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안전등급 D등급 받은 주차장을 꽃길로? 안전은 둘째 치고 화물운반은 어쩌라고"
  •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양상가 3층 보행데크 위로 운송차량이 드나드는 모습.ⓒ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양상가 3층 보행데크 위로 운송차량이 드나드는 모습.ⓒ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서울 중구 화훼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이 서울시의 도심재생사업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시가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하기는커녕 탁상행정으로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상인들의 분노는 27일 박원순 시장이 '다시세운 프로젝트' 홍보 차 서울 중구 세운상가 일대를 찾은 자리에서 표면화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중구에 위치한 PJ호텔에서 '낙후된 인쇄골목을 창작 인쇄산업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다시 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다시 세운 프로젝트'는 7개 건물로 구성된 세운상가군과 그 주변을 1~2단계별로 나눠, 주변 환경과 접근 편의성을 개선하는 도심재생사업 가운데 하나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1단계로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를 공중보행교와 보행데크로 연결한 데 이어 추가로 523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 4월까지 세운상가군 전체 건물 1km를 연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객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삼풍상가~PJ호텔~신성상가~진양상가를 공중보행교 및 보행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진양상가 화훼상인들의 반발은 세운상가군 7개 건물 전체를 보행길로 연결하는 내용을 담은 보행네트워크 사업 부분에서 터져 나왔다. 진양상가 3층 인공데크는 꽃상가 운송차량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으로, 안전등급 D등급의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될 만큼 건물 노후화가 심각하다. 

  • ▲ 서울 중구 진양상가 3층 보행데크 시설물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있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서울 중구 진양상가 3층 보행데크 시설물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있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서울시는 보수 및 보강을 통해 주차장을 없애고 꽃길을 만들어 시민들이 퇴계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는 “기존 화물차량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진양상가 3층 데크는 전망대와 시민 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이는 꽃상가 상인들의 통 큰 양보로 결정된 일”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말은 시의 설명과 전혀 달랐다. 상인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보행로에 수백억원을 들여 전망대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진양꽃상가에서 근무하는 상인 최씨는 "개발 취지는 좋은데 상인들을 다른 곳에 이주시키든가. 지금 D등급이라 무너진다고 난리인데 무슨 꽃길 타령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상인들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북에서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따져 물었다.

    박 시장은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이후에 다시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 ▲ 27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시세운 프로젝트' 사업 계획 발표를 위해 중구에 위치한 진양상가 일대를 찾은 모습.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이 격렬히 항의해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27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시세운 프로젝트' 사업 계획 발표를 위해 중구에 위치한 진양상가 일대를 찾은 모습.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이 격렬히 항의해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상인들은 안전 우려 말고도 '운송 문제'를 들어 서울시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꽃상가 운송 차량이 드나들던 3층 주차장이 폐쇄되면 차량 운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곳 상인 이모씨는 "여기는 도매시장이라 차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소매시장도 아닌 여기에 누가 개인적으로 꽃을 사러 오겠으며 차가 드나들지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꽃을 운송하라는 말이냐. 이건 상인들 다 죽으라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서울시는 꽃상가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화물엘리베이터 3대, 일반엘리베이터 1대(기존 2대 폐쇄), 전망대행 엘리베이터 1대를 추가 설치하고, 주변 건물에 주차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인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상인들은 "여기에 꽃상가가 몇 개이며 시간당 평균 30대의 차량이 드나드는데 엘리베이터로  화물 운반은 어림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 이씨는 "국책사업 전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상인들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방문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작 진짜 상인들 의견은 듣지도 않고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 선거운동하러 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40년 가까이 진양상가 일대에서 근무했다는 상인 김씨는 "가건축물을 수백억원을 들여 보수한다고 하는데 분명히 무너진다고 본다"며, "박 시장에게 편지를 5통 썼는데 전달이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는 악수할 수 있는 구청장, 시장이 이럴 때는 한번 만나기가 이토록 힘들다"며, "서울시에서 발표한 세운상가 시뮬레이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