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인사 "야당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 '부적격자' 매도"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차기 KBS사장 공모자' 14명 중 6명을 '부적격자'로 치부, 해당 명단을 20일자 노보에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S본부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지원서를 제출한 인사 중 ▲강동순 전 KBS 감사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 ▲권혁부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이정봉 전 KBS 비즈니스 사장 ▲조대현 현 KBS 사장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 6명을 공영방송 사장 자격에 미달하는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KBS본부는 앞서 4대 직능협회 등과 함께 발표한 KBS 차기 사장의 '5가지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부적격 후보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본부는 이들 후보자들을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묶어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 이날 공표한 명단이 정치적으로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을 추린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KBS본부가 선정한 '사장 부적격자' 명단에는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조대현 KBS 사장도 포함됐다. 조대현 사장은, 야당은 물론 여당 측에서도 낮은 점수를 매긴, '실패한 인사'로 귀결된 인물이다.

    여권에선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의 불공정성과, ▲지난 2월 7일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를 통한 역사왜곡, ▲그리고 6월 24일 <뉴스9>의 '이승만 정부의 망명정부 추진 왜곡 및 조작 보도'로 선전선동의 장이 돼버린 KBS뉴스 등을 조대현 사장의 '결정적인 과오'로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조대현 사장을 '자격 미달'로 구분한 KBS본부의 발표에 '일견 수긍이 간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언론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인물일수록, 공영방송에 걸맞는 능력과 투지를 갖춘 인물일 수 있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앞서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은 기명 칼럼을 통해 "우파들에게는 언론노조가 배척하는 인물은 역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일종의 고정 관념이 있다"며 "과연 언론노조가 이번 지원자들 중 어떤 인사들을 반대하고 나설지 흥미로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언론계 중진 인사는 "오늘 노조가 발표한 명단을 봤는데 그쪽 입장에선 조대현 사장을 제외하곤 다들 '강성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며 "역으로 볼 때 차기 사장이 배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KBS이사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 830차 임시이사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다수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대현 KBS 사장을 사퇴시키고, 공개 토론회를 통해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자는 소수 의견도 지지표를 받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KBS이사회는 오는 21일 종전과 마찬가지로 다수결에 의해 최종 면접 대상자를 5배수로 압축·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 측 이사들이 보이콧에 나설 경우, '전형일'이 뒤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사회 관계자는 "이미 21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26일 표결에 붙이기로 합의를 끝낸 상태에서, 뒤늦게 '선임 일정을 연기하고 방식을 바꾸자'는 이사들이 있어, 내부적으로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라며 "모쪼록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이 원칙대로 공정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