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칼바람… MBC노조 "보복 해고 중단" 촉구

"벌써 7명… 파업 불참자 연쇄해고 그만하라" 최승호 사장 규탄 성명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5.30 14:08:39
"공포영화처럼 MBC에서는 저녁만 되면 오늘은 또 누가 쫓겨나나 숨죽이고 게시판을 지켜봐야 한다. 파업 불참자 가운데 해고된 사람만도 벌써 7명 째다."

지난 29일 MBC노동조합은 『최승호는 '연쇄 살인'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파업 불참자 가운데 해고된 사람이 벌써 7명 째"라며 "이전 MBC 경영진 체제 때 해고된 숫자(6명)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힌 뒤 "사측이 확실한 증거와 논리도 없이 해고 등 중징계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에 '인사대란'이 벌어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최승호 피디가 신임 사장으로 부임함과 동시에 간판 뉴스 앵커들이 모두 교체됐고, 80여명의 직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보도국장은 중계차PD로 쫓겨났고, 보도국 부국장과 부장들은 스포츠국으로 발령났다. 이들은 모두, 오래 전 언론노조 주도 총파업에 불참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상화위원회와 감사국을 동원, '파업 불참' 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고든 MBC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 공정성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최대현 아나운서와 권지호 카메라 기자를 해고하고, 보도국 국장과 부장, 경영지원국 부장과 차장에게 각각 정직 및 감봉 조치를 내렸다.

지난 28일엔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과 박용찬 전 보도국 센터장, 송OO 전 경영지원국장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부과한 뒤 이들이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정기승진' 건과 관련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징계 사유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하지만 비언론노조원들로 구성된 MBC노동조합은 "블랙리스트를 누구에게 전달했다거나 그에 따라 부당한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중징계가 이뤄졌다"며 사측이 내민 징계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문서를 받은 사람도 인사를 실행한 사람도 없는데 그것이 어떻게 블랙리스트냐는 항변은 철저히 무시됐다. 사측이 주장하는 이른바 '아나운서 리스트'라는 것 역시 담당 국장이 한 번도 못 봤다고 진술했는데 감사국은 이에 반하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중징계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 MBC 감사국과 정상화위원회는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과 MBC 내부에서 불거진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의 작성 경위를 두고 지난 3월 말까지 특별 감사를 벌인 결과, 2014년 당시 안광한 MBC 사장이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에게 특정 아나운서들을 거론, '이들을 빼면 (대체)인력을 줄 수 있다'며 '업무 배제'를 지시했고, 실제로 거론된 아나운서들이 방출되거나 일부 퇴사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한 라디오방송에서 최승호 사장이 언급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12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 사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과거 아나운서국에서 무려 11명의 아나운서가 떠나가도록 만들었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자기 일을 못하고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혀 사실상 '징벌성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또 최 사장은  "구체제에서 아나운서들을 탄압하고 내몰기 위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뽑았다"고 발언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암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언'은 불과 수개월 만에 모두 현실로 이뤄졌다. 현재 MBC에서 앵커를 맡고 있거나, 취재 일선에 배치돼 리포트를 하고, 지휘 라인을 이끌고 있는 직원 중에 전 정권이나 전 사장 체제 하에서 임명됐던 인사들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피해자지원특위)는 이같은 현상을 언론노조의 '방송장악'이 현실화 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방송사 내부의 경영문제를 포함해 업무 전반을 사실상 언론노조 측에서 주도하고 전횡함에 따라 비언론노조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MBC노동조합의 시각도 비슷하다. '전지적 참견 시점' 사태 관련자의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사나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도 당사자들이 모두 언론노조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 사태 발발 직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조사위가 내놓은 결론은 징계대상자들의 고의가 없었다며 일탈행위를 감싸는 수준이었다. 말단 조연출 한 명만 정직 1개월이고, 연출 · 부장 · 국장은 모두 감봉이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전참시 제작진과 간부들에게 중징계를 의결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지난 10년간 MBC보도의 신뢰성을 추락시킨 가장 큰 사건은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아니라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라는 것은 언론노조나 사측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사나 징계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MBC노동조합 관계자는 "지금 MBC는 시청률 추락으로 천문학적인 적자가 매일 늘어나는 상황인데도 저들은 '셀프승진'도 모자라 최승호 사장이 몸담았던 회사의 기자나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했던 외부인들을 MBC 프로그램에 고정출연시키는 등 '이권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29일 지적했다.

나아가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과 박용찬 전 보도국 센터장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은, MBC 직원 신분은 유지하되 수입 활동은 일절 못하도록 막아 사실상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최승호 사장 등이 과거에 당했던 인사상 불이익을 동료·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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