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전선’을 방치하는 게 대북 전략?
    남북 ‘민-관(民-官)교류’에 대한 넋두리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①“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토의를 거부하면서
    부당한 주장을 고집해 나섰다... 남측의 이러한 그릇된 입장과 태도로 하여
    이번 회담은 아무런 결실이 없이 끝났다... 북남관계는 조금도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②“일희일비하지 않겠다... 8·25합의의 모멘텀을 유지함과 동시에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③“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 등 문제에 대해 남한 당국에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다시 열고 싶다는 북한의 의지도 엿보인다.”

      첫 번째는 지난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북녘 선전매체들이 떠들어댄 것이다. 회담 결렬 이후 지속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께서 하신 말씀이다.
      세 번째는 ‘대한민국의 북한 전문가’라는 분의 논평이다.
    북녘의 현상을 북한식·평양식 기준과 논리에 의거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을 신봉하시는 박사님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런 유의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

  •   위의 언급한 내용들은 듣기에 따라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간, 특히 ‘햇볕’과 ‘6·15’나 ‘10·4’ 등등의 여러 전례에 비춰보면, 정답(?)이 나온다.
      ①돈 갖다 바치면서 무릎 꿇고 빌면 잘 될 걸, 뭔 고집을 피우나.
      ②그간 어디 한 두 번인가? 퍼주기라는 말 듣지 않고 쪽 팔리지 않으면서 갖다 바칠 방법을
        다각적으로 고민·검토해 보겠다.
      ③거 봐! 내 뭐랬나. 버얼써 무릎 꿇고 갖다 바쳤어야지!

      여하간 목함지뢰 덕분(?)에 이산가족 상봉도 한 차례 했고,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 놈의 ‘돈’ 문제 때문에 도루묵이 됐다. 그런데도 이른바 남북 ‘민간교류’는 어찌된 일인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남북 ‘민간교류’라는 것은 남녘의 민(民)과 북녘의 관(官) 사이에 이루어지는
    ‘민-관교류’가 맞다. 때문에 과거에도 그랬고, 최근 북녘을 가고 오는 이들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는 아슬아슬하고 궁금한 것이 무지 많다.

  •   엊그제에도 북녘 개성(開城)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여성들의
    모임」이라는 긴 이름의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미 얼마 전에는 남녘의 천주님·부처님 뫼시는 분들이 북녘을 다녀왔다. 그리고 남녘의 노동자 대표들도 피양에 가서 북녘 노동자들과 축구시합을 했단다.

  •   헌데 북녘에 다녀온 남녘 단체·조직 및 그 구성원들 중 상당수가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아니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외치거나, 이에 동참·동조·동의, 또는 그들과 끈끈하게 연대(連帶)를 맺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농민·신부님·목사님·중님·아줌마 등등...

  •   그래서 좀 거칠게 풀면, 남북 ‘민-관교류’가 대한민국 또는 그 정부를 부정·반대하는 무리들과 남녘의 적화를 노리는 세습독재 똘마니들 간에 짝짜꿍이 되기도 해 왔다.
    즉 ‘성(城) 안의 적(敵)’과 ‘성(城) 밖의 적(敵)’들 간 합작이다.

      이분들은 북녘에 가면, 과연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하는 걸까?
    공개적인 일정 외에는, 또는 야심한 밤에는 어떻게 지내나?
    남정네들 중에 혹시 이산(離産)의 한(恨)을 남기고 오신 분은 없는가?

      최근에 이런 기사가 눈에 띈 적이 있다.
    “북한의 대남공작조직 225국에 포섭돼 지령을 받은 목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가맹조직의 간부 및 통합진보당 간부 출신 등과 지하조직 결성을 시도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북녘에 자주 가고 오는 분들은 평소 남녘에서 ‘인권’과 ‘언론의 자유’, ‘양심과 신앙’을,
    그리고 ‘민중 생존권 보장·쟁취’를 외쳐 왔는데... 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 평화와 민주화를
    늘 상 주창하고 있는데... 북녘에서 이런 말씀을 한번쯤이라도 해 봤을까?
    아니, ‘지상낙원(地上樂園)’에서야 전혀 쓸모없는 넋두리이니, 괜한 물음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 8년여 간 북녘을 오가며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했다는 한국계 캐나다 목사님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정권을 잡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 그건 아주 악입니다. 악 자체예요.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평양의 쇼 하는 모습은 10%도 안 되는 모습을 겉으로만 보시는 거고, 아주 공포정치가 돼 가지고 점점 더 심해집니다...” 등의 말씀을 2년 전, 그것도 해외에서 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분은 이로 인해 며칠 전 북녘의 법정(?)에서 지상낙원의 전복을 획책했다며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나.
      그러니 북녘에 올라간 남녘 분들이야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저 좋은 게 좋다고 하겠지. 실제 마음 속으로 존경하기도 하고...

  •   해가 바뀌어도 남녘과 북녘의 이른바 ‘당국 간’에 그 놈의 ‘돈’ 문제가 쉽게 해결날 것 같지는 않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아무리 손오공의 꾀를 내어 북녘에 공짜로 쥐어주려 해도 이미 학습된 국민들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녘 똘마니들이 남녘의 만만한 얼간이들에게 집요한 러브 콜을 보내는 가운데, 남북 ‘민-관교류’는 지속·확대될 듯싶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파괴하려는 무리가
    적(敵)과 내통할 수 있는 탄탄대로(坦坦大路)를 멀거니 깔아 줄 수는 없다.
      그런 ‘민-관교류’를 무한정 허용하면서도 이 나라를 온전히 보전하겠다는 것은
    허망한 코메디일 뿐이다. ‘스스로 무장 해제’ 또는 ‘자해(自害) 행위’에 불과하다.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외치며, 그리고 그에 동의·동조하면서도
    ‘남북화해·협력과 민족의 동질성’ 운운하는 것은 반역도(叛逆徒)의 위장된 책략에 다름 아니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알고도 모른 체 하는” 또는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으니 대충 넘어가는” 통 큰 자세가 전략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허나 만약 그런 것이 전략이라면, 대북정책은 왜,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북녘이 하자는 대로 맡기면 되지...

      남북간 ‘민-관교류’의 실상은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하며,
    대남 적화를 노린 ‘통일전선’ 책략과는 엄격히 구분해서 대처하는 게 맞다.
      이 나라 생존과 체제 보전이 남북관계 개선보다 앞선다고 믿는 것을 냉전적 사고라 한다면,
    기꺼이 냉전주의자가 되려는 국민이 과반은 넘을 거라 확신한다.

      그나저나, 며칠 후에 북녘의 어린 돼지가 읊어댈 신년사인지 쉰년사인지를 놓고,
    별별 오두방정을 떨어댈 남녘 얼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벌써부터 입맛이 씁쓸해지기 시작한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