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금의 南北關係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동원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측은 스스로 내파(內破:Implosion)를 감수하거나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때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타결 때 보여 주었던 것처럼
    우리측 입장을 수용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사태 수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동복   
     
    북한은 전쟁을 도발할 수는 있지만, 총력전으로 수행되어야 할 전쟁을 지속할 능력이 없다.  
     
    8월4일의 목함지뢰 사건에서 8월20일의 두 차례의 대남 포/사격까지 북한이 보여준 도발행위는 김정은(金正恩)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구상유취(口尙乳臭)의 골목대장인 김정은은 지금 마치 레고(LEGO)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전쟁 게임을 즐기려 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의 졸개들은 최근 그의 말에 불복하거나
    토를 다는 자들은 고하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처단하는 김정은의 잔혹한 통치 스타일에
    겁을 먹은 나머지 김정은의 조폭(組暴) 스타일의 난폭한 대남 도발 행보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8월20일에 있었던 48시간 최후통첩은 이 같은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김정은은 남쪽은 겁을 세게 주면 무너지거나 후퇴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문제의 48시간 통첩이다.
    김정은이 남쪽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상대로 치킨 게임(chicken game)을 도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로 인하여 김정은은 자신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남쪽의 박근혜 정부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 시간은 스스로 흘러간다. 48시간 시한인 22일 오후 5시가 각일각(刻一刻) 다가옴에 따라 북한의 초조감은 증폭되었다. 절벽 끝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 시각이 되면 북한은 그들이 위협한 대로 남쪽이 비무장지대의 11개 지점에서 실시하는 확성기 방송의 방송 설비를 조준 타격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 준 채 절벽으로 떨어져야 하게 되었다.

    더구나, 남쪽의 박근혜 정부는 강경 대응을 이어 갔다.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은 시간이 흘러 갈수록 강화되고 한국군이 유사시 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의 도발 재발 시 원점 타격에 의한 혹독한 응징'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미국이 한미 연합작전 태세를 다짐하는 가운데 2015년 을지-포커스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훈련 기간이 17일부터 28일까지이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공언한 대로 22일 오후 5시에 화력을 동원하여 남쪽의 확송기 방송 시설을 공격하면 이같은 도발이 바로 한미 을지-포커스 훈련 기간 중에 발발하는 것이 되고 필연적으로 한-미 양국의 공동 군사 대응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한-미 양국군은 공중과 지상, 그리고 해상에서 가공스러운 무력시위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의 김정은의 졸개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남북 간에 정면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남쪽이 강력하게 대응하면
    북쪽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패망을 회피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전쟁을 도발할 수는 있지만, 총력전으로 수행되어야 할 전쟁을 지속할 능력이 없다. 여기서 김정은의 졸개들은 그들 나름의 '꾀'를 냈다.
    20일 오후에 나온 엇갈린 두 개의 대남 메시지가 그것이다.
    '48시간 경과 후 군사적 공격을 가하겠다'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협박 메시지와
    '사태 수습 및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김양건의 오리발 메시지가 거의 동시에 나온 것이다.

    북측은 '전선지대에서의 준 전시상태 선포'(20일 밤), '전시체제로의 전환'(21일 오수 4시30분), 외무성의 '체제 수호 위한 전면전 불사' 협박(22일 낮 12시) 등의 '극약(?)' 처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북측의 혼란 전술에 남쪽이 현혹되지 않자 북측은 드디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북측은 21일 오후 4시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1대 1 접촉”을 제의했고 이에 대해 남측이 같은 날 오후 6시 “아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나와라”는 수정 제의를 하자 다음 날인 22일 오전 9시30분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참석하는
    2대 2 접촉을 갖자”고 재수정하는 제의를 보내 와서 이날 오후 6시30분 제1차 남북고위급접촉이 성사되기에 이른 것이다.

  •  여기서 눈 여겨 보아야 할 하나의 문제가 있다.

    북측이 판문점 우리측 지역의 ‘평화의 집’을 접촉 장소로 쓰자는 우리측 제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남북회담에서 접촉 장소 문제는 회담 초기의 '기 싸움' 단계에서 북측이 매우 중요시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번에 첫 접촉 장소로 우리측 지역을 받아들이고 또 후속 접촉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의 경우 북측이 '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고위급 접촉의 성사 과정과 그 뒤의 진행 경과는 북측이 하나의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은 22일의 ‘시한’을 어떻게 넘기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22일 저녁에 판문점 고위급 접촉이 성사됨으로 해서 22일 ‘시한’의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소되었다. “22일 오후 5시까지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시설을 철거하라”는 북한의 ‘최후통첩’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이 합의를 통해 시작됨으로써 22일 ‘시한’은 무기한 연장되고 실질적으로는 소멸된 것이다.

    북측은 이제 ‘시한’에 쫓기지 않게 되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접촉에 나온 북측은 '목함 지뢰 매설'과 '대남 포/사격'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는 오리발로 버티면서 남측의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라는 일방적 요구로 22일과 23일의 철야 접촉을 강행하고 있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는 이번 판문점 고위급 접촉은 그 1차적 목적이 남북간 군사적 상황의 에스컬레이션이 없이 22일 ‘시한’을 넘기게 하는데 있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제 그 시한이 넘어갔으므로 남북간 군사충돌의 에스컬레이션에 대한 부담 없이 남쪽을 상대해 나가는데 있음을 보여 준다.

    황병서와 김양건이 이번 고위급 접촉의 어떤 시점에서 남측의 '목함 지뢰' 및 '대남 포격' 사건에 대한 시인·사과와 문책 및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한 데 대해 “과거를 덮고 미래를 지향하자”는 얼버무리기 식 표현을 둘러댔었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같은 북측의 입장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결국, 북한이 다시 시작한 것은 장기전이다.

    남쪽 사회의 조급성과 다양성에 편승하는 ‘통일전선’ 전술 구사의 입지(立地)를 재확보하고
    남쪽 정가와 언론계 및 학계에 포진하고 있는 ‘종북’ 세력의 도움을 얻어서
    남쪽 사회의 이간을 통한 분열과 갈등을 선동, 조장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의 수행을 난파시킬 것을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북측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서두르거나 초조해 함이 없이
    이번 고위급 접촉을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이 최근 비정상적인 조폭 스타일의 대남 행보를 보였던 것은
    남측이 재개한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언급된 데 대한 반발이었음이 분명하다.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도발이 문제였다.

    이것은 바꾸어 말한다면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아직도 그 기반이 매우 불안정한 것임을 보여 준다. 이같은 상황은 김정은 자신이 그 자신의 정체성과 정통성에 대하여 자신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 때문에 그 자신의 정체성과 정통성에 대한 훼손과 폄훼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음을 의미한다. 북측이 남쪽의 탈북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점에서, 이번에 보여준 북한의 난폭한 행보는 1976년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김정은의 나이는 33세, 그때 34세의 김정일(金正日)은 ‘당중앙’이라는 코드네임으로 김일성을 대리하여 북한의 국정을 관리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의 김정일은 특유의 ‘객기(客氣)’로 미국과의 대결을 외치던 끝에 8·18 도끼 만행을 일으켰다. 이때 제랄드 포드(Gerald Ford)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공화당 행정부는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국무장관의 건의에 따라 “북한이 반발하면 북한의 심장부를 강타한다”는 방침 아래 B-52 중폭격기와 F-111, F-4 등 최첨단 무력을 총동원하여 엄호하는 가운데
    판문점 미루나무 절단작전을 강행했다.
    이같은 무력시위에 압도된 북한은 이 작전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해야 했고
    급기야 후선에 물러나 있던 김일성(金日成)이 전면으로 나와서 리차드 스틸웰(Richard Stilwell) 유엔군 사령관 앞으로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담은 서신을 보내고
    김정일을 정치 후선으로 후퇴시키는 조치로 사태를 진정시켰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그때 김일성이 했던 역할을 감당할 존재가 없다.

    더구나, 재작년부터 김정은이 연이어 단행하고 있는 무자비한 숙청이 조성하고 있는 공포 분위기 때문에 감히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는 조폭 스타일의 난폭한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인물도
    장치도 없다. 북한은 지금 제동 장치가 고장난 상태인 것이다.

    이번에 성사된 판문점 고위급 접촉은 그나마 살아남아 있는 김양건 등 대남 정책 전문 ‘기술자’들이, 22일이라는 '최후 통첩 시한'이 갖는 폭발성에 겁을 먹은 나머지, “남쪽과 이야기해서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키겠다”는 말로 김정은을 납득시켜서 성립시킨 고육지계(苦肉之計)이고
    그 때문에 고위급 접촉석상에서 황병서와 김양건은 이틀 동안의 철야 회담을 통하여
    '확성기 방송 중지' 요구를 고장 난 축음기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목함 지뢰 매설'과 '대남 포 사격' 등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지시가 없는 한 이를 시인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22일의 ‘시한’은 이미 사실상 '소멸'된 것이기 때문에 황병서와 김양건에게는 그로 인한 ‘여유’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시한’에 쫓김이 없이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접촉이 장기화되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시간을 계속 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 쪽은 절대로 성급한 태도로 고위급 접촉에 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한의 재차 도발에 대해서는 ①즉각 대응, ②1대 10 비율에 의한 응징, ③ 유사시 원점 타격 등 세 가지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목함 지뢰' 문제와 '대남 포격' 사실에 대한 시인, 사과와 문책 및 재발 방지 요구를 고수해 나가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은 북한측에게는 재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로 이같은 상황을 유지하려면 북한은 ‘전시’ 또는 ‘준전시’ 상태와 군과 주민들의 전시 동원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북측의 경제 사정으로 볼 때 북측이 이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경비를 장기간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 ▲ 한미 합동훈련에 참가한 미국 핵잠수함.
    ▲ 한미 합동훈련에 참가한 미국 핵잠수함.


    더구나, 이같은 상황은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일 군사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될 것이고 반사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에서 중국군의 군비가 증강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를 통하여 그 편린(片鱗)을 읽어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한 권력구조 내부에서도 치명적 상황이 전개될 소지가 없지 않다.
    고위급 접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측이 원하는 결과가 생산되지 않고 오히려 북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김정은과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들 사이에 신뢰의 문제가 유발되고,
    그동안 김정은의 행적으로 볼 때, 경우에 따라서는, 북측 대표단에 대한 문책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가령 김정은이 숙청의 칼날을 다시 뽑아 들 때, 상대가 김양건이라면, 숙청이 김정은의 생각대로 이행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만일 그 상대가 황병서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황병서가 북한판 브루터스로 표변(豹變)하여 김정은이 시저의 말로(末路)를 맞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이번의 남북관계 상황은 우리에게 원칙에 입각한 의연한 대처를 요구한다.
    이번의 경우,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적 입장은 '목함 지뢰' 사건과 '대남 포격' 사건에 관하여
    시인 및 사과, 책임자 문책 및 재발 방지 조치를 받아 내는 것이다.

    정부는 고위급 접촉의 진행 경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문제 해결'에 집착한 나머지
    '물타기' 식 해결을 용납하는 것은 금물(禁物)이다.
    우리의 대응이 이같이 엄정하면 북한은 결단코 위험한 불장난을 감히 하기에 이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북한이 감히 전면전(全面戰)이라는 이름의 ‘총력전(總力戰)’을 감당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을 뿐 아니라 지금 북한이 걸고 있는 전시 동원 태세를 장시간 지탱할 국력이 없다는 데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동원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측은 스스로 내파(內破:Implosion)를 감수하거나 아니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때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타결 때 보여 주었던 것처럼 우리측 입장을 수용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사태 수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