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와 MBC에서 희망의 싹이 돋다
     KBS공영노동조합과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의 출범
      
    변희재, pyein2@hanmail.net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황우섭)과 MBC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이상로)은 오는 7월1일 복수노조 출범과 함께 새 ‘언론노동조합연맹’을 창설하기로 결의했다. KBS와 MBC 내부에 이렇게 새로운 노조가 출범할 수 있는 것은 7월1일자로 복수노조가 법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노조 설립 이유를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특정 연맹노조가 언론계 노조활동을 100% 독점해온 불행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됩니다.

    이미 일부 언론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적인 견해를 거리낌 없이 표출해왔으며, 정치적 언론인들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노동조합 안에도 이들과 뜻을 달리하는 다수의 조합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존 노동조합이 조합가입대상을 독점해왔기 때문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노동조합에 몸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는 7월1일, 복수노조 출범과 함께 언론노동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맞는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서 7월1일, 복수노조 출범과 함께 많은 KBS 구성원들은 ‘KBS공영노동조합’에 MBC구성원들은 ‘MBC공정방송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KBS는 기존 노조 이외에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KBS지부가 ‘새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MBC는 민노총 노조 하나만이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KBS와 MBC에 새로운 노조가 설립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큰 의미를 지닌다.

    우파 공격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

    첫째, KBS와 MBC의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넘어 정치세력으로 활동하는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4.27 재보선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법적으로 노조의 정치참여는 가능하나,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는 사규로 구성원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일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들어 방송노조가 정치 권력화 되면서 사실상 이는 사문화됐다. KBS와 MBC의 노조원들은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인적 정치 신념을 밝히기도 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흐름 탓에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정파적 행위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새 ‘언론노동조합연맹’은 같은 노조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공영방송 언론인들에 제자리를 찾게 해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둘째, 공영방송 구성원들에 노조 가입에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준다. MBC의 경우 민노총 노조가 독점하다보니 노조의 정치적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 구성원도 어쩔 수 없이 노조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MBC노조는 최문순 노조위원장이 사장에까지 오르는 등 MBC 내에서 승진의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MBC 내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성향에 맞지도 않는 노조원으로 활동해야 했던 것이다. 이제 복수노조가 출범하면서 또 하나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됐다. 이로 인해 그간 사실상 침묵을 강요받았던 MBC 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이 표현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셋째, 이제부터 공영방송에서 진짜 ‘공영’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민노총 노조에서의 ‘공영’이란 오직 자신들의 정치세력을 위해 공영방송이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잘못된 ‘공영’관이 너무 오랫동안 방송사 구성원을 짓누르면서 우파진영을 맹공격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KBS 민노총 노조에서 자신들만의 편향된 역사관으로 백선엽 다큐멘터리와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매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황우섭 KBS공영노동조합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공영’을 정의한다.

    “KBS공영노동조합은 KBS가 정치적으로 독립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확실히 정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이고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시청자인 국민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모든 권력은 시청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제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켜, KBS 중흥의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KBS공영노동조합은 ‘공영(public)’ 정신을 존중합니다. ‘공영’은 크게 ‘공정’과 ‘공익’적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KBS 공적책무의 두 가지 지향점입니다. 최고의 선택을 위해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진정한 공영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여 확실한 공영방송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공영방송이 정치세력에 요동치는 현실을 개탄하는 ‘말없는 다수’

    물론 ‘공영성’을 실질적인 개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어떤 방향으로 제작하는 것이 공영방송으로서 적합한가에서부터 공영방송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은 민영방송사의 그것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등 구체적인 주제는 한도 끝도 없다. 문제는 지금껏 민노총 노조가 공영방송 구성원을 독점하면서 이러한 논의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민노총 노조의 정치적 입장이 그대로 ‘공영’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새 ‘공영노동조합’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실제로 MBC공정방송노조는 2007년 창립했지만 지난 4년 간 기존 민노총 노조의 집중 견제와 사측의 무관심으로 인해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이제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해도 이러한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KBS의 경우는 3번째 노조이므로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새 노조가 진정으로 올바른 공영방송의 길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기반을 만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현재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는 공영방송사 구성원들 중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이 정치세력에 요동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새 노조와 함께 할 세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세력이 현실에 치어 ‘말없는 다수’로 잠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계기만 마련돼도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는 일이다.

    주간 미디어워치는 이들 새 ‘공영노동조합’이 척박한 언론환경에서 희망의 새싹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이들의 올바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할 것을 약속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