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다큐 '울지마 톤즈 그 후' 속에 숨은 MB정권 비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와 반값등록금 요구 외면하는 당국 비판하고, '공정사회' 외치는 MB정권 조롱

    강철군화


    KBS TV에서 지난 7월31일 방송했던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 그 후 - 선물'을 뒤늦게 시청했다.
     
     내전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남수단의 오지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가 실천한 사랑과 봉사의 삶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울지 마 톤즈'를 보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방송을 본 후에는 톤즈의 학생들을 돕는 수단어린이장학회에 이름을 올리고 매달 소액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TV에서 우연히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 그 후 - 선물'을 발견하자 기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시청했다.
     
     이번에는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남긴 사랑의 정신, 섬김의 리더십을 이어받아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는 다시 보아도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다큐 뒤에는 군데군데 복병이 숨어 있었다. 그건 이명박 정권을 비꼬고 비판하는 복병이었다.
     
     제작진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이태석 신부를 한껏 띄워올린 후,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외면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나 '반값등록금'요구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당국에 대한 비판을 은근슬쩍 얹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입을 빌려서는 그럴 자격도 없는 주제에 말로는 '공정'을 얘기하면서 행동은 다른 '권력의 이너서클'을 비꼬았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소위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결국 이 프로에서의 '현실비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다를 바 없게 되어 버렸다.
     
     이태석 신부 관련 다큐에까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을 슬그머니 구겨넣는 KBS제작진 다큐제작팀의 실력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마지막 장면 뒤에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시청료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자막이 떴다.
     참, 아이러니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도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다큐제작팀은 게릴라전 하듯이, 국민이 낸 시청료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를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여러번 인용한 적이 있지만, 1950년대 미국의 공산주의자 시나리오 작가 존 하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로서 여러분들은 공산주의 전부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쓰고 있는 모든 대본에 공산주의 원리가 5분간, 당 노선이 5분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
     비슷한 무렵 활동했던 좌파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는 “제 값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전투를, 일종의 문학 게릴라전(戰)을 감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태석 신부 관련 다큐에도 바로 그 '5분의 선전선동' '문학 게릴라전'이 숨어 있었다.
     
     야당과 좌익세력은 KBS를 두고 '정권의 방송장악'이라고 비난하곤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KBS는 MBC와는 제법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정권이 '장악'한 것은 이사진과 사장 등 상층부 뿐이다. KBS는 결코 '장악'되지 않았다.
     KBS 내의 '좌파코드' 소유자들은 지금 지하에 잠복하고 있을 뿐이다. 정권만 바뀌면 그들은 다시 송두율이나 윤이상 같은 자들을 비호하는 프로, 이승만과 건국세력을 친일파로 몰면서 화면 가득히 인공기를 휘날리는 '서울 1945'같은 드라마를 다시 만들어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