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얼얼한 홍준표… 리더십 정말 '시험대' 올랐나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얼얼한 뒤통수를 부여잡고서도 연일 '할 말'만은 하고 있다.

    본래 홍곡(鴻鵠)의 뜻은 연작(燕雀)이 알기 어렵다지만, 정치권에 우군이 없어보이는 여건 속에서도 '소신 발언'을 멈추지 않는 참뜻은 따로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홍준표 대표와 연일 설전을 벌이던 4선 중진의 강길부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났다. 강길부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품격 없는 언행이 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탈당했다. 홍준표 대표의 강경 발언을 둘러싸고 당내 불화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고 떠난 격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강길부 의원의 탈당 이면에는 '강 의원이 원하는 사람이 공천에서 탈락한 데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모든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홍 대표에게만 돌아왔다.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 등 지방선거 기초·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이 때마침 잇달아 한목소리로 홍준표 대표를 공개 비판한 탓도 있다.

    유정복 시장과 남경필 지사는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쇼"라고 평가한 것에 반발했다.

    유 시장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공개비난했고, 남경필 지사는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한국당의 슬로건이 발표된 날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고 반기를 들었다.

    홍준표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를 '체제 수호 전쟁'으로 정의하고 전력투구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도 볼 수 있었다.

    김태호 후보의 경우, 홍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반대했던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자신만의 선거 전략을 고집했다. 이에 언론들은 앞다투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홍준표와 선긋기, 거리두기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준표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천(私薦)' 소리까지 들어가며 전략공천한 후보자들에게 연달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격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 언론의 만평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홍준표 대표와 사진찍기 싫어 도망다니는 한국당 후보들과 문재인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민주당 후보의 모습을 대비시켜 놓기도 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의 문제만 집중 조명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선거에 이길 목적이라면 내 욕을 해도 좋으니 이기고만 와라"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암덩어리', '연탄가스'라고 부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홍 대표는 당시 지방선거 후보자 연수에서 "지방자치제 선거니까 지방의 특성에 맞게 대응하는 것은 내가 승복하겠다"며 "그러니까 각 후보별로 개별적으로 당의 생각하고 다른 점이 있더라도 그걸 내가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비판을 하더라도 예의를 갖춰서 해라"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홍 대표는 그간에도 보수·우파 재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보수대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강길부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들의 복당을 허락하고, 당내 상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은 현역 우선이라는 정치적 관례가 있다'며 고민 없이 자리를 돌려줬던 홍 대표였다.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강경 발언이 정말 그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릴 정도로 문제가 되는가 짚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탈당한 강길부 의원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지적한 홍 대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부분에 대해서도 시중의 밑바닥 여론에는 온도차가 있다.

    문제가 된 홍 대표의 발언은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제1야당의 대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은 여전히 북한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마치 휴전 상태가 종결되고 해빙기가 왔다는 식의 여론에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의 발언은 단결력을 높일 수 있는 속이 시원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보수·우파 집토끼들의 마음을 잡는 일에 주력하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자유롭게 지역민들과 소통하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는 평가다.

    홍문표 사무총장도 4일 홍 대표의 강경 발언 논란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 과정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깜깜이 협상에 대해 제1야당의 대표로 얘기 안 할 수가 없다"며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후보들이 도움이 된다면 나를 밟고 간다든지 불편하게 요구해도 내가 감내하겠다' 이런 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제는 한편으로는 후보들이 좀 더 지혜로운 방법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것을 연구해야지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좀 안 맞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한다"고 전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도 "홍준표 대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국면에서) 여당에 반기를 들 수 있겠느냐"며 "청와대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지금 손을 잡으면 앞으로는 계속 끌려다니게 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