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대 임명신 교수ⓒ
    ▲ 서울대 임명신 교수ⓒ
    태양보다 약 1천만배 무거운 '거대 블랙홀'이 별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역사상 처음 관찰됐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상됐던 현상이 관측을 통해 입증된 것으로,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국내 연구진도 참여해 데이터 제공과 분석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임명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초기우주천체연구단 5명, 전영범·성현일 박사 등 7명의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면서 갑자기 밝아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블랙홀은 중력이 매우 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를 말한다. 보통 질량이 매우 큰 행성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이 가운데서도 작게는 태양의 100만배, 크게는 태양의 수십억배 더 무거운 블랙홀을 말한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1천만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이론적으로 별이 은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블랙홀의 강한 중력 때문에 산산조각나고, 그 잔해가 빨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밝은 빛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2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Swift) 위성은 X선 관측을 통해 39억광년 떨어진 은하의 중심부가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 천체를 'Swift J1644+57'로 이름 지었다.

    이후 국내 연구진을 비롯한 6개국 58명의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천체를 집중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했다. 결국 'Swift J1644+57'의 밝기 변화를 관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블랙홀의 강한 중력 때문에 부스러진 별의 잔해가 블랙홀로 떨어질 때 강한 광선다발(고온 플라즈마 입자들의 분출)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석에 사용된 가시광선, 근적외선, X선, 감마선, 전파 등 5종류의 관측 자료 가운데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자료의 대부분은 국내 연구진이 제공했다.

    한국 연구진은 천문연구원의 보현산 천문대 1.8m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 1m 망원경, 미국 하와이 유커트(UKIRT) 4m 적외선 망원경,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 1.5m 망원경 등 5대의 망원경을 동원했다.

    특히 보현산 망원경에 설치한 근적외선 카메라가 포착한 자료는 'Swift J1644+57'의 실체를 분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임명신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된 현상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거대질량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며 "아울러 별 잔해가 블랙홀에 떨어질 때 강한 광선다발이 나온다는 것도 새로 밝혀낸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Nature)' 25일자에 실렸다.

    한편 임 교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은하 중심부에도 태양 질량의 460만배에 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만약 이 블랙홀에 별이 떨어져 강한 광선 다발이 나오고, 방향이 우연히 태양계를 향한다면 지구 상층대기가 증발해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 교수는 "정확한 확률 계산은 어렵지만, 대략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1천억분의 1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 ▲ 별이 거대질량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NASA 동영상 스틸 컷)ⓒ
    ▲ 별이 거대질량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NASA 동영상 스틸 컷)ⓒ
     
  • ▲ 우리나라 연구진이 포착한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과정ⓒ
    ▲ 우리나라 연구진이 포착한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