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600명 불과...미 대사관 돌면서 反美 구호, ‘사드 배치 반대’ 요구도
  • ▲ 3·24평화촛불추진위원회가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3·24평화촛불추진위원회가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주말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한미 전쟁 연습 중단’, ‘사드 배치 반대’ 등을 요구하는 反美 구호로 얼룩졌다. 특히 일부 참석자는 ‘미국 놈’, ‘트럼프는 한반도 식민지화에 먼저 사죄해야 한다’ 등의 친북 반미 성향 발언을 노골적으로 내뱉어, 집회의 성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3·24평화촛불추진위원회는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한미군사연습 및 북한 핵실험 중단,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당초 주최 측은 2천명을 예상했으나, 촛불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모인 인원은 600여명에 그쳤다.

    촛불집회에 모인 인원은 이전 집회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규모에 그쳤지만, 초청 연사의 면면은 화려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규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를 비롯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각 종교단체 인사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미국 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죄' 등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선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죽음의 구렁으로 만든 놈들이 바로 미국 놈들이다.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문제를 말하려면 먼저 한반도 식민지화를 사죄해야 한다.”

    백씨는 “나는 대통령이란 호칭은 대통령 구실을 해야만 붙인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우리 7천만 민족의 문제, 우리 목숨의 문제니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며, 북한의 주장을 빼다 박은 듯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 ▲ 촛불추진위는 이날 저녁 8시부터 주한미국대사관을 둘러싸고 행진을 시작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주한미국대사관.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촛불추진위는 이날 저녁 8시부터 주한미국대사관을 둘러싸고 행진을 시작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주한미국대사관.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문규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북한은 3·6 남북합의에서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면서 "향후 북미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70년 이상 옭아맸던 분단의 사슬이 끊어지는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상임대표는 "북한이 얼마나 대단한 제안을 할지 흥분을 면할 길이 없다"며 "대결과 소모의 역사로 점철된 한반도의 역사에도 가슴 벅찬 평화의 빛이 비추고 있다"고 했다.

    좌파 성향 집회 단골메뉴인 ‘사드 배치 철회’ 요구는 이날도 어김없이 나왔다. 

    김성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대위 교무는 "사드는 전쟁을 부르는 무기체계"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우리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사드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올라온 할머니들도 연단에 올라 "악몽 같은 공권력의 폭력으로 결국 사드는 소성리에 똬리를 틀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남북대화 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드를 뽑는 길만이 소성리와 김천이 사는 길이고, 한반도가 사는 길"이라며  '사드 뽑고 평화 심자'는 구호를 외쳤다.

    변희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도심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은 억압과 착취를 가장 밑바닥에서 받아왔다. 노조 활동만으로 빨갱이로 매도되고 탄압받았다. 그 탄압으로 한상균 전 위원장이 구속돼 아직도 감옥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한상균은 빼앗겼지만 노동자 민중을 짓밟고 죽이는 2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노동계의 성과로 꼽았다. 

    촛불추진위는 본 집회가 끝난 뒤 주한미국대사관을 한 바퀴 돌며 ‘평화협정 디딤돌 삼아, 통일로 나아가자’, ‘전쟁연습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 ▲ 국민계몽운동본부가 24일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계몽운동본부가 24일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우파 단체들이 주도한 태극기집회도, 서울역 광장 및 덕수궁 대한문 등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국민계몽운동본부·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열고,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파 단체들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천안함 폭침 8주기 추모행사도 열었다.

    국본 대표를 맡고 있는 도태우 변호사는 "청와대는 노골적인 체제 변혁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내놨다"며 개헌안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행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개헌을 통해서도 바꿀 수 없는 ‘헌법핵’임에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과 같은 반 민주주의적 요소가 개헌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토지공개념은 수용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것을 국유화 하는 공산국가로 가는 길이다. 공무원 파업을 무제한 허용하고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를 직무에만 한정시킨다고 한다. 종북 주사파 세력이 영구 집권하는 길을 열어가려는 의도다."

    유관모 구국동지회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주적 김정은에게 상납했다”, “그들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 살인마 김영철을 영접해 국민 모두의 공분을 샀다”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면서 울분을 토했다. 

    시민들은 본 집회가 끝난 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천안함 46용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