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 연출, 안숙선 명창.ⓒ국립극장
    ▲ (왼쪽부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 연출, 안숙선 명창.ⓒ국립극장
    "원작이 주는 감동을 오늘날 관객에게 더욱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신작 '심청가'를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창극 '심청가'는 국립창극단이 2012년 시즌제 도입 이후 목표로 삼았던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연출가 손진책(71)이 대본·연출을, 명창 안숙선(69)이 작창·도창(해설자)을 맡았다.

    앞서 국립창극단은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2011·2012),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2014), 이소영의 '적벽가'(2015), 고선웅의 '흥보씨'(2017) 등 판소리 다섯 바탕 중 네 바탕을 선보인 바 있다.

    2013년 3월부터 국립창극단을 이끈 김성녀(68) 예술감독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청가' 제작발표회에서 "이 시대 창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전의 마음으로 6년 여간 오바탕 작업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1일 임기가 끝날 줄 알고 남편(손진책)을 초빙한 것인데 임기가 연장돼 이 자리에 함께 나와 쑥스럽다"면서도 "손 연출은 그 동안 다양한 '심청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 (왼쪽부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 연출, 안숙선 명창.ⓒ국립극장
    당초 국립창극단은 우리나라 최초 여류 명창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진채선'(가제)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배삼식 작가가 대본 작업을 하기로 했지만 개인적인 아픔을 겪으면서 글을 못 쓰겠다고 해 무산됐다.

    김 예술감독은 "이번 '심청가'는 안숙선 선생님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이라며 "판소리는 소리꾼이 평생 갈고 닦은 고통과 역경의 결정체이다. 소리로 귀를 씻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소리의 눈을 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예술감독의 남편인 손진책 연출은 판소리 '심청가'의 사설을 30여 년 넘게 연구했으며,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수차례 제작해왔다. 그는 안숙선 명창과 함께 5시간이 넘는 원작의 사설 중 핵심 내용만 압축해 2시간여 분량의 대본으로 다듬어주고, 주요 대목을 합창으로 변형시키는 등 소리를 재구성했다.

    손 연출은 "개인적으로 다섯 바탕 중 '심청가'를 가장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를 수 있다. 국립창극단이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서구 리얼리즘에 판소리가 가미된 현대적 창극을 선보여왔다면, 저는 판소리 위주의 창극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판소리는 북 소리에 맞춰서 하는 1인 공연 형태라면, 창극은 완성된 장르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출·장식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미니멀하게 소리만 돋보이게 작업하고 있다. 아름다운 '심청가'의 소리를 오롯이 전해서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정수를 들려주 싶다"고 전했다.


  • ▲ (왼쪽부터)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 연출, 안숙선 명창.ⓒ국립극장
    수많은 창극의 작창을 맡아온 안숙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다. 소리꾼으로는 드물게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했다. 안숙선과 손진택은 창극 '심청가'를 통해 우리 소리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안 명창은 "판소리는 정지돼 있는 게 아니라 한없이 나아간다. 판소리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몸짓, 음악, 색깔 등을 담아낼 수 있다.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극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5∼6시간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2시간에 압축하다 보니 도려낸 아까운 소리가 많다. 그러나 드라마가 엮어지는 장면은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다.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장면, 박씨 부인이 심청을 두고 죽는 장면 등 눈대목(하이라이트) 등은 빼놓지 않고 잘 배치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창극 '심청가'는 200편이 넘는 창극·오페라·뮤지컬·연극 등의 무대를 디자인한 이태섭이 모던한 무대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연극 '햄릿' 등에서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였던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다. 아쟁 명인이자 남도 음악에 능한 이태백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국립창극단 창악부장 유수정이 도창으로 캐스팅돼 안숙선 명창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 민은경이 '어린심청', 이소연이 '황후심청'을 나눠 연기하며 김금미는 '뺑덕', 유태평양은 '심봉사' 역으로 출연한다. 

    [사진=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