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이 의결됐다고 하여 야당과 일부 세력들이 용어도 한일군사협정이라고 못을 박으며 마치 대한민국의 국군과 일본의 자위대가 서로 짝짝쿵이라도 한 것처럼 벌써부터 난리법석입니다.

    군사협정에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이라든가 여러 가지 협정이 있는데,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협정은 그중에 군사비밀보호협정 단 한가지입니다.

    한일 양국간에 군사정보를 교환한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부자세습왕조를 세운 북한의 정세는 날로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래는 곧 한반도의 미래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기에, 조기경보기니 이지스함이니 인공위성이니 하는 첨단기술이 우리 보다 몇 단계 앞선 일본의 첨단기술에 의한 대북정보력과 우리가 우월한 인적자원에 의한 즉 휴민트에 의한 정보를 서로 교환해가며 북한 정세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24개국이나 유엔 기구와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일본군 자위대가 대한민국에 주둔을 하고 일본에 군사적으로 예속이 되며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한미일 삼각편대가 대판 큰 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허구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러시아와도 그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거짓선동으로 보이기에 충분합니다.

    일제식민지배를 받았던 것에 대한 반감과 독도 영유권 주장이라든가 식민지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는 것 등으로 인해 국민정서상 일본 하면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데 군사협정을 맺는다고 하니 그 내용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감을 가지는 국민들도 많이 있을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군수품과 서비스 등을 서로 지원하는 상호군수협정은 아니고 단지 상호간에 군사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상징적인 협정에 불과합니다. 군사정보 안줬다고 해서 법정에 세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근래 들어 급팽창하는 중국의 군사경제력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다툼이 기정사실로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은 낮은 자세로 납작 엎드려서 한발한발 조심스레 패권을 넘보고 있는데 미국도 이에 뒤질세라 헌신짝 취급하던 동남아를 재발견하고서는 친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 죽이며 치열하게 전쟁을 치루던 베트남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미군 주둔을 다시 허용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베트남에게서 이런 점은 높이 사며 배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제의 원수와도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어야 냉정한 세계질서의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 구쏘비에트연방이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결국에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쏘련이 미국에 대항하여 40여년간 치열하게 겨루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는데요, 그 대항마로 부상한 중국은 과연 어떨까요?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의 재편이란 글로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미국의 사무엘헌팅턴 교수가 예전에 일본을 방문하여 와세다 대학 등을 돌면서 강연을 했었는데, 그 요지는 중국의 부상을 예견하며 13억이 넘는 중국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되는 세대가 오면 전 세계의 모든 자원을 빨아먹는 블랙홀 불가사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본은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빨리 선택하여 살아남으라는 경고였었지요. 그 당시에만도 중국의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시절이었었으니 대다수 일본인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소리로 들었었는지 아니면 이미 결정을 해두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예전처럼 미국하고 한 축을 이루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부흥으로 급속하게 축적된 부를 앞세워 거칠 것 없이 두려움 없이 세계패권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중국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중국은 인류가 떠안고 있는 모든 종류의 문제를 한 나라에서 다 껴안고 있는 특이한 나라입니다. 자유에 대한 열망, 극심한 빈부간의 격차, 인종, 민족, 도농, 세대 간의 갈등이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습니다. 이를 무력으로 누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의 패권을 다툼하기 이전에 자기 스스로를 먼저 단속해야만 하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에서 평천하 바로 전단계인 치국이 무력을 휘둘러야만 유지가 되는 불안정한 상태이니 평천하는 아직 요원해 보일뿐입니다.

    미국산쇠고기에다가 실체도 없는 광우병이란 주홍글씨를 새겨넣으면서 수도서울을 몇 달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세력들에게는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이라는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부풀리기와 선동질이 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베트남은 어제의 원수에게도 손을 내밀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덩치는 커졌지만 아직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겨워하는 중국을 본향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좀 더 차분하게 대한민국의 장래와 현재의 국가이익을 함께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100년도 못사는 존재가 천년만년을 걱정하며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여겨서 근심걱정을 자초(自招)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일 뿐입니다.

    만주는 고구려의 옛 영토라고 하면서도 일본은 백제의 옛 영토라고 하지 못하는 패배의식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그날이 대한민국이 세계 인류가 되는 그날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