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의 종북좌파 對應(대응)이 정치개입인가?

    종북좌파에 대응하는 것은 국정원 본연의 임무, 국정원 능력 저하는 좌파정권 책임


    강철화     
          
    요즘 들어 “MB정권 시절 원세훈 전 원장 아래서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는 소홀히 한 채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는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좌파매체는 물론 <조선일보>도 얼마 전 그런 보도를 내보냈다. 오늘 아침에는 <한국일보>가 또 비슷한 보도를 했다.

    사실 국정원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인도네시아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이나, 좌파시민단체 회원을 감시하던 국정원 요원이 꼬리를 잡혀 공중전화 부스에 감금됐던 사건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업무상 국정원 요원들을 접촉했던 사람들은, 국정원 요원들의 질이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말을 하곤 한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인사나 조직개편 등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MB정권 국정원에 대한 비판 가운데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우선 대북전략국을 폐지해 북한에 대한 정보가 어두워졌고, 그 바람에 김정일이 죽어도 깜깜했다는 비판은 수긍하기 어렵다.

    내가 알기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의 대북전략국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작하는 부서가 아니라, 햇볕정책을 뒷받침하는 부서였다. 이름과는 달리 북한과 정보전을 벌이는 부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 부서가 정리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대북전략국은 없어졌지만,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들은 국정원 내에 의연히 남아 있었다. 그게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데, 그런 업무를 아예 폐지해버릴 리가 있나?

    혹자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국정원이 52시간 동안 이를 까맣게 몰랐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폐쇄성에 기인하는 것이지, 국정원의 무능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CIA는 1982년 11월 소련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사망했을 때는 이에 관한 정보를 바로 입수했지만, 1984년 2월 안드로포프가 죽었을 때는 안드로포프 사망 보고가 들어왔어도 “근거 없다”고 묵살해 망신을 당했다. 이런 실수는 정보의 세계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병가지상사인 것이다.

    오히려 국정원은 2008년 8월, 북한이 프랑스 의료진에게 이-메일로 보낸 김정일의 뇌(腦)사진을 해킹해 “김정일이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월간조선> 2008년 12월호).
    그때그때 단발성 정보를 수집,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는 것이 국정원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국정원이 김정일의 목숨이 5년도 안 남았다고 보고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 대북정책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대북 휴민트(인적정보망) 붕괴나 공작능력의 저하 등은 기본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베테랑 요원들을 정치적 이유에서 숙청하고, 그 자리에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을 무리하게 중용하는 한편, 대북공작을 포기했던 후유증이다. 심지어 김대중 정권의 국정원,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가 북한 내 휴민트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북정보역량 약화에 대한 책임은 근본적으로 MB정부가 아니라, 그 이전 좌파정권에게 물어야 한다.

     가장 수긍하기 어려운 비판은 “MB정권 시절 국정원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60여년 간 북한은 지속적으로 국내에 종북좌파세력을 양성해 내부로부터 체제전복을 꾀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 열매가 맺어지고 있다. 종북좌파세력이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단체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히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주장이 나도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는 것이 어째서 ‘정치화’인가? 종북좌파세력에 대한 감시와 정보수집은 의심의 여지없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이다. 물론 업무를 좀더 은밀하고 세련되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국정원은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모토처럼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기관이다. 잘못한 것이 드러나도 변명할 수 없고, 잘한 것은 자랑할 수 없는 기관이다. 이러한 특성을 외면한 채 정권 교체기마다 ';;국정원 때리기';;가 횡행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