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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취임 100일도 안된 신임 원내대표가 회의 중에 잠이 들 정도였을까.
서민과 민생을 책임지겠다며 야당이 야심차게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이 분노와 투쟁심에 가득찬 세력들의 성토로 갈곳을 잃어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시즌2 실현방안 모색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의 뜻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때가 됐다"는 야심찬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등 경제정책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분위기를 서둘러 꺽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간담회 분위기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먼저 인태연 전국 을살리기 위원회 상임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그는 "복합 쇼핑몰을 위한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 운명이 쇼핑몰에 의해 괴멸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시장붕괴의 위험이 눈앞에 있는데, 재벌과 정부는 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원한다고 돈 몇 푼을 쥐어주고 있다"며 "지붕이 날아갔는데 비닐주고 천막 치는 지원이 되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제시대에 나라 팔아먹고 어차피 뺏길 나라 실리나 찾자는 매국노적 행태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재벌 대기업과 정부를 일제 강점에 비유한 셈이다.
인태연 대표는 끝으로 "지자체에서도 몇 가지 오해가 있는데, 대형 쇼핑몰을 끌어들이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인식 체계도 문제가 있지만 재벌들의 논리와 재벌들을 비호하는 세력이 이런 것들을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며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마저 적으로 몰아갔다.
뒤따라 발제를 맡은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심지어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하는 것처럼 근본적인 보호정책이 필요하다"며 "도시계획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를 적절히 규제하며 상생해야 한다는 논리보다 한참 더 나아가 아예 입점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소속법안들이 상임위나 소위에 막혀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당신들이 양대 정당에 있지만 남북지역 특색 말고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의 글을 보았다"며 "사회 경제적 관점이 차이가 정당의 선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태연 상임대표를 비롯해 오늘 나온 말씀들에 총론적으로 찬성한다"며 "최저임금 부분은 전체근로자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되도록 하는 안을 문재인 대표가 발의한 당론으로 돼 있지만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박지원 전 대표와 은수미 의원, 이인영 의원 등이 수없이 발의했지만, 환노위에서 막혔다"며 "환노위의 의원구성이 8대 8임에도 불구하고 안 되고 있는 점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날 회의는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만 계속 오가면서 급기야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의 중 고개를 떨어뜨리고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