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은 韓中 정상, 48분 회담 연장하면서 경제·안보 협력 논의
  • ▲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1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발효 추진과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양국 교역을 폭넓게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중국의 제조 2025 프로젝트를 연계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양국의 인증기준을 조율하고 로봇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기술·디자인과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해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제3국 진출 금융조달을 위한 협력기금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17건과 금융협력에 관한 합의문 1건에 공동 서명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

     

    ◆ 국산 쌀·삼계탕, 13억 식탁에 오른다

    주요 분야별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양국은 한-중 FTA 연내 발효와 비관세장벽 완화 등 양국 교역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사실상 협상이 마무리된 한-중 FTA는 현재 한국 내에선 추가 대책과 관련해 국회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중국은 국무원 심사 및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심의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양국 교역 확대를 위해 연내 발효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하자는 데 뜻을 함께 했다.

    두 정상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FTA 등 역내경제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양국 협력도 추진키로 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인 RCEP은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양국 정부는 올해 중 RCEP 타결을 목표로 그동안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가졌으나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중-일 FTA는 중국은 적극적인 반면 일본은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산 쌀과 삼계탕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와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한국산 쌀, 삼계탕에 대한 중국의 검역 검사 기준이 마련돼 두 품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 정부가 2006년 삼계탕, 2009년 쌀에 대한 수입을 요청한 뒤 각각 9년, 6년 만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 제조업 혁신·新산업 분야 협력강화

    한-중 양국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중국의 제조 2025 프로젝트 간 연계협력 MOU 체결 등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27억달러(3조원) 규모의 중국 로봇시장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협력 방안에도 합의를 이뤘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를 위한 한-중 산업협력단지도 지정키로 했다. 한국의 새만금과 중국의 산동성 연태시, 강소성 염성시, 광동성 등이 대상이다.

    이밖에도 한중은 소비자피해 공정거래를 혁신해 양국간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결하는 토대를 구축(소비자 보호 공정거래MOU)하고 혁신 창업 분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의 기술·디자인과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 개발과 금융조달을 위한 협력기금 설치도 추진된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채택된 '불법어업방지 공동합의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도 노력키로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간 연계를 강화키로 했다.

    한-중 양국은 기존 분업방식을 대체하는 양국기업 간 컨소시엄 입찰, 공동생산·공동투자 등 새로운 방식의 협력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양국은 현재 800억위안 규모인 ROFⅡ(투자한도)를 1,200억위안으로 확대하고, 한국 금융시장과 산동성과의 금융협력을 강화하는데도 합의했다.

    청와대는 "우리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되고 국내 창조금융 육성 경험을 중국에 전파해 우리 금융기관의 중국 진출이 확대되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커창 중국 총리를 청와대에서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커창 중국 총리를 청와대에서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 상하이 외환시장서 원·위안화 직거래 가능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중 정상회담 직후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쉬 샤오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만나 통화 및 금융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원화와 위안화의 직거래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출범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가능했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해외에서 원화가 직접 거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상하이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원화가 해외에서 직접 거래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상하이에서 원·위안화가 직거래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미국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화와 위안화를 바꿀 수 있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직거래시장 개설을 위해서는 국내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필요하고, 중국에서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설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표시 국채의 발행을 허용하고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내 채권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국채 발행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정부가 위안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최초다.

     

    ◆ "韓中 전략소통, 한반도·동북아 안정 기여"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리커창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중장기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올해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상무위원장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을 모두 만났는데,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두 나라 간의 전략적 소통과 한-중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일 열리게 되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되기까지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께서 적극 협조해 주셔서 감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리드 하에 중-한 관계가 긴밀해지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리커창 총리는 "저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한 두 나라의 각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님과 한국 정부는 그동안 중-한-일 3국 정상회의 체제를 회복하고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해 주셨고 이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우리는 중-한 관계의 진일보한 발전을 추진하고 중-한-일 협력을 강화하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오후 4시 52분에 시작돼 오후 6시 40분쯤 종료됐다. 당초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이 예정돼 있었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회담이 48분 연장됐다. 회담 직후 두 정상은 MOU 서명식에 참석한 뒤 환영 만찬을 가졌다.

     

  • ▲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 北核·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소통 강화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북핵(北核)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회담 후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방북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북핵 및 한반도 통일문제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서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지난 10일)에 맞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4년만에 방북(訪北)한 바 있다.

    리커창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류위산 상무위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사후 설명(디브리핑)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커창 총리의 방한은 지난 2010년 5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방한 이후 중국 총리로서는 5년 만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995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2005년 랴오닝성 당서기, 2011년 국무원 상무부총리 등의 자격으로 3차례 방한 적이 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들어 중국 내 서열 1, 2, 3위인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상무위원장 등 중국 최고위지도자들과 모두 만났으며 이 같은 양국 간 전례 없는 최고위급 수준에서의 전략적 소통강화는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는 물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장수 주중국대사, 김규현 외교·안종범 경제·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王毅) 외교부장, 쉬사오스(徐紹史)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완강(萬鋼) 과학기술부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장,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류전민(劉振民)외교부 부부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