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문닫는 날 8만원 증가... 열면 11만원 줄어고객도 일 평균 6명 늘어 ‘마트 제한’ 효과 입증 “상인회로 뭉쳐 세일..시장 활성화 길이 보인다”
  • ▲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월드컵시장은 매주 정기적으로 세일을 한다. ⓒ 정상윤기자
    ▲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월드컵시장은 매주 정기적으로 세일을 한다. ⓒ 정상윤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40% 이상의 점포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 매출은 평균 8만3천원 늘었고 하루 평균 고객도 6.2명 늘어났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없어진 후에는 10만9천원의 매출이 감소해 대형마트 휴일 영업 재개 이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연구원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전통시장 매출증대 효과와 정책방안’이란 보고서(정책리포트 제125호)를 지난 3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올 7월30일부터 8월19일까지 강동·송파지역의 전통시장 145개 점포와 그 이외 지역 555개 점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간에 점포의 42%에서 일평균 매출액과 고객수가 증가했다. 그 외지역의 점포들도 약 40%가 유사한 영업실적 증가효과를 거두었다.

    또 상인회 조직을 갖춘 시장이 41.3%로 상인회가 없는 시장 32.8%에 비해 약 10%가량 매출액 증가 응답 비율이 높았다.

    강동·송파지역은 영업제한 이전에는 일 매출액이 59만9천원이었으나 영업제한 실시 후 68만2천원으로 매출이 8만3천원 늘었다. 하지만 영업제한이 없어진 후에는 10만9천원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전통시장 매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여서 대형마트 영업제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대형마트들이 하루 쉬면 동네 골목상권에서 품목에 따라 10~30%의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도·소매 유통조합연합회 조중목 회장

    “의무휴업을 할 때는 ‘Sale Day’로 지정해 점포·상품 여건에 따라 상품판매가를 할인하고 경품 행사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 덕분에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풍납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

    이는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감안해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에 영업제한이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다만 소비패턴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대형마트 규제만으로 전통시장의 지속적인 매출증대를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자생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서울연구원측은 밝혔다.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아케이드 및 주차장 등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고객과 함께하는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시장 스스로도 상인마인드 제고, 상인회 활성화, 고객 감동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 등 마케팅 역량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시 차원에서도 전통시장의 역량 강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하향식 지원방식인 전통시장 개선 프로그램을 상향식 공모제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구원 김범식 책임연구원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했을 때만해도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대형마트가 쉴 때 특가판매 행사를 진행해 매출도 많이 올랐다. 매출도 매출 이지만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면 무엇보다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돼 시장을 살려낼 궁리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망원시장 조태섭 상인회장

    올 추석 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 추석엔 지난해 추석보다 전통시장 매출이 1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추석 기간에 대체적으로 지난해보다 1∼5% 정도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대목 직전 시장경영진흥원은 전통시장 36곳과 인근 대형마트 36곳을 대상으로 제수용품 23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19만3000원인 데 반해 대형마트는 25만 원에 육박해 23%의 차이를 보였다. 가격 경쟁력이 시장 활성화의 한 원인인 셈이다.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도 추석 시즌을 강타했다. 8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온누리상품권 총판매액은 2078억원을 기록, 지난해 추석 1028억원어치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이 대량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한 것도 큰 몫을 했다. 가격경쟁력과 온누리상품권 등 마케팅 활성화 노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까지 삼박자가 이루어진다면 전통시장 활성화는 길이 보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 서울시는 관련 조례를 개정, 11월부터 규제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10월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관련 조례를 개정해 공포했거나 공포를 앞둔 자치구는 강서·동작·종로·동대문·성동구 등 18곳이다. 용산·노원·광진구 등 나머지 7개 자치구에서는 조례 개정안이 의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대형마트와 SSM이 강서구의 조례 개정안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 전 자치구에서 의무휴업일 재개 등 대형마트 영업제한 정책을 재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