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안, 단일화를 깨는 것이 진정한 新정치의 시작이다.

    문-안의 단일화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점입가경'이란 일이 점점 더 재미있게 된다는 뜻인데, 이번 문-안 단일화는 점점 더 식상한 지경으로 돌아가고 깄으니 제대로 말해 본다면 '점입 식상(食傷)지경'이 더 적합한 비유일 것이다.

    단일화 일환으로 21일 한밤에 100분간 실시된 양 후보의 tv토론에선 문이 안정성과 적극성에서 우위를 보이며 대체로 승리한 것으로 판정되고 있다.

    이들이 일단 tv 토론은 벌이는 쑈를 성사시키긴 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고 정작 중요한 단일화 룰은 계속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단일화는 유명무실하게 된 지 오래다.

    이들은 지금 서로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자신들이 결국 단일 후보의 key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야합적 절충안만 내놓고 있는 상태로, 합의 된다해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면계약에 더 관심이 갈 뿐이다.

    안이 문의 제안을 역으로 제안한 가상대결-지지도 안은 그야말로 안으로선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 한다. 다시말해 자신이 이길 최고의 이기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상대결-적합도 안을 먼저 제안했던 문 역시 자신의 입맛에 맞춘 자신을 위한 룰인 것이기에 이들이 선전하는 아름다운 단일화는 정말 야리꾸리한 단일화가 될 판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이 단일 후보가 된다면, 바로 승리할 수 있는 8부 능선을 올라설 수 있다는 기회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고지가 바로 저긴데'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단일화의 꼼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대선 후보를 뽑는데 여론조사를 고집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정치를 블랙홀로 만들고 있는 후보들이 정치개혁을 입에 달고 있는 행태가 더 아니꼬울 따름이다.

    문은 지지도에서 오차범위내 4~5% 정도, 하지만, 적합도에선 10%를 넘기는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박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안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게 사실이다. 안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층을 제외하길 바라고 있고, 문은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박을 외면하고 문 자신을 지지하는 층이 많다며 그 제외를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안으로선 역선택의 덫에 걸려 있기에 그렇다.

    이들 문-안의 단일화 룰은 그 규정을 정하는 자체로 게임 끝인 셈이다. 서로가 인정하는 가상대결은 제외하고 적합도냐 지지도냐를 정하는 자체부터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더 권력에 욕심을 보이는 이들이 그 헤게모니를 뺏기는 즉시 나부랭이, 거지 꼴, 닭 쫓던 개꼴이 될 것으로 보는 건 삼척동자도 알일 이기에, 점점 더 본질을 벗어나며 정치의 이전투구가 연출될 것이다.

    안은 나름대로의 무기는 현 정치를 구태정치라 하며 tv토론에서도 보여주려고 했던 참신성이다. 하지만, 이건 일이 잘 풀릴때나 가능한 양반 스타일이다. 일이 꼬이고 자신의 입 맛에 맞지 않으면 바로 머슴 스타일로 나갈 것이 뻔한데, 안의 상태가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 안 자신이 말하는 구태정치와 타협하고 구태 정치를 끌어 안으며 구태 정치의 등에 업히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제일 앞선 정치라고 떠드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단일화 시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후보 등록일 마감 시한인 26일까진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는 분명 다른 성격인게 분명해 보인다. 2002년때는 노무현의 입지가 조금 굳건했었지만, 지금 문-안은 비슷한 체급이 맞붙은 상태로 특히, 누가 그냥 숙일거라는 국민들의 비아냥을 의식하고도 있어 쉽게 타협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단일화를 이룬다면, 이들이 반드시 웃을 수도 없다. 빠져 나가는 지지층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제 3후보에게 갈지, 박 후보에게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박 후보로선 좀 더 가일찬 이미지 구축이 절실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문-안 단일화! 이제 그 가면을 벗을 날이 몇일 안 남았다. 이기는 쪽이 어떤 이면계약을 들고 그 패한 쪽의 반발을 무마하려할 지 자못 흥미롭다 하겠다. 이는 곧 문-안이 구태 정치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정말 신 정치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단일화라는 가면없이 자신들 각자 스스로 국민에게 정정당당히 심판을 받아야 하는게 맞다.

    민주당의 2012년 대선 공식은 1+1=2라는 것이다. 어디 국민이 봉이던가? 국민은 살아있는 생물임을 인식하라. 정치인이 1+1=2라는 어리석은 공식을 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新정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