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은 외교안보특보와 핑퐁 주고 받으며 '철수' 이슈 부각文대통령 "주한미군, 동맹의 문제… 평화협정과 상관 없어"
  • ▲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밝힌 말과 달리 주한미군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가 문 특보와 '핑퐁 게임'을 통해 미군 철수를 정국의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의 언급은 문정인 특보가 지난달 30일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의 내용이 논란을 일으킨데 따른 해명이다. 문 특보는 이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관련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정치권은 왈칵 뒤집혔다. 문정인 특보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언급하는 등 외교안보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왔다. 특히 이날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이 비핵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과는 거리가 있어 파장이 컸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정인 특보의 돌발 발언에도 그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비슷한 시각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이쯤되면 특보자리에서 사퇴해야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사퇴할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비춰볼 때 문 특보의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올려놨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상수로만 여겨졌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운'을 띄워, 실현되지 않더라도 변수로 만들 수 있어서다. 

    주한미군은 그간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축 이었다. 미군은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6·25 전쟁이 발발하자 UN총회를 소집, 다국적군과 함께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 미군은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남한 지역에 주둔하게 됐다. 총성이 일시적으로 멎었다지만 북한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에 맺어진 조약인 셈이다.

    이렇듯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에 갖는 의미를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의 말대로 단순히 주한미군을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로 보는 것은 다소 나이브 하다는 시각도 있다. 평화협정을 하고 나면 한국 전쟁이 공식 종료되는 만큼, 당초 한국전쟁을 계기로 실행된 미군 주둔 역시 명분이 줄어든다. 정치권 일각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가져올 후폭풍을 경계하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같은 청와대의 인식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정인 특보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청와대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치고 빠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전 한미연합훈련 축소, 사드 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 전환 등 대부분 적중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정인 특보의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은 청와대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선제적 여론 조성 차원에서 진행된 역할 분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철수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 주한 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뜻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