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가득한 인터넷… 훈훈한 감동 전해
  • ▲ 인터넷 기사 아래 댓글로 시를 쓰는 댓글 시인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다.ⓒ제페토님 댓글 목록(다음) 캡처
    ▲ 인터넷 기사 아래 댓글로 시를 쓰는 댓글 시인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다.ⓒ제페토님 댓글 목록(다음) 캡처

    인터넷 기사 아래 댓글로 '시'를 쓰는 '댓글 시인'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댓글시인의 주옥같은 댓글을 보라"는 소개글이 게재됐다.

    댓글 시인은 '제페토'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기사에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해 댓글을 달았다.

    그는 '비극 멈춰야지'라는 댓글시를 시작으로 지난 26일까지 20여편의 시를 남겼다.

    가장 최근 댓글시는 지난 26일 '영국에서 입맞춤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웃집에 총기를 난사한 90대 할머니' 기사에 달린 댓글로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는 짧막한 시를 남겨 눈길을 끈다.

    또, 서울 동물원의 로랜드 고릴라 '고리롱'이 숨졌을 때, 폭설 속에서 3일 만에 구출한 한우, 무명 영화작가의 쓸쓸한 죽음 등에 대한 기사에도 담백한 댓글시을 달아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맨날 악플만 있던 댓글에 이런 훈훈한 시가 있다니!", "감동적인 댓글 앞으로도 계속 부탁한다", "댓글시인 새로운 문학장르 개척했다" 등의 또 다른 댓글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댓글 시인이 남긴 댓글시의 일부다. (출처:제페토님 댓글 목록 http://yozm.daum.net/gepetto777)

    90대 할머니, 키스 왜 안해줘 '총기 난사'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서울동물원 최고몸값 고릴라 '고리롱' 숨 거둬  
    고향 떠나온지 반백년
    시멘트 독에 절단된 발가락
    휘청이는 몸으로
    사랑도 힘에 부치어
    자식 하나 남김 없음이 서러운데
    본전 생각에 박제라니
    하지 말아라
    그만하면 됐다
    아프게 가죽 벗겨
    목마르게 말리지 말아라
    먼지 앉고 곰팡이 필
    구경거리로 세워놓고
    애도니, 넋이니
    그거 말장난이다
    사라 바트만처럼
    사무치게 그리웠을
    아프리카
    흙으로
    폭설 속에서 3일 만에 구출한 한우 댓글보기 
    생명
    팔리지 말아라
    등록금으로
    대출 이자로
    보일러 기름으로
    아주머니 수술비로

    눈 녹고
    오일장 열리거든
    워낭 하나
    소리 하나
    기맥힌 놈 목에 달고
    오래 살자
    살아 보자
    “남는 밥좀 주오” 글 남기고무명 영화작가 쓸쓸한 죽음  
    공복의 속쓰림에
    밤새 지새웠을 너의 새벽이 눈에 선하다
    깜박거리며 점멸하는 목숨을 느끼며
    깡마른 손으로 썼을
    가장 힘들었을 대사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너를 알았다면
    한창 맛있게 익어가는 김치
    뜨거운 쌀밥 나누었을텐데
    끝내 너의 삶
    해피엔딩은 아니었나보다
    부디 에필로그는
    시네마 천국에서
    웃는 얼굴로
    천천히 페이드 아웃 되기를

    모피옷 즐겨 입는 월드스타 궁리 PETA서 "동물의 적" 맹비난

    산채로
    가죽 벗기우는
    극한의 고통
    피 뚝뚝 떨구는 생살로
    아무렇게 던져졌다
    그대로 절명 하길 바랬건만
    생명은 고약스레 질겨
    고개 세워 바라본 새빨간 알몸에선
    삶아낸 고기마냥
    모락모락 김이 올랐다
    믿기지 않는 지옥의 광경
    믿지 않을 수 없는 또렷한 통증
    가망 없는 현실은 공포보다는
    당황스러움인데

    산채로
    가죽 벗겨져본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너희는
    고급 모피네 어쩌네
    한시간쯤 전화로 호들갑을 떨다가
    기어코 거리로 나서게 될것인데
    만약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나 펄럭이거든
    산채로 가죽 벗겨지던
    소름 끼친 기억 문득 떠올라
    몸서리 친 것이거니
    증오 때문이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