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장병완도 "통합 논의 반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흔들'
  • ▲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권통합'에 대한 입장차를 놓고 벌어졌던 국민의당 내홍이 일단락된 가운데, 국민의당의 취약한 내부 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한 차례 큰 갈등을 겪었던 국민의당 내부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득실을 얻었느냐를 놓고서도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박주선, 安 지지자들로부터 감사·격려 전화 쇄도

    최고의 정치적 승리를 얻은 것은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통합'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일관해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신당의 선명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권에 다시 한 번 통합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폭탄을 던지고 이에 당내 일부 인사가 솔깃해하는 반응을 보이자마자 강행군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3일 오전 SBS라디오 〈전망대〉 출연을 시작으로 같은 날 오후 채널A와 연합뉴스TV에 출연했고, 4일에도 교통방송라디오 〈열린아침〉과 저녁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이틀 사이에 다섯 개의 언론 인터뷰를 잡으며 "통합 반대"의 목소리를 누구보다도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제안의 의도를 "국민의당 무력화를 노리는 정략적인 꼼수고 정치적 술수"이며 "총선의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 책임을 모면하고 회피하기 위한 술책으로 이런 주장을 한 것"이라고 정확하게 짚어냈다.

    동시에 그러한 뻔한 술수에 휘둘리는 당 내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깊은 검토와 진단을 하지 않고 즉흥적인 반응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보니 언론에서는 이미 국민의당 내부가 교란이 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이라며 "김종인 대표의 정치적 술수에 우리 당이 흔들린다고 하면, 신당 창당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와 집념 결여"라고 꾸짖었다.

    '신당 창당의 초심'을 상기시키는 박주선 최고위원의 초지일관에 전통적인 '안철수 지지자'들도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박주선 최고위원 측의 관계자는 "사무실로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며 "통합에 반대하는 박주선 최고위원의 단호한 입장에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전화"라고 전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4일 저녁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나서면서 "내 의견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며 "우리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뜻이 100% 관철됐음을 시사했다.

    향후로도 박주선 최고위원의 당내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대표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과 함께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못박은 가운데, 박주선 최고위원도 일찌감치 "(친노패권주의로) 청산해야 할 대상과 연대를 왜 하느냐"고 주장해 온 바 있다.

    특히 박주선 최고위원은 수도권 연대를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민주화가 된 이후에 다당제 체제가 들어설 때에는 여당이 절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야권의 정체성과 정통성 그리고 앞으로 기대가능성을 놓고 어디가 야권을 대표하는 정당이냐를 심판받게 되면 분열의 효과보다는 다당제 효과가 더 큰 결과로 도출될 것"이라는 반박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통합·연대를 무기로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가해올 압박에 대해 안철수 대표에게 이론적인 반대의 근거를 제시해줄 수 있는 인물이 박주선 최고위원 뿐이라는 점을 들어, 국민의당 내부에 안철수~박주선 쌍두 연대 체제가 새로이 성립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에 양윤녕 사무부총장이 임명되는 등, 박주선 최고위원 측 인사의 당직 전진 배치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눈에 띈다.

  •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김한길, 당내 역학 구도에서 고립… 정치적 내상 심각

    반면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일련의 갈등 속에서 큰 정치적 내상을 입으며 패자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야권 내부의 대표적인 전략가이자 창당 전문가로서, 현재 국민의당으로 탈바꿈한 '안철수 신당'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갈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이번 내홍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더민주에 통합시키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김한길 위원장 측은 "김종인 대표와 (독립) 공천 기구 논의는 물론 (야권통합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국민의당 입당도 거부한 채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최재천 의원이 김한길 위원장의 메신저가 돼서, 김종인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는 더민주 박영선 의원과 '내통'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또, 더민주 서울 광진갑 무공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김한길 밀약(密約)설'이 회자되는 등 온갖 음모론이 되살아나게 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의 리더십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됐다는 평이다. 실제로 4일 이상돈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제기된 취재진의 질문 중에서는 "김한길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인 체제로 갈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 때문인지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야권통합' 논의에 반대하기 위해 당사로 몰려든 안철수 지지자들의 집중적인 타깃이 됐다. 김한길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할 때 "똑바로 하라"는 고성도 들려왔다.

    갈등 과정에서 김한길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의원들 상당수가 입장을 달리하게 되면서, 당내 역학 구조에서 고립되게 된 것도 부담이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4일 오전 열렸던 선대위원 비공개 간담회에서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호남에서 이러다가는 다 뒤집어진다"고 했으며, 장병완 의장은 "친노패권과 낡은 진보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반감이 여전한데, 통합을 꾀한다면 정치 도의가 아니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에 따른 당연직 최고위원인 두 사람은 김한길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그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마저 통합 논의에 반대하고, 저녁에 열린 의총에서는 거의 모든 의원들이 반대 입장으로 선회해 김한길 위원장이 혼자 고립되는 구도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1시간 30여 분 동안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진행되다가 김한길 위원장이 먼저 회의장의 자리를 비운 뒤 비로소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상황도 연출됐다.

  •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박지원, 천리 밖에서 '보이지 않는 승리' 챙겨

    이러한 김한길 위원장의 내상을 감안할 때, 이번 갈등 과정에서 '보이는 승리'를 거둔 것은 박주선 최고위원이지만 '보이지 않은 승리'를 거둔 인물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는 참석하지도 않은 채 천리 밖 목포에 머물면서 '보이지 않는 승리'를 챙긴 박지원 의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지원 의원은 4일 저녁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연석회의에 불참한 현역 국회의원은 박지원 의원과 황주홍 의원 단 둘 뿐이었다. 황주홍 의원이야 전남 영암·장흥·강진의 분리·해체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지역구에서 올라올 수 없다고 쳐도, 박지원 의원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그의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의외라는 평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그간 줄곧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외쳐온 박지원 의원의 입장에서 연석회의에 참석했을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의견을 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미리 의원단의 분위기를 파악해 '통합 반대'로 대세로 기울었다는 것을 간파하고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목포에 머물던 중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의 결론이 들려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뜬금없는 야권통합 제안에 이틀간 여덟 번 TV·라디오 인터뷰를 했다"며 "다행히 국민의당 의총에서 잘 정리됐다는 보도에 안심"이라고 짤막한 소회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