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 사인에게 나눠줘…국정 혼란 책임자"
  • ▲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질서의 혼란을 가져온 책임자"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직권남용·모금 강요 등 18가지 혐의를 받아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6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 행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순실씨와 공모해 기업들에 재단 출연을 강요하고 사기업 경영진을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등, 권한을 남용해 기업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누설하면 안 되는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하게 했으며, 삼성과 롯데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SK에 89억원 상당의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해 공무원제의 근간을 훼손했으며,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에 보조금을 배제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다수 문화예술인들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았고, 관련 직원들은 직업적 양심에 반하는 업무를 고통스럽게 수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혐의는 다음 18개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현대차그룹 KD코퍼레이션 납품계약,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롯데그룹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포스코그룹 펜싱팀 창단 △KT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 △GKL 에이전트 계약 △삼성 영재센터 후원 △롯데그룹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Sk그룹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삼성 정유라 승마 지원 △삼성 영재센터 후원 △삼성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KEB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 △CJ그룹 부회장 퇴진 요구 △청와대 문건 유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문체부 실장 3명 사직 강요 △문체부 국장 사직 강요

    이 중 법원이 무죄로 인정한 것은 △삼성 영재센터 후원 △삼성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2개 뿐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국정은 혼란에 빠졌고,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이르렀다"며 "그 책임은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에게 부여된 지위와 권한을 사인(私人)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초로 과반수를 득표했음에도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을 방기했다"면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정유라에게 지원한 70억원 중에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게 없는 점과,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70억원이 반환된 점, 별다른 범죄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