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는 1억원... 그렇다면?


  • ▲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27일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동건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27일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동건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사진 왼쪽)가 로펌시절 번 돈을 유익하게 쓰겠다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1억원을 기탁했다.

    인사청문회 때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성금을 기탁하는 시점도 절묘했다.
    총리로 취임하자 마자 27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들른 뒤, 주저하지 않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당장 출금이 가능한 단기예금에서 인출한 1억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재산은 19억8,000만원이며 이중 예금액은 8억8,000만원이다.
    8억8,000만원중 1억원이라면 대략 1/9,  11%, 얼추 10%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자기 수입의 10%인 십일조를 교회에 기부하는 것을 일종의 종교적인 의무로 본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신자에게는 교회의 중요한 직책을 맡기지 않는다.

    정 총리가 자기 예금액 중 1억원을 사회복지기금에 기탁한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대략 이 비율에 근접하다.

    기부를 해 본 사람은 안다.
    돈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의 생각은 누구나 비슷해서, 남는 돈으로 기부하겠다고 생각하면 단 1만원도 기부할 수 없다. 돈이란 항상 쓸 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부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액수 이전에 그 사람의 마음 가짐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단 1원이든, 1,000억원이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런 명언이 있겠는가?

    너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을 것이다.

    For where your treasure is, there your heart will be also.


    그런데 이 귀절을 자세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보인다.

    먼저 재물이 나오고, 그 다음에 마음이 나온다.
    재물이 있는 시점은 현재형(is)이고, 마음이 있는 시점은 미래형(will be)이다. 

    사람이 [지금] 자기의 재물을 놓는 그 곳에 [앞으로] 네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품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마음이 움직여야 물질을 움직일 수 있기도 하지만, 먼저 물질을 움직이면 마음도 따라간다는 뜻이다.

    자신이 가진 재물을 가지고 집을 넓히거나, 자동차를 바꾸거나, 자녀 해외유학을 보내거나,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나가거나, 고금리로 빌린 채무를 갚는 [시급한 용도]를 생각하면, 어느 누구도 단 1만원도 기부하기 어렵다.
    이는 경험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바로 이 같은 타성을 깨뜨리면서 사회를 행복하고 밝게 만들려면, 먼저 자기의 재물을 던지는 작은 용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미 국무총리가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이제 시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후보자들에게로 향하게 됐다.


  • ▲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27일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동건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 ▲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27일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동건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일하게 될 모든 고위 공직자. 또는 준 공직자들은 국립현충원에 가서 돈 안드는 향만 피우지 말고 각자 양심에 따라 기부하는 관례를 만들었으면 한다.
    쉽게 가용할 수 있는 동산의 10% 범위 안에서 말이다.

    대략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그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 연봉과 보너스, 거기다가 연봉에 버금가는 퇴직금을 합해 수억원 이상을 확보한 무슨 무슨 공사 사장이나 고문같은 분들,
    - 공직사회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전관예우로 또 별도 수입을 올린 법조계나 힘있는 기관 인사들, 
    - 공무원으로 승승장구해서 수십만 말단 공무원의 부러움을 받다가 또 고위직을 차지한 분들,
    한마디로 말해 바뀐 정권에서 두둑한 계돈을 받게 된 수천명에게 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지위도 얻고 재물도 얻었으니, 이 정부의 최대 목표인 [국민행복시대]에 필요한 종잣돈을 기부하는 것이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