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정연설서 침묵 시위… 조경태, 유일하게 기립박수

통진당 판박이, 그들 앞에 붙인 팻말 소름끼쳤다

野, 2년 전 통진당과 유사 시위, 박 대통령 '민생우선-국정화' 강조엔 무반응

김현중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10.28 17:30:38

▲ 지난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도중 삭발한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종이를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마치 2년 전 통합진보당을 보는 것 같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과거 통진당과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 시정연설에도 목석
(木石)처럼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인 채 팻말 시위를 벌인 것이다. 

앞서 지난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이후 첫 시정연설을 하던 날,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정당 해산 철회' 등의 손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쇄물을 모니터에 붙여놨다는 점은 차이가 있었지만, 행정부 수반 앞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는 행태는 종북(從北)정당 논란의 옛 통진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대통령의 세 번째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 곳곳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설 시작 두 시간 여 전부터 국회 곳곳에 배치된 경호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고, 야당은 시정연설에 참석하는 문제를 두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긴급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야당 일부 의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시정연설 불참 또는 중간 퇴장을 주장했지만 시정연설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뤄 야당은 '참석'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전 9시 55분. 시정연설을 5분 앞두고 본회의장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민생 우선',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쓰인 인쇄물을 들고 들어와 자신의 좌석에 놓여져 있는 모니터 뒷면에 붙이기 시작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 같은 손 팻말을 부착했지만, 조경태 의원의 모니터에는 이같은 인쇄물이 보이지 않았다.


▲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여당은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팻말을 떼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인쇄물 시위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야당을 향해 "시정연설에 인쇄물 시위를 벌이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철거를 당부했다.

야당이 버티자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 등은 "예의는 지켜야 할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국회의장 말도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들어왔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질세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등은 "민생우선(이라고 붙인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여야의 고성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둔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품격을 존중해 달라. 대통령이 오시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손 팻말을 떼어줄 것을 거듭 요구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시작된 이후에도 손팻말을 내리지 않았다. 야당의 구시대적 발상 행태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15분 늦게 시작됐다.


10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예상 외로 상당수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일어나 예의를 표한 것이다. 야당은 그러나 여당과는 달리 박수는 치지 않았다. 

특히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다가가는 순간까지 야당 의원들 중에 가장 오래 일어서 있다가 착석했다.

지난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입퇴장 당시, 야당 의석에서 조경태 의원이 유일하게 일어난 반면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공세를 펼치면서도 국민적 여론을 살피며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40% 후반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자리에 앉아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모습까지 보이면, 오히려 자신들이 비판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우원식 의원 등은 자리에 앉아 대통령의 입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야당은 일제히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연설을 듣는 대신 준비해온 현행 검인정교과서를 들여다보는 등 의도적으로 연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여당 의석에서는 박 대통령의 약 42분 동안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53회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야당은 단 한 차례의 박수도 치지 않았다. 제1야당이 대통령 앞에서,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준 낮은 '침묵 시위' 행태를 보인 것이다.

▲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단호했다. 연설 내내 여당-야당 의석을 번갈아 바라보며,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이 준비된 연설을 이어갔다. 민생법안 처리를 당부할 때면 야당 의원석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강한 어조와 큰 손짓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0시 49분쯤 민생법안 처리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절절히 호소할 때에는 다소 감정 북받친 듯 눈시울이 불거지는 듯 했다.

연설 직전 인쇄물 소란을 피웠던 야당의 기세도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연설 후반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언급할 때에도, 야당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당초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관련 발언을 한다면, 야당이 야유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묵 외에는 별다른 제스쳐를 취하지 못했다. 국민 비판을 의식한 탓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절절한 '민생 우선' 연설에 다소 기가 꺾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연설 중간중간 박수를 쳤던 여당 의원들은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 대목에서 가장 큰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김현중 기자

이날 정의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심상정 대표 등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입퇴장하는 길목에서 '국사(國史)보다 국사(國事)를 챙겨달라', '국정화 철회' 등이 쓰인 노란색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퇴장하자 문재인 대표, 백군기 의원 등 야당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진선미 의원 등은 시정연설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고, 이종걸 원내대표 우원식 이인영 의원 등은 자리에 앉은 채 박 대통령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정중한 자세로 박 대통령 바라보며 가장 오래 기립해 있었다. 

조경태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인쇄물을 부착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기립한 데 대해 "행정부 수반이국회에 오면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국회의장님도 인쇄물을 떼라고 수차례 말씀을 주셨다. 마지막에 기립박수를 친 것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인데,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가 주목받는 사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사회인가를 반증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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