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비, 이래도 되는가?

    국방부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설득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김성만(코나스)    

      국회는 2013년 1월 1일 새벽에 본회의를 열어 342조원 규모의 2013년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복지 및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중심으로 4조3천700억 원이 증액되고 국방예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 복지(보건·복지·노동) 예산은 3000억 원 늘려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총지출의 30%에 육박한다.

    국방비는 2012년 대비 4.2% 증액된 34조3453억 원으로 복지예산의 약 1/3이다.
    이중 전력운영비(병력운영비, 전력유지비)는 전년대비 5.1%(1조1652억 원)늘어난 24조2290억 원(국방비의 70.5%)이고, 방위력 개선비(무기 획득, 연구개발)는 2.3%(2225억 원)늘어난 10조1163억 원(29.5%)이다.

    국방비는 국회 조정과정에서 방위력개선비가 4009억 원 감액된 반면 전력운영비는 1111억 원이 증액됐다.
    방위력개선비 조정 내역은 지난해(2012년) 구매계약 체결이 지연된 차기전투기(F-X)사업 1300억 원, 대형공격헬기(AH-X)사업 500억 원, 해상작전헬기(SH-X)사업 200억 원 등 총 2000억 원이 감액됐다. 또 파워-팩 국내개발 지연으로 사업추진이 늦어진 K-2전차사업은 597억 원이 줄었고 장거리공대지유도탄사업은 미국의 LOA(청약 및 수락서) 승인지연을 고려해 564억 원이, 장거리대잠어뢰(홍상어)사업도 시험발사 실패의 원인규명 기간을 고려해 100억 원이 각각 감액됐다. 현무2차 성능개량(연구개발) 사업도 300억 원 삭감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의 독도/이어도 방어전력 연구결과에 따라 이지스함(KDX-III) 추가 확보를 위한 착수금 10억 원과 차기 열상감시장비(TOD) 예산 53억 원, 국방과학연구소 인건비 48억 원이 증액됐다.

    전력운영비는 접적지역 경계력 보강 등 정부안 제출 이후 추가 증액소요를 반영해 정부안 대비 1257억 원이 증액됐으며 일부 집행가능성이 낮은 사업 중심으로 146억 원을 감액해 결과적으로 1111억 원이 순증(純增)했다. 병 월급은 2012년 대비 20% 대폭 인상하게 된다. 당초 정부안은 15% 인상분을 반영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5%를 추가 인상했다. 따라서 상병 기준으로 9만7500원이던 봉급이 11만7000원으로 인상(258억 원) 된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정예화된 병력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간부 증원을 정부안에 1512명 반영했고, 심의 과정에서 695명(139억 원)을 추가 반영했다. 지난해 9월 27일 남수단임무단(UNMISS) 파견 동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됨에 따라 파견예산 276억 원이 반영됐다. 감액된 사업은 과학화 훈련, ESCO 및 WASCO, BTL 정부지급금, 사이버지식정보망 회선료 등이다.

    그리고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경우 국회 권고사항의 이행·보고 후 예산집행이라는 조건을 붙여 정부안대로 2010억 원을 최종 반영했다. 부대 의견이라는 형식으로 부과된 조건은 70일 이내에 군항 위주로 운영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것 등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관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예산이 정부안대로 편성 의결된 것을 환영한다”며 “국회가 권고한 부대 의견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관련 기관·업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

    ➀ 국방비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국방부는 2012년 8월 29일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2-2030’을 발표했다. 기본계획 실현을 위해 2012~2016년 5년간 방위력개선비 59.3조 원(연평균 증가율 8.8%), 전력운영비 128.6조원(연평균 증가율 5.4%) 등 총 187.9조 원의 국방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방부가 2012년 9월 12일 언론에 공개한 ‘2013~2017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13년도 국방비 소요는 총 35.4조원(전년대비 7.4% 증가)으로 이중 전력운영비는 24.4조원(5.8% 증가)이고 방위력 개선비는 11.0조원(11.1% 증가)로 편성했다. 그런데 2013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4.2% 증가에 그쳤다.

    ➁ 국방부가 국방예산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방위력개선비가 이렇게 대폭 삭감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에게 분명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천안함/연평포 피격에 이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성공, 3차 핵실험 준비 완료 등으로 안보상황이 위기국면이다. 이런데도 국방일보(2013.1.2)에 2면과 10면에 간단히 사실 관계만 보도했다. 다만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1월 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안보 예산을 깎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기에 여러 사람들의 공감이 있었다면 안보 예산이 깎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김 장관은 다른 대안과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국방예산에 주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잘못된 상부지휘구조와 방위사업청 신설이 근본 원인이다. 현재 우리 군은 ‘합동군제(合同軍制)’로 군정(행정, 군수)은 각군 참모총장이, 군령(작전지휘)은 합참의장이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각군 총장이 무기체계의 소요량과 전력화 시기, 작전요구능력(ROC) 등을 정해 소요제기를 하면 합참이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한 체계다. 무기체계는 적(敵)의 능력과 전술, 우리 작전부대의 작전개념과 군사전략을 알아야 필요한 소요를 산출할 수 있다. 이런 조직과 기능은 모두 국방부(합참)에 있다. 그런데 각군 총장이 정보·작전·전략을 모르는 상황에서 신규소요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상이고 비효율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체계를 갖출 수가 없었다. 천안함이 폭침(爆沈)당하고 연평도가 불바다가 된 원인을 바로 여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한이 소형 첨단의 연어급 잠수정(130톤)을 만들어 실전배치를 했는데도 이에 대적할 경비함을 우리는 건조하지 않았다. 서해5도를 공격할 수 있는 北해안포/방사포가 1백문에서 1천문으로 증강되었는데도 우리 군은 10여문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것도 많다고 서해5도 전력을 감축하는 계획(국방개혁2020)까지 추진했다.

    과거 ‘3군본부 병렬제’에서는 각군 총장이 군정과 군령을 같이 했기 때문에 소요(전력 증강 포함)를 국방부/합참에 내고 자군의 예산(전력운영비, 방위력 개선비)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무기체계 소요를 최종 결정하는 합참의장이 각군의 방위력 개선비 확보에 당연히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전문지식도 부족할뿐더러 작전지휘 등 업무과중으로 그렇게 할 시간도 없다. 그렇다고 각군 총장이 정보·작전·전략을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기획예산처)와 국회를 설득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방위력개선비 확보는 주인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각군 본부에 전력증강을 전담하는 사업단(전차사업단, 조함사업단, 항공사업단 등)이 있어 여기서 전문적으로 사업을 관리했다. 그래서 관리 부실로 인한 사업 지연과 무기 구매지연 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각군의 사업단이 폐지되고 방위사업청(防衛事業廳)이 2006년 1월에 설립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 육성에 관한 사업을 관장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 외청으로 설립되었다. 방위사업청장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통상 예비역 장성(소장급)이나 민간인(정부 공직자)이 맡는다. 방위사업청에는 각군에서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발탁되어 보직이 되나 각군 사업단 보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국회 조정과정에서 방위력 개선비가 크게 감액된 것이다. 국방부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설득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국방 수뇌부는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알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장관은 부족한 국방비를 추가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제도를 하루 속히 고쳐야 한다.
    군 상부지휘구조를 ‘3군본부 병렬제’로 환원하여 각군 총장이 작전을 지휘해야 한다.
    합참의장은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의 참모로서 보좌해야 한다.
    합참의장은 합동참모회의 의장으로서 합동작전, 통합방위작전, 연합작전에서 국방부장관을 보좌해야 한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을 폐지하고 과거대로 전력증강 감독기능을 국방부가 관장해야 한다.
    각군 총장은 각군 본부에 전력증강 전담 조직을 두고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 (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