' 등의 아리아를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무대장치를 최소화함으로써 제작 비용을 줄이고, 연기와 조명 등 연출적 강점을 집중시켰다. 3D 맵핑 기술을 사용해 무대세트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신속한 장면전환을 극복했고, 자유로운 공간설정을 통해 극의 재미를 높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라이브 대신 MR(녹음반주)를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반주 음원은 초연을 함께한 김덕기 지휘로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녹음을 마쳤다. 보다 풍성하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65인조 풀편성 오케스트라를 꾸렸다.

    김정호 아트앤아티스트 대표는 "오페라 저변확대에 걸림돌 중 하나가 큰 예산이다. 이 중 오케스트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향후 프로덕션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언제든 공연 가능한 작품으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사노바·영화감독 '준' 역에는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리톤 김주택과 함께 조병익이 번갈아 맡는다. 정혜욱, 장유리, 박하나, 김신혜 등 국내 오페라를 이끌고 있는 실력파 소프라노들과 '팬텀싱어'를 통해 얼굴을 알린 테너 김현수·조민규·정필립, 베이스 손태진·한태인·고우림이 출연한다.

    주로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해 온 김주택(32)은 "왜 사람들이 오페라를 보러 오지 않은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스토리텔링을 한국어로 말하고 연기하는데, 그 자체가 대중화라고 생각한다. 공연이 끝난 후 오페라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 ▲ 2016년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사진.ⓒ아트앤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