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式 기획 대대적 홍보에 정치권 우려 섞인 시선…野 "의제로 북핵폐기 논의해야"
  • ▲ 남북정상회담장 사진, 둥근 원형테이블이 눈에 띈다. ⓒ청와대 제공
    ▲ 남북정상회담장 사진, 둥근 원형테이블이 눈에 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내 남북정상회담장을 공개했다.

    세세한 인테리어까지 의미를 부여해 회담장 연출을 잔뜩 강조했으나, 정작 의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여서 우려섞인 시선도 뒤따른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5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주요 공간을 정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부대변인은 이날 평화의 집 공간 구성을 설명하면서 "1층 정상 환담장은 백의 민족 정신을 담고 있다"며 "허세와 과장이 없는 절제미를 담고자 한지와 모시를 소재로 온화환 환영 풍경을 조성했다"고 했다.

    이어 "2층 회담장은 밝음과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파란 카펫으로 단장했고, 한지 창호문의 사랑방에서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조성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새로 비치된 가구의 재질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호두나무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했는데, 휨이나 뒤틀림이 없어 신뢰로 맺어진 남북관계를 기원하는것과 동시에 현장의 원형을 보전하는데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그간 사각형 테이블이 있던 남북정상회담장 메인 테이블을 라운드형 상판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정상들이 앉는 테이블 중앙 지점의 테이블 폭은 2018mm으로, 청와대는 "한번도 평화 정착 실현을 위한 역사적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역사적 기념물로 보존할 만한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했다"고 언급했다. 그간 각각 좌우로 남북이 다른 문을 통해 입장하던 것과 달리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이 공동입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앉을 의자 역시 "한국전통가구의 짜임새에서 볼 수 있는 연결의미를 담은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등받이 최상부에 한반도 지도 문양을 새겼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청와대 측은 회담장 주변에 걸려있는 미술품을 비롯한 꽃 장식 등 실내 인테리어까지도 한 문단 이상 의미를 부여해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스타일의 기획으로 보인다. 전날 배포된 남북정상회담 만찬 음식 메뉴 역시 청와대는 다소 과한 분량을 할애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이게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만찬 음식으로 옥류관 평양냉면을 북측에 제안했고, 북측은 옥류관 냉면의 제면기를 판문점 통일각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각에서 갓 뽑아낸 냉면은 만찬장인 평화의 집으로 바로 배달돼 평양 옥류관의 맛을 그대로 살릴 예정"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서는 '깜깜이'인 상태다. 지난 22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께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의제와 관련한 최종 점검 회의를 주재하실 예정" 이라고 했지만 현 시점까지 의제에 관해 명확하게 정리한 브리핑은 없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앞서 17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자격으로 브리핑을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나 항구적인 평화정착, 그로 인한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라는 언급을 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의미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현재에도 ▲종전선언 ▲평화선언 검토 ▲미북수교 등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역시 의제와 합의사안 등에 대한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25일 출입기자들에게 "언론사의 자체 전망기사는 가능하지만 범정부 관계자 멘트를 인용한 보도는 남북간 협의와 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합의사안, 일정 등은 공식 브리핑 이전까지 청와대·정부·협상대표단·여권관계자·정부 소식통 등의 명의로 보도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때문인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지난 23일에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주요의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의원은 "정부는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국가·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규정한 북한 헌법 등 관련 법규 개정을 요구해야 하고,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화하겠다는 관련 규정들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