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와 '도청·TTIP' 병행 논의…중국과는 경제전략대화 
    미국, 양측에 모두 '스노든 폭로' 해명해야 할 처지 


    (워싱턴=연합뉴스) 자국민은 물론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적대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도청이나 통화기록 및 이메일 염탐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온 미국이 안방에서 거센 반격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EU와 도청 문제를 논의할 안보·정보 전문가 회의 및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위한 경제 전문가 회의와 중국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칙을 만들 실무그룹 회의 및 고위급 전략·경제 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곤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EU 회원국들과 함께 세계 최대의 자유 무역 지대를 형성하는 협상에 돌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TTIP는 내년 말까지 두 거대 무역 주체 간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금융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함께 양대 무역 정책으로 의기양양하게 추진하다가 최근 '스노든'이라는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혔다.

    스노든이 NSA가 브뤼셀의 EU 본부는 물론 미국 주재 38개국 대사관을 도·감청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 국가들의 분노가 커지자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덜어주려 국가안보 및 정보 분야 전문가 회의도 한날한시에 여는 동시에 독일과는 양국 간 별도의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U 회원국들은 도·감청과 관련한 미국의 해명이 미흡하면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TTIP 협상을 틀어버린다는 방침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사이버 해킹의 주범으로 몰아온 중국의 거센 반격도 막아내야 한다.

    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칙을 만들 사이버 실무 그룹 회의를 이날 워싱턴DC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사이버 해킹의 주범으로 몰아왔으나 스노든이 홍콩 체류 당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이동통신사와 칭화대를 해킹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역으로 미국이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이어 10∼11일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 제5차 전략·경제 대화(S&ED)의 주요 논제도 해킹 등 사이버 안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급 회의에서 전략 분야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경제 분야는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왕양(汪洋) 부총리가 공동 주재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터넷 안전 문제는 이번 대화의 주요 의제"라며 "미국이 사이버 공격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와 각국 민중의 관심을 존중하고 필요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