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여성을 성폭행?"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가 범인..영화계 '충격'

여성 퀴어 영화 제작해온 B씨, 3년 전 동료 감독 '준유사강간'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06 21:48:17


최근 SNS에 해시태그(#MeToo)를 달고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 영화감독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수년 전 '동성'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독립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A씨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태그를 단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린 뒤 2015년 초,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아픈 기억을 담담히 써내려갔다.

A씨는 "얼마 전 한샘성폭력 사건을 다룬 한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폭로다'라는 말을 접하고 가슴이 쿵쾅거렸다"며 폭로 이후에 일어날 파장이 두려웠지만,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한 여성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2015년 봄,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지난해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며 관련 기사(뉴스토마토)를 링크시켰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10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영화감독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심 재판부는 "유사성행위 당시 피해자 A씨는 만취해 의식을 잃거나 정상적으로 성적 자기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B씨도 미필적으로나마 이 같은 상태를 알면서 이를 이용해 유사성행위를 했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그러나 그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 B씨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된 홍보 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고, 심지어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까지 받았다"며 "이같은 가해자의 행보는 나에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과 연관시키고, 내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자신의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기성 영화 감독이자 이 사건의 배경이 됐었던 한 학교 교수는 가해자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는 수차례 나를 불러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여자들끼리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가해자를 불러줄테니 한대 패고 끝내면 안되겠냐', '기자들이 알면 큰 일이다', '학교에 불명예다'라고 말하며 끝없이 고소 취하를 요구했고, 형사사건이라 취하가 안된다는 제 말에 '자신이 검사를 만나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A씨는 "'절대로 다른 교수들에게 알리지 말라'던 그 교수는 급기야 가해자쪽 증인으로 나와, 내가 평소 행동이 발칙하며 내가 만든 영화에 성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고, 이는 고스란히 가해자쪽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A씨는 "어떻게 사건 당일에 있지도 않은 그 교수가 증인으로 재판에 설 수 있는지, 설사 내가 레즈비언이고 성적 호기심이 많다고 한들 그게 성폭행을 당해도 되는 이유가 되는지 답답함이 컸지만, 그러한 터무니없는 물타기식 주장이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재판부를 믿었고 그렇게 판결 선고는 확정됐다"고 말했다.

A씨가 용기를 내 이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자, 이번엔 A씨의 남자친구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남자친구 C씨는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곳에 글을 쓴다"며 지난 2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C씨는 "독립영화감독인 제 약혼자는 지난 2015년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가해자는 같은 영화학교 동기였던 OOO"라면서 "가해자 역시 여성이라 처음엔 신고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험난했었다"고 밝혔다.

C씨는 "여성 간의 성폭력이 매우 드문 케이스라 만류한 변호사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는 '준유사강간' 죄명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강간한 이 사건은 가해자가 여성이라 직접적인 성기의 삽입이 아니어서 유사강간이라는 죄명이 씌워졌다"고 말했다.

C씨는 "문제는 가해자인 OOO였다"면서 "영화감독인 OOO는 반성의 기미없이 최종심이 선고된 이후에도 아무일 없는 듯 공식 대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웃기는 점은 여러 영화상을 수상하던 그 당시는 이미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C씨는 "이 뻔뻔함을 더 이상은 못참아 제 약혼자는 아무도 안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글을 썼고, 이렇게라도 하니 후련하다며 실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약혼자로서 저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엠팍에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심경고백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OOO라고 합니다. (늘 눈팅하고 간혹 글도 썼는데, 사안이 중한만큼 실명을 밝힙니다.)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곳에 글을 씁니다.

독립영화감독인 제 약혼자는 지난 2015년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는 같은 영화학교 동기였던 OOO입니다. 가해자 역시 여성입니다. 이 때문에 처음 신고에 이르는 과정도 험난했습니다. 여성 간의 성폭력이 매우 드문 케이스여서 만류한 변호사도 있었고요.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는 '준유사강간' 죄명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강간한 것인데, 가해자가 여성이라 직접적인 성기의 삽입이 아니어서 유사강간이라고 했습니다. (쓰는 와중에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결과적으로 지난 2017년 12월, 3심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형량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교육이수 40시간이었습니다. 여성 간의 성폭력에 유죄가 선고된 거의 최초의 사례입니다.

문제는 가해자인 OOO입니다. 영화감독인 OOO는 반성의 기미없이 최종심이 선고된 이후에도 아무일 없는 듯 공식 대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 충무로의 신예감독이라며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였습니다. 웃기는 점은 여러 영화상을 수상하던 그 당시에 이미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이 뻔뻔함을 더 이상은 못참겠어서 제 약혼자는 아무도 안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글을 썼고, 이렇게라도 하니 후련하다며 실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약혼자로서 저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엠팍에 글을 씁니다. 담벼락에 돌맹이라도 던지는 심정으로요.

가해자의 뻔뻔스러운 작태 말고도 이 판결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여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에 비해 형량이 너무나 가볍습니다.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간의 사건이라면 강간미수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는 것에 비해, 피해자가 어떤 합의도 해준 바 없고, 구체적인 가해자의 피해구제 노력이 없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여성 간의 성폭력 사건이라서 죄를 가벼이 보아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쉬울 따름입니다.

또한 이 사건에는 최초신고 이후부터 깊숙하게 개입한 제 3자도 있습니다. 해당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인 영화감독 OOO입니다. 이 사람은 초기부터 끊임없이 고소취하와 합의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사건무마를 위해 피해자인 제 약혼자를 압박한 자입니다. 급기야는 중립을 고수해야할 스승의 신분을 망각하고 사건무마를 위해 가해자 쪽에 유리한 증언을 위해 1심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 자가 제 약혼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했던 끔찍한 말들 가운데 하나가 "난 여자들끼리 그런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였습니다. 찢어죽일... 하....

그밖에도 1심 재판 중에 가해자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했던 허위주장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제 약혼자가 동성애적 성향이 있었다거나, 성적호기심이 왕성했다거나, 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 자신이 위로해줬다거나 하는 식의 주장이었습니다. 다행이 저희를 잘 아는 주변 지인 분들이 발벗고 나서서 진술서도 써주시고 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추잡한 인간 본성의 끝을 본 악몽의 순간이었습니다.  

엠팍을 모니터링하시는 기자님이 있으시면 간곡하게 연락을 기다립니다. 관련된 모든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뻔뻔하게 활보하고 있는 가해자를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유죄판결이 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저 역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이제는 그 끝을 보고 싶습니다.』

'동성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 감독의 절절한 피해 호소문이 파장을 일으키자 영화계에서도 늦게나마 B씨의 잘못된 처신을 문제 삼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문제의 영화감독'에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이란 큰 상을 안겼던 여성영화인모임은 지난 5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여성영화인모임은 지난 여성영화인축제에서 부문상을 수상한 A씨의 수상을 취소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도 같은날 성폭행 가해자로 확정된 영화감독 B씨를 '영구 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제공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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