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생가 찾아 "경제발전에 큰 일" 치켜세워현대重 키워 준 朴더러 "독재자"라더니…
  • 정몽준 전 새누리당 전 대표는 18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큰 일을 많이 했다"고 치켜세웠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산업화'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비극을 준 분" 등 비난을 서슴없이 내뱉던 사람이 정 전 대표였다. 

    한 달 사이 말이 바뀌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의 '오락가락' 위선적 행보에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을 활용해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위원장에게 '충격'을 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자인 박 전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칼끝을 겨누어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 그는 당당했지만 대중은 그를 부끄러워했다

    출발은 '네거티브'였다. 사사건건 박 전 위원장의 행보를 물고 늘어졌다.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였지만 언론의 노출 빈도는 크게 높아졌다.

    정 전 대표의 '박근혜 네거티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비난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8일 <TV조선>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독재자, 군사독재, 유신이란 제체를 만들어 비극을 준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젊었을 때 만주 군관학교를 다녔고, 여순반란사건 이전에 남로당 비밀당원이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이 방송 말미에 자신의 마지막 목표로 당당히 '대통령'을 꼽았다. 현대가(家) 재벌 2세로서 한계를 묻자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조선, 자동차를 성공시킨 재벌"이라고 했다.

    그는 당당했지만 대중은 그를 부끄러워했다.

    정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성공이면에는 '박정희'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출발점은 박 전 대통령의 제 3차 경제개발 계획에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굵직한 사업마다 '보이는 손'이 작용할 만큼 정부가 힘을 보탰다. 산업화 지원의 가장 큰 수혜자로 이 회사가 꼽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특혜'을 입은 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승부수가 네거티브냐"는 쓴소리까지 나왔다.

    ◆ 영남에선 비판이 칭찬으로 '둔갑'

    정몽준 전 대표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특정 지역에선 칭찬으로 둔갑했다.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영남에서는 그를 추어올리기 바빴다. 한 달 전 자신의 언행은 잊은 듯 보였다.

    18일 구미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서로 힘을 합쳐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큰 일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나라이다. 많은 국민들이 존경하는 박 전 대통령 생가에 오게 돼 기쁘다."

    정 전 대표 측은 민생탐방으로 경북을 방문한 길에 자연스럽게 전직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 대선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경북 의성을 방문, 마늘수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대선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경북 의성을 방문, 마늘수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선 룰 개정을 주장하며 당 지도부와 연일 맞붙고 있는 만큼 박 전 위원장을 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지역기반이 없는 정 전 대표가 영남권 보수 표심을 얻기 위해 생가방문을 계획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정 전 대표는 이번 '위선적 행보'를 계기로 지도자적 자질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 짧은기간 동안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면서 발언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또 중심을 갖고 판단하기 보다는 순간적인 이득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정치인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의 생명은 '신뢰'인데 정 전 대표는 어디에서는 맹비난하고, 어디에서는 칭찬하기 바쁘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