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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박 몰려오는데'…준비 안된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해야 하고 승객 불편 가중
외국선사의 초대형 크루즈선박들이 부산항 입항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부산항은 시설이나 이용객 편의 정책이 뒤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외국 크루즈선사들은 잠정적으로 내년에 모두 130차례 정도 크루즈선박을 부산항에 입항시키겠다고 통보해왔다.
문제는 이 중 하루에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부산항에 들어오는 경우가 20여 차례나 되고 초대형 크루즈선박을 포함해 같은 날 3척이 동시 입항할 예정인 경우도 이틀이나 된다는 점이다.
2척이 동시에 들어오면 한 척은 부산 영도구에 있는 부산항국제크루즈터미널에, 다른 한 척은 부산항 북항 컨테이너터미널에 배를 대야 한다.
3척이 들어오면 호화 크루즈선박 2척이 컨테이너부두에 배를 대야하는 형편이다. 올해도 같은 날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들어와 1척이 컨테이너터미널 선석을 빌려 접안한 경우가 수차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북항재개발지역에 짓고 있는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완공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루즈선박이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오려면 북항대교를 통과해야하는데 북항대교의 선박통과높이가 60m로 제한돼 있어 수면 위 높이가 63.5m인 14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박은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올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부산항을 찾은 초대형 크루즈선박은 컨테이너터미널에 승객들을 내려야 한다.
여기에다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서는 크루즈부두에는 여객터미널로 연결되는 갱웨이(선박∼터미널 연결 통로)도 계획되지 않았다.
크루즈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을 동북아 크루즈의 모항으로 발전시킨다 해놓고 갱웨이도 계획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설계를 변경해서라도 크루즈승객을 위한 갱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BPA 측은 "터미널 계획단계에서 갱웨이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갱웨이 등 승객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등 부산항 보안기관들은 최근 열린 부산항 보안대책회의에서 보안을 이유로 관광버스의 크루즈부두 진입 금지, 모든 여행객의 CIQ(세관·출입국·검역) 통과 방침을 내놓아 크루즈승객 편의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부산항의 한 관계자는 "영도에 있는 크루즈터미널은 갱웨이가 연결되지 않아 버스가 못들어오면 승객들이 출입국수속을 받기 위해 터미널까지 수백 m를 걸어 나가야 한다"며 "보안도 좋지만 너무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