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에 김제동이?" 7년 만에 MBC 재입성밀려났던 기자들 원대 복귀‥'폴리테이너 족쇄'도 풀려
  • '보복성 인사'와 '업무 배제'. 최승호·이우환·한학수 PD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손석희 아나운서가 '100분 토론'에서 하차했을 때 MBC 내부에선, 소위 좌성향 인물들이 인사에서 '물을 먹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패널이었던 김제동이 지상파에서 사라지고, 개그우먼 김미화가 라디오 DJ에서 '잘렸을 때에도' MBC 경영진이 일부 출연진을 상대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취임 첫날, '간판 앵커' 모조리 물갈이


    지난해 말 MBC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최승호 PD는 복귀 첫날부터 뉴스프로그램 간판 앵커인 배현진·이상현·천현우·김수지 앵커를 모두 내치는 칼자루를 휘둘렀다. '보복성 인사'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조치였다.

    "구 체제에서 MBC뉴스는 대단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국민을 오도한 뉴스였습니다. (배현진 아나운서는)그런 뉴스의 중심에 있던 인물입니다. MBC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는 상황에서 또 다시 그 분이 뉴스에 출연하거나 중심에서 활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앞으로 그 분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분과 일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MBC에 돌아오기 전부터 배현진 앵커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던 최승호 사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배 앵커를 뉴스 프로그램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나가라는 '해고 조치'나 다를 바 없었다. 최 사장 취임 이후 배 앵커를 포함한 80명의 직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보도국장은 중계차PD로 쫓겨났고, 보도국 부국장과 부장들은 스포츠국으로 발령났다. 이들은 모두, 오래 전 언론노조 주도 총파업에 불참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파업에 불참했거나 당시 입사한 경력기자들에게 6년 만에 '보복성 유배'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김미화, 올림픽 중계석 깜짝 등장


    지난 2월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방송에 개그우먼 김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한지 7년 만에 MBC에 복귀한 김미화는 박경추 MBC 아나운서 등과 함께 개막식 해설을 맡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이날 김미화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잘 안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텐데 그분들은 진짜 평창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 계셔야 한다"며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올림픽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인 말을 해도, "아프리카 선수들은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 해봤을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해도, 아무도 이를 나무라거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울리지 않는 해설이었다"고 질타를 하는 건 네티즌 뿐이었다. 내부에서도 재미나고 색다른 해설이었다는 칭찬들만 쏟아졌다.

    김미화의 깜짝 기용은 말 그대로 이벤트성 조치에 불과했다. 해직 기자들의 복귀를 필두로, 오랜 기간 현장 바깥에 있던 기자들이 주요 부서로 재배치됐다. 대신 전임 사장(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 하에서 중용됐던 기자들은 전원 '한직'으로 밀려났다. 당한 만큼 되갚아주겠다는 식의 '보복성 인사'가 잇따랐다. 심지어 사측은 '정상화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언론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온 경력기자들을 안팎으로 옥죄는 특별 감사를 단행했다. 상당수 경력기자들이 "이메일 사찰을 당했다"며 사측과 감사국을 형사 고발했지만, 이같은 강공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지는 미지수다.

    김제동도 '보복 악순환' 대열 합류할까?


    김제동도 돌아왔다.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이후 7년 만에 지상파에 복귀한 김제동은 매일 오전 7시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를 통해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제동은 지난 9일 첫 방송에서 "서로 서로 작은 불빛이 돼주면 좋겠다"며 "오늘부터 매일 아침 기다리고 있겠다. 함께 가자"는 오프닝 멘트로 자신의 복귀를 자축했다.

    김제동의 복귀는 김미화보다 더욱 자극적이다. 오랫동안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정치인 이상으로 정치적 발언을 많이 내뱉었던 그였다. 방송가에서 '블랙리스트'란 말이 나돌 때 가장 많이 거론됐던 인물도 바로 김제동이었다. 워낙 반대 진영을 향해 가시돋힌 말을 많이 했던 터라, 미운 털이 가장 많이 박힌 연예인일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제동의 '지상파 복귀'는 MBC가 달라졌고, 마침내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공표나 다름 없었다.

    최근 보도 되는 뉴스들도 그렇고, 최승호 사장은 직원들에게 확실한 색깔을 요구하는 눈치다. 그는 "기계적 중립은 굉장히 소극적인 방식일 뿐 아니라 면피성 보도에 불과하다"고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정치색이 뚜렷한 김제동을 아침 DJ로 낙점한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사 흥신소'라는 새 코너가 목요일 방송으로 편성됐다. 전현무·노홍철·이석훈 등 전임 DJ들과는 차별된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김제동의 복귀를 두고 청취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엔 '찬사일색', 돌아온 김제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는 반면,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우려'과 '기대'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달린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건 오로지 김제동 자신의 몫이다. 보복 인사가 되풀이 되는 악순환 속에 소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그다. 김제동 역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질타하는 '서슬 푸름' 대신,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포용하는 아량을 베풀어 보는 건 어떨까. 공정방송은 '누구에게만이' 아닌 '모두에게' 공정한 방송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