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장려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가 10일 입수한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 6월호에는 '영화의 장르와 형식, 형상수법을 새롭고 다양하게 개척하자'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문학예술출판사가 발간하는 조선예술은 북한의 공식적인 문예창작 지침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은 "만화영화 창작에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며 동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사용하기보다는 "강감찬, 이순신, 을지문덕과 같은 애국명장들"을 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명성황후 학살 사건, 고종 독살미수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주제로 한 만화영화들을 만들어 민족의 우수성과 거대한 역사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 경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북한 매체가 방영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주로 의인화된 캐릭터를 사용하며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선중앙TV가 지난 한달 동안(6월 7일∼7월 7일) 방영한 '아동영화' 20편 가운데 등장인물이 동물이나 식물인 작품이 16편이나 된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가축이나 곤충 같은 의인화된 동물을 캐릭터로 사용했으며 지난달 26일 방영된 '통통이가 들려준 이야기'나 이달 5일 방영된 '금속표본들이 오는 날'은 기관차나 금속표본 같은 무생물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등장인물이 사람인 작품 4편도 '남이의 옷차림'(6월 12일 방영)이나 '작은 산삼과 큰 산삼'(6월 24일 방영)처럼 모두 꾸며낸 이야기로,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는 않았다.

    김일성 주석이 지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두 장수 이야기'(7월 1일 방영)도 조선시대 우리 민족이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운 것을 연상시키지만 가상의 지역과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북한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새롭게 장려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은 아동영화를 만들 때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 요소는 가급적 배제하도록 해왔다"며 "그런데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도록 장려하는 것은 이순신과 같은 인물의 충절과 호국정신을 부각시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