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통해 "安, 文지지 선언에 동참 못 해" 반발"전날 위로주 마셨지만 밤새 못잤다" 고심 흔적 역력
  • 예전 추억에 젖은 듯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던 조용경 전 안철수 캠프 국민소통자문위원단 단장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때다.

    슬쩍 본 그의 전화기에는 안 전 후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는 "나중에 프린트해서 보관하겠다"며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문자를 보여주면 안되느냐"고 묻자 그는 "민감한 내용이 많아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안 전 대선 후보의) 문자를 보면 참 귀여운 사람이다."

    7일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전폭 지원’에 대해 동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뒤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조 단장이 한 말이다.

  • 문자 메시지만 봐도 안 전 후보와 조 단장의 각별한 사이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진심캠프 나름 핵심관계자라는 사람도 안 전 후보와 주고받은 문자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전화기에서 본 안 전 후보의 마음은 짤막했다. 답장이 없는 메시지도 많았고 있어도 짧은 답변이나 이모티콘이 전부였다.

     조 단장은 안 전 후보와 포스크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안 전 후보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두 번 사양했었는데…. 사양하고 이 길에 안왔더라면 안 전 후보와 관계를 오래 맺을 수 있지 않았을까. 뭐 이런 걸로 인관관계가 끊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는 전날 늦게까지 '위로주'를 마셨다는데도 밤새 잠에 들 수 없었다고 했다.

    "어젯밤에 이런 선택(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 발표)을 한 이유를 (안 전 후보의) 메일로 보냈다. 본인도 마음이 착찹하고 부산도 가고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겠나."

    √ 조 단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최측근 비서였다.

    박태준은 자민련 총재로 JP와 함께 DJ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박태준이 받은 것은 국무총리 4개월 임기, 그리고 DJ 동교동계의 뒤통수치기에 엎어치기 당한 쓸쓸한 말년뿐이었다.

    조 단장은 안 전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박태준 회장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치적 자살과도 같은 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향후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성장에 좋은 영향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문-안연대가 잘 될 거라고 보나? 어떤 세상, 어떤 역사에서도 태양 외에 다른 빛을 내는 존재는 존재하기 어렵다. 아무리 권력을 나누겠다고 해도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DJ- JP도 내각제 합의 문서화까지 했지만 6개월만에 무효화됐다."

    √ 조 단장은 "안철수 열풍을 작년 자스민 혁명으로 봤다"고 했다.

    '안철수 현상'이 열풍으로 나타난 것의 진짜 주인공은 "양쪽을 어우르고 제3의 길을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애초부터 단일화 협상에 발 담그는 것에 부정적이었으며 대선완주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북 아프리카 다니면서 직접 자스민 현상을 봤다. 안철수 열풍도 혁명으로 승화돼야 미래가 있다고 느꼈다.

    안 전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보면 기자들과의 질문답변에서 이야기했지 단일화나 정권교체에 대한 표현은 없었다.

    본인에 대한 안철수 열풍의 실체를 표로 확인해 보는 것이 나중에 당당한 정치인, 더 큰 정치인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 나이가 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내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 조 단장은 "이제 안철수도 야당 정치인 중 한 명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내년 봄 당권 경쟁 속에서 안 전 후보가 잘못되면 젊은 세대들의 꿈이 얼마나 허망해지겠느냐. 결국 안철수 열풍은 제2, 제3의 안철수에 의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안 전 후보' 걱정이었다. 그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안 전 후보가) 얼마나 돌팔매 맞아야 될 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사퇴하면서 단일화를 위한 안 전 후보의 역할을 다 끝난 것이다. 그 이후 결과에 대해 안이 책임질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으면 '안철수 책임'이라는 여론이 생길 것이다. 안 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권 교체 떄문에 지지하는, 어떻게보면 '위장 지지자'들도 포함돼 있는 것 아니었겠느냐.

    안 전 후보의 최대 장점은 '진짜 진심'이다. '너무 진심'이라 정치적 입장에서 약점이기도 하다. 과연 기성 정치하는 의원들과 부대끼면서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참 안타깝다."

    그래도 조 단장은 끝까지 "안 전 후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 조 단장은 "집사람이 이민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저희를 엄청나게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 많아질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지탄 받을 일을 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정치도 모르고 정치적 이념에 따라 움직인 적도 없다. 그저 안 전 후보가 좋았었다. 말은 남겨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조 단장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지인들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읽어주기도 했다.

    "문자메시지가 계속 들어오는데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잘했다고 한다."

    조 단장은 이날 말하는 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