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의 평화협정은 미군철수와 越南化 위한 책동

    정용석(코나스)   

  • ▲ 정용석 교수.
    ▲ 정용석 교수.

      20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한·일담당부차관보는 북한의 연이은 평화협정 체결 제의를 일축했다. 그는 “그런(평화협정) 논의에 나서는데 우리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9월27일 유엔총회연설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자고 했다. 이어 북한은 7일 로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고 17일 한·미정상회담 직후에도 거듭 평화협정 논의를 또 다시 촉구했다.
     
       북한이 평화협정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은 간단하다. 먼저 빼놓을 수 없는 노림수는 북한의 3차에 이은 4차 핵실험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허울 좋은 “평화협정”을 내세워 덮으려는 기도이다.
     
       다음으로 지적돼야 할 대목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선거전에 맞춰 미국내에 평화협정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만책략이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일부 국민들조차도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에 도사린 기만적 붉은 저의를 모른다. 그들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 순진한 반응이다.
     
       그러나 북한이 노리는 평화협정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이고 한국을 월남처럼 적화시키자는데 있다. 한국의 ‘월남화’를 위한 것 그것이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꺼내들기 시작한 건 41년 前이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회의는 1974년 3월25일 미국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 이 평화협정제의는 ‘남조선에 있는 외국군대는 유엔군의 모자를 벗어야 하며 가장 빠른 기간내에 일체 무기를 가지고 모두 철거한다’고 했다.
     
       또한 ‘남조선에서 모든 외국군대가 철거한 후 조선은 그 어떤 외국의 군사기지나 작전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제안하는 ‘조·미평화협정’은 저와 같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조·미평화협정 협상에는 남한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조·미 평화협정 협상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최종 서명에만 참여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74년 3월 미국 의회에 제안한 ‘조·미 평화협정’은 바로 1년2개월 前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미·베트남 평화협정’을 모방한 것이다. 미국은 1973년 1월 ‘미·베트남 평화협정’에 서명했고 그에 따라 주월미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 ▲ 월남 패망에 미국대사관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을 미군 헬기에 태우는 장면.(자료사진)
    ▲ 월남 패망에 미국대사관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을 미군 헬기에 태우는 장면.(자료사진)

       공산 월맹은 그로부터 1년3개월만에 월남을 간단히 무력으로 정복해 버렸다. 월맹은 미·베트남 평화협정 협상에 당사자인 월남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월남이 참석할 경우 주월미군의 철수를 반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서명에만 동참시켰다. 지난 17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도 미·북 평화협정을 촉구하면서 ‘조·미사이에 우선 원칙적인 합의를 보아야 할 문제’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조·미평화협정’은 조·미간의 문제이며 한국을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북의 의도가 변치 않았음을 반영한다.
     
       북한이 41년 동안 주장해온 미·북 평화협정 체결은 ‘미·베트남 평화협정’과 똑같이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고 한국을 제껴놓고자 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 ‘월남화’ 적화 책동임이 분명하다.
     
  • ▲ 바다를 떠도는 월남 피난민들 '보트피플'의 참상.(자료사진)
    ▲ 바다를 떠도는 월남 피난민들 '보트피플'의 참상.(자료사진)


       그래서 미국도 그동안 평화협정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으로 거부해 왔고 우리 정부도 그랬다. 2005년 9월 미·중·러·일·남북한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서도 평화협정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 공동성명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명기했다는 점이다. 직접 관련 당사국은 한국전쟁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북한 4자를 말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미국과 북한 둘만의 일이 아님을 명시한 것이다. 또한 9.19 공동성명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단순히 ‘평화체제’라고만 했다.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협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4개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중 체제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20일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화협정 “논의에 나서는데 우리는 관심이 없다”고 밝힌 것도 ‘월남화’를 위한 ‘조·미평화협정’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었다. 북한은 빤히 들여다보이는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비핵화 협정부터 체결하고 핵을 없애야 한다. 거기에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틀이 마련되고 북한도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이 열린다.(Konas)
     
      정용석 (단국대 명예교수 / 前 남북적십자회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