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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님,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 창당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독립촉성회 부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 선생, 경무국장을 지내며 4·3의 혼란으로부터 제주도를 구해낸 유석 조병옥 박사, 초대 주미대사를 지내며 북괴의 남침에 맞서 미국과 유엔의 원군을 이끌어낸 장면 총리 등 공산주의에 맞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지지하고 지켜냈던 민주당 '창당의 아버지'들로부터 어언 60년, 당대표의 자리에서 이러한 뜻깊은 날을 맞이하시는 심정은 필시 감개무량하시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60년 민주 정당을 지켜왔던 당원들과 이 당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줬던 국민들이 대표님의 감개무량함을 오롯이 느끼고 있을는지는 의문입니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하편에 이르기를 지도자의 덕목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했는데, 대표님의 축사에 당원과 국민들이 함께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대표님이 울리는 풍악에 당원과 국민들이 기꺼이 춤출 수 있겠습니까.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신 지 불과 7개월. 18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년 기념식 영상에서 흘러간 신익희·조병옥·장면·박순천·윤보선·유진오·유진산·이민우·김대중 등 역대 당수들 중에서 대표님처럼 최단 기간에 당심과 민심을 전부 잃으신 사례가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근원을 따져올라가자면 신뢰의 문제입니다. 논어 자공편에 이르기를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습니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도자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잔수로 국민과 당원을 끊임없이 눈속임하려 드니 어떻게 대표로 설 수 있겠습니까.
대표님이 선출되신 지 두 달여, 당원과 국민들은 4·29 재보선을 통해 준엄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당원과 국민들은 대표께서 신뢰를 되찾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이튿날인 30일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해 만인을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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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의 이른바 '5·8 참사'와 그 뒷수습의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공갈'이라는 막말만 정청래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왔을 뿐 4·29 재보선 결과에 대한 자성과 성찰을 회피해 그러한 상황이 오게끔 몰아간 것은 다름 아닌 대표님입니다. 525만 호남인의 성원을 얻어 2·8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자로 선출된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 도중 사퇴를 선언하며 나가게끔 만든 것은 대표님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친노패권주의의 결과였습니다.
이 때문에 대표님은 5월 18일 광주를 시작으로 수차에 걸쳐 주승용 최고위원과 독대했습니다. 지난달 23일의 오찬 회동에서는 세 가지 약속까지 하며 복귀를 설득했습니다. 당시 두 분이 약속한 세 가지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복귀한다 △계파패권주의 청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혁신이 당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에 책임을 절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중에 지켜진 것은 주승용 최고위원이 복귀한다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대표님은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위해 노력하지도, 혁신의 미흡에 대해 책임을 절감하지도 않았습니다. 조직을 동원해 16일 중앙위를 친노 중앙위원들로 채워놓고, 누구나 미흡하다는 혁신안을 제대로 된 찬반 토론도 없이 박수로 가결시켰습니다. 이것이 계파패권주의 청산을 위한 노력입니까. 이것이 혁신의 미흡에 책임을 절감하는 사람의 행동입니까.
주승용 최고위원을 도로 최고위에 데려오기 위해 그토록 수차에 걸쳐 삼고초려를 했으면, 약속은 지키는 것이 사람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세 가지 합의사항은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켜야 할 첫 번째 약속만 이행된 채 휴지조각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16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당대표실을 나서며 "최고위원으로서 어떠한 권한 행사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책임도 지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약속을 지킨 사람은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하는데,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사람은 그날 오후 중앙위가 끝난 직후 승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민망합니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을 놓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를 거부했을 때는 어떠했습니까. 7월 2일 밤늦게까지 회동을 이어가며 대표님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를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에도 세 가지의 합의 사항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무에 복귀한다 △당의 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에 인식을 함께 한다 △문재인 대표는 당무 운영 전반에 관해 원내대표·최고위원들과 소통한다는 약속이 그것입니다.
이 역시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한다는 것 외에 지켜진 게 없습니다. 당무 운영 전반에 관해 대표님이 원내대표·최고위원들과 소통하신 게 무엇이 있습니까. 혁신안을 당무위에 상정할 때도 반대를 무릅쓰고 의결을 강행했고, 재신임은 원내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절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당헌·당규에 없는 제도이니 최고위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했습니다. 이것이 당의 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한 사람의 행동입니까.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회동은 또 무엇입니까. 안철수 전 대표가 구당(救黨)의 심정으로 나서 중앙위 연기와 재신임 철회를 간언했지만, 대표님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더 본질적인 혁신에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데 합의한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중앙위 개최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은 안철수 대표가 받아들였다"고 취재진들 앞에서 주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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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가 중앙위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걸 받아들였다면, 왜 중앙위에 불참했습니까.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도 두 번까지 속는 법입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하신 약속, 주승용 최고위원과 하신 약속… '인식을 같이 하며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수많은 말들이 전부 허공으로 흩어졌는데, 안철수 전 대표까지 또 한 번 속여보려 하셨습니까.
조경태 의원의 발언이 야유와 고성으로 봉쇄돼고, 무기명 비밀 투표를 요구한 문병호·김동철·유성엽·최원식 의원이 줄줄이 퇴장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셨으면서도, '만장일치'와 '압도적인 지지'를 운운하시는 모습에서는 다들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링컨 미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얼마간 속일 수는 있고, 얼마간의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대표님은 언제까지 당원과 국민들을 상대로 눈속임의 정치를 계속하시렵니까. 개인적으로는 대표님이 보여주시는 무책임 정치의 바닥은 어디인지, 끝은 어디인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 만으로 계속해서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표님의 눈속임 정치에 질려버린 당원과 국민들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습니다.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듣기에는 참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표께서는 총선을 앞두고 통합하는 게 좋다며,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도 접점을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노력해 나갈 다음 타겟은 천정배 의원으로 정하셨습니까. 천정배 의원이 누구 때문에 당을 나갔습니까. 통합이라는 게 이러한 잔수와 눈속임으로 과연 되겠습니까.
당의 단결과 화합, 야권 세력의 대통합과 총선 승리, 패권주의에서 벗어난 민주적인 당무 운영… 대표님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몇 번이고 역설하고 여러 사람과 약속하셨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단 하나 뿐입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엉켜 있는 것 같은 과제이지만, 대표님의 결단만 있으면 단숨에 끊듯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표님, 18일 창당 60년을 축하하는 이 당이 지금의 위기와 분열을 넘어설 수 있도록, 그래서 40년 후 창당 100년도 무사히 축하할 수 있도록, 지금 대표님께서 큰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