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커가 터질 듯한 강렬한 사운드와 직설적인 화법, 화려한 헤드뱅잉과 응축된 분노를 폭발시키는 샤우트 창법, 화끈한 육두문자에 손가락 욕까지. '여성판 미생'으로 불리는 연극 '헤비메탈 걸스'가 직장인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헤비메탈 걸스'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대상자에 오른 30~40대 여직원 4인방이 새로운 사장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괴팍한 두 남자에게 한달 만에 헤비메탈을 배우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헤비메탈 걸스'는 소시민들이 직장 생활에서 겪은 애환을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헤비메탈 음악을 통해 조목조목 잘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주일간의 프리뷰 기간을 거친 '헤비메탈 걸스'는 인터파크 평점 9.3점을 받으며 현재 인기리에 순항 중이다. 관객들은 "지금 내 모습같아서 눈물도 쏟았다가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도 확 풀었다!",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같은 직장인으로서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정말 좋은 공연", "마지막 10분은 세상을 향한 당당한 외침 같았다" 등의 훈훈한 관람후기를 남겼다.

    '김수로 프로젝트' 16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헤비메탈 걸스'는 2013·2014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명실공히 대학로 최고의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한 김수로와 작품에 매료돼 생애 첫 제작 프로듀서를 맡은 강성진이 의기투합해 의미를 더한다.

  •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 열린 연극 '헤비메탈 걸스' 프레스콜에서 김수로는 "예전에 대학로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고 좋았다. 그런데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제작사나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앙코르 공연이 안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상업성 위주로 가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상처를 받았다"며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멋진 남자 조연들이 받쳐주면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믿었다. 많은 관객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었다"며 '헤비메탈스 걸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또, 김수로는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다. 배우들이 인쇄소에서 도장 찍듯이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가내수공업처럼 장인정신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연극은 솔직하다. 무대 위에서 그간의 연습과 집중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작품이 잘 돼서 좋은 여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극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전직 헤비메탈 밴드 웅기 역의 강성진은 이번 작품에서 제작PD도 겸하고 있다. 강성진은 "프로듀서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친구 김수로의 모습도 좋지만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배우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 공감돼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PD에 대해 "솔직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팀 분위기를 이끄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부분의 배우들은 "여자들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계에서는 느와르, 액션, 코믹, 우정 등 남자배우를 위한 극은 차고 넘치지만 여배우를 위한 작품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 '위키드', '마타하리', '친정엄마', 연극 '꽃의 비밀' 등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헤비메탈 걸스 보컬이 된 '주영' 역의 한세라는 "극중 임산부, 시집 못간 여자 등의 캐릭터들은 상징적이다.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라 진심을 담아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로, 강성진, 박정철, 김로사, 한세라, 문진아 등의 뉴캐스트와 김동현, 김결, 박지아 등 초·재연 배우들이 열연하는 연극 '헤비메탈 걸스'는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6월 12일까지 공연된다.

  •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