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노조의 정치파업, 민영화만이 답이다" 
     
      26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 열려 

    박주연 /빅뉴스
     
    국민의 시청권을 볼모로 한 MBC노조의 파업이 5개월을 훌쩍 넘긴 가운데 노조가 정치권을 끌어들이며 사태를 악화시키자 방송·언론계 인사들이 MBC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공영방송정상화국민행동’ 주최로 2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일보 CCMM홀에서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가 열린 것. 노조가 방송을 담보로 정치파업을 벌일 수 있는 배경에는 방만한 공영방송을 정치노조가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MBC 민영화, 방문진과 KBS 이사선임 방식의 개혁 등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다양한 발제와 토론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토론에 앞서 먼저 축사에 나선 제3노총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 정연수 위원장은 “몇 달 전부터 방송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는 데 개인적으로 분주해 그런지 파업을 하는 줄 전혀 몰랐다”면서 “그런데 요즘 방송을 보니 시골청년 이야기도 나오고 우리 국민의 삶이 많이 나오더라. 이제야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우리의 방송이 자체 내부의 갈등,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념·혁명운동이 끼어든 변질된 노동운동으로 바뀌면서 이런 노동운동이 과연 우리사회를 올바르게 만들어갈 수 있느냐는 회의가 있었다”면서 “상생과 협력 속에서 조합원들이 지역사회 발전, 사회발전, 기업발전에 기여하려 하려는 국민노총의 노동운동의 목표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미디어운동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재 전 의원은 “과거 MBC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고정패널을 맡는 등 MBC와 깊은 인연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2009년경 나 역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노벨 평화상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발언을 했다가 PD로부터 속된 말로 짤린 경험이 있다. 비교적 공정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출연정지를 당하고보니 MBC 프로그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MBC가 왕년의 MBC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 MBC공정방송노동조합 이상로 위원장 “MBC 불안전한 소유구조가 막강 노조 탄생 배경”

    축사에 이어 참석자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MBC공정방송노동조합 이상로 위원장은 부산대 조항제 교수의 논문에 근거해, MBC가 ‘노영(勞營)방송’이 된 근본적 이유는 MBC의 불안전한 소유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MBC에 확실한 소유주를 만들어줄 수 있는 민영화 방안만이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MBC는 불안전한 소유구조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문진, 지분 30%를 가진 정수장학회 등 그 누구도 경영권을 확실히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 따라서 MBC구성원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매체 흐름에 불안감을 느꼈고, 경영권을 가진 사람들이 힘이 없다는 현실적 고민에 봉착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노조가 가장 큰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실질적인 힘을 가진 경영권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게 MBC 문제의 핵심이다. 그 경영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어떤 소유구조로 가야하느냐,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민영화”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의견을 토대로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의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민영화는, 언론통폐합 이전 각각의 소유주가 따로 있었던 옛날 상태로 돌리자는 것”이라며 “MBC지방방송사가 각각의 주인을 받자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방송사에 선택의 여지가 생기고, SBS, MBC 지역방송사, 종편(크게 성장했을 때)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지역 방송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 문제는 본사 문제 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다들 MBC 민영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지역방송사를 민영화하면 법을 바꿀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법 8조에 공중파는 다른 공중파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MBC만큼은 예외로 있다. 이걸 지역으로 돌려주면 SBS와 똑같아진다. SBS방식의 민영화”라며 “지역방송 주식도 팔고, 동시에 서울MBC도 방문진과 정수장학회 지분을 팔면 법률을 바꿀 필요가 없다. 처분 뒤 막대한 이익이 생기면, 상당부분은 세금으로 가게 된다. 국민이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70%의 방송문화진흥회에 가는 이익은 원래 목적대로 소외계층, 사회적 사업 등에 쓰면 되고, 30%의 정수장학회는 돈을 받아 장학 사업에 쓰면 된다. 이렇게 되면 MBC 주식 매각에서 나오는 이익의 전부는 사회, 국민에게 환원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민영화는 지금이 적기다. 노조가 극렬히 저항하겠지만, 민영화를 외부가 아닌 MBC내부에서 추진할 수 있게끔 해주자”면서 “파업 중인 1천여명 노조원 중에서도 극렬 파업주동세력은 고작해야 1백여명에 불과하다. MBC직원들도 이제야말로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일에서 벗어나 새롭게 어떤 변화를 찾아야 되겠다는 변화에 대한 희망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진이 새로 구성되면 MBC내부에서 찬반투표를 거쳐 지방사와 본사가 동시에 민영화 추진한다면 확실한 경영권을 가진 주체가 나오게 되고, 노동조합이 회사를 흔들고 국가를 흔드는 일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방송은 서비스, 파워를 시청자에게 돌려줘야”

    이어 토론에 나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인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34년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방송을 주영역으로 삼았고, 방문진 이사를 3년간 하면서 MBC내부 사정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방문진 이사 구성이 여야 비율로 구성되는데, 국민이 보기에 이건 숫자게임이 아니라 정서게임이다. 국민 시청자가 어떻게 느끼느냐, 많은 국민 머릿속에 정서적으로 노영(勞營)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벗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MBC 문제에 대해선 이상로 위원장 의견에 공감한다. MBC내부에서 민주적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이 제대로 되려면 시청자 국민을 주인으로 모실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민영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주인, 고객을 왕으로 모시라는 것이다. 그런 방송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것, 그게 공영성·공공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영성 확보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장을 뽑는 문제 때문”이라고 언급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제도로는 안 된다. 국민시청자가 빠진 것”이라며 “사장을 전문방송인들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시청자를 대변할 수 있는 공적인 깨끗한 기관에 의해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방송을 권한, 파워로 보는 시각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방송은 서비스”라며 “공적인 서비스를 하는 기관인데 권력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서로 그 파워를 놓지 않으려는 게임이 된 것이다. 파워를 시청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 “노조의 김재철 퇴진, 방송독립 등 각종 주장 맞지 않아”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은 MBC노조 파업에 집중했다. 박 전 사장은 노조의 김재철 사장 낙하산 주장에 대해 “방송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중립이 요구되는데 김 사장은 사장공모 당시에 이미 MB와 절친하다는 것이 알려졌던 인물로, MBC 사장으로는 실격이지만, 김 사장 입성에 노조와 야권도 동의했기 때문에 노조측의 사퇴 요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재철 사장으로 인해 공정방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주관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사장은 특히 “노조가 만든 유익한 몇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해서 MBC 방송전체가 공정했고 공익적이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며 “MBC는 그간 헌법, 방송법, 방송윤리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씨 사례 등에서 보듯 공정방송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 사장은 방송독립에 대한 노조측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방송이 특정세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방송 독립의 주장은 맞지만, 문제는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이냐 역시 중요한 문제”라며 “부당한 정치압력과 금권의 압력과 함께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 즉 노조의 압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송은 여야 정당 간 정치적 대결의 장이기도 하지만, 남북 간 사상전쟁 혹은 문화전쟁의 싸움터”라며 “MBC를 비롯한 방송사 파업을 잘 이해하고 합당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선 방송이 대립하는 사상과 문화의 전장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 “MBC개혁은 방문진 전문성 확보가 중요”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는 차기 방문진, KBS 이사진 선임문제와 관련해 우파진영의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 변 대표는 지난 2011년 MBC사장 선임을 앞두고 MBC개혁 10대과제를 제시했지만 단 한 가지도 수행 못했던 방문진 이사들의 무능을 지적했다. 당시 변 대표는 다음과 같은 개혁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사장 취임 후 출근 시 방해자 처벌 ▲ 시청자위원회 정상화 ▲ 옴부즈만 프로그램 방영 ▲ 보수언론 뿐 아니라 한겨레, 오마이뉴스, 포털 등 집중 감시하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방영 ▲ KBS 등과 연대해 포털사의 뉴스서비스방식을 네이버식 뉴스캐스트제로 개혁 ▲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고액 외부출연자 퇴출 및 내부 인력양성 도모 ▲ MBC 콘텐츠의 불법유통 개혁 ▲ 여성 아나운서의 정치투쟁 도구화 저지 ▲ 종편사와 촬영장, 스튜디오, 미술센터 등 공동운영으로 경영개선

    변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의 MBC 개혁을 위해 방문진 이사들의 경영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MBC는 전문 방송회사로 방문진이 이런 회사의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전문방송의 경영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이해 엇이 ‘MBC는 친노종북 방송’이란 선언적 의미의 비판만 해온 인사들로는 개혁과제를 수행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로 방문진 이사 각자의 회사 부문에 걸맞는 전문성 확보를 꼽았고, 세 번째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방문진 이사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MBC 내부의 친노종북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개혁의 의지를 상실케 된다는 점 때문이다. 변 대표는 또 방문진 선임 이후에도 이사들의 활동 사항을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변 대표는 방문진과 KBS 이사진 선임과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방송개혁 연구소 등의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MBC와 전면전을 벌이며 싸운 쪽은 정권이 아니라 애국우파 진영이었다”면서 “방문진과 KBS 이사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인사로, 이번 인사만큼은 애국우파 진영에서 추천한 준비된 개혁 인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귀를 열어 주길 바란다. 제대로 하면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옥 수원대 신방과 명예교수, “방송 편파성에 섬뜩, 정작 할 일은 안하고 있어”

    토론자로 나선 김광옥 수원대 신방과 명예교수는 “몇 년 전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침 프로그램에서 버스전용노선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불편이 많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섬뜩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며 서두를 꺼냈다.

    김 교수는 “공정한 방송이 되려면, 버스전용선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는 걸 내놓고 버스기사의 얘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일방적으로 버스기사가 밥벌어먹기 힘들다는 식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몇 년 전 일인데도 그때 그 방송을 들으면서 ‘아, MBC는 이명박이 하는 건 무조건 때리는 방송이구나’ 하고 느꼈다”면서 “벌써 몇 년 전의 경험이었지만, 그 프로그램이 준 인식은 머리에 그대로 박혀 있다. 몇십년 방송을 가르친 입장인 나 역시 저런 건 불공정하다, 정치적인 방송이구나 하는 그럼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 KBS, MBC 사장 임명할 때 공청회하자, 사전에 민간단체검증하자 모두 맞는 얘기”라며 “자살과 교통사고로 일 년에 몇 만 명이 죽는다, 방송이 국민 건강, 복지, 이런 것등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이런 일엔 무관심하다. 방송이 정치적 물이 들어 나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 방문진 감사, “공영방송의 동네북 현실에 개탄스러워, 정치권 개입은 안 돼”

    부산MBC사장을 지낸 방송문화진흥회 김영 감사도 토론자로 MBC파업노조를 성토했다. 김 감사는 자신이 방문진 이사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왔음을 강조하면서도 노조의 행태를 맹비판했다. 그는 특히 “공영방송이 좌우파의 동네북, 축구공이 됐다”고 개탄했다.

    김 감사는 “파업 문제는 정치권이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게 돼 있다. 공정방송 부르짖는데 왜 정치인이 끼어드나? 왜 파업현장에 국회의원, 장관들이 와서 선동하나?”라고 반문한 뒤 “공정방송은 정치세력, 노동세력, 시민운동권력으로부터 독립이 보장되지 않고선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한민국 공영방송 현장은 방송기본원칙과 방송윤리가 무너지고 사라졌다는 걸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장시간에 걸친 세미나를 진행한 KBS공영방송노동조합의 황우섭 대외협력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권자는 시청자인 국민으로, 시청자 주권을 구현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거버넌스(governance)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위원장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공영방송 대표자들로 구성된 가칭 ‘공영방송 시청자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싶다”며 “총인구, 지역과 직능을 포함해 명실공히 국민의 대표성을 가진 ‘공영방송 시청자의회’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오래 지속돼온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