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테크노마트가 건물 흔들림 현상으로 5일 오후 2시부로 최소 3일간의 퇴거명령 조치가 취해졌다. 이에 따라 건물내 사람들이 속속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청은 5일 오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5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테크노마트(지상 39층짜리) 건물에 대해 3일간 입주자 일시 퇴거 명령을 내리고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이날 테크노마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1차로 3일간의 퇴거명령을 내려 정밀 안전진단을 한 뒤 필요하면 퇴거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 같은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강제로 퇴거시키겠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 퇴거명령 조치는 이번에 흔들린 사무동(프라임센터) 뿐 아니라 전자제품 상가와 영화관 등이 있는 판매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무동과 판매동은 연결돼있다.

    오후 2시50분 현재 경찰 수십명이 건물의 모든 출입구를 에워싼 채 입주민과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등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광진구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소방·경찰과 합동으로 회의를 열어 퇴거 범위와 점검 방법 등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출동 당시엔 진동이 멈춘 상황이었고, 외관상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해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청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6개월마다 한 번씩 안전점검을 받고 있으며, 지난 3월 안전진단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테크노마트에서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건물이 상하로 흔들리는 느낌을 입주자·방문객 등이 감지해 소방 당국에 신고했으며,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건물 안에 있던 시민 500여명을 대피시켰다.

    테크노마트 22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이지수씨는 “건물이 옆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흔들렸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흔들림이 컸다”고 말했다. 진동은 약 10분간 지속하다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테크노마트 건물 관리담당자는 경찰에 “지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 지역에서 지진이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건물 재사용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크노마트 일부 층의 보(梁·각 층의 천장이자 위층의 바닥을 이루는 부분) 구조물 접합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최근의 폭우와 한강변에 자리 잡은 해당 건물의 입지 등을 감안하면 지반 침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건물이 실제 상하로 흔들렸다면 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며, 지반 침하에 따른 진동은 좌우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하진동’이란 진술이 건물내 사람들이 느낀 것을 말한 것이고,  실제로 좌우진동이라도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상하진동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광진구청은 테크노마트가 한강변 뻘 지대 인근 연약지반에 자리잡고 있어 지반 침하의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워 정밀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지반 침하로 건물 진동이 발생했다면, 확실한 보강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건물 재사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반 침하보다는 건물 내부 문제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고층 건물에서 상하 진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으로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꼽았다.

    홍 교수는 우선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초구조물이나 수직부재가 별안간 파손됐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분석했다.

    수직으로 힘을 떠받치는 기둥이 부러졌거나 기초구조가 파괴됐을 때 상하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그러나 "설계 당시 안전률을 높게 하기 때문에 임의적인 시설물의 구조변경이 있지 않고서는 이러한 손상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가능성으로는 주변의 진동에 따른 공명현상이다. 일대에서 발파 공사가 있었을 경우 건물이 이에 반응해 같이 진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나 그 가능성은 극히 적다.

    세번째로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바닥을 구성하는 수평 슬래브가 부분적으로 진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는 진동이 일부 층에서만 발생했을 때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홍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원인을 제대로 가늠해보기 어렵다"며 "정밀조사를 한다니 그 결과를 보면 더 자세한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는 프라임그룹 산하 ㈜프라임개발이 1998년 지은 지하 6층, 지상 39층 규모의 건물로 전체면적은 26만㎡에 달한다.

    2천500여개의 전자제품 매장과 패션 매장, 멀티플렉스 극장을 한 곳에 모은 복합 쇼핑몰로, 테크노마트의 성공 이후 비슷한 방식의 복합 쇼핑몰 개발이 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11층 높이의 종합 쇼핑몰 테크노마트에는 할인마트와 가전제품관, 생활명품관, 멀티플렉스 극장 등이 있다.

    이번에 사람들이 대피한 39층 높이의 프라임 센터는 오피스 용도로 사용되며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와 프라임그룹 계열사, 게임종합지원센터, 벤처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