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활고 무슬림, ‘신정국가’ 선택 가능성 있어北과 중동사태의 공통점은 ‘독재’와 ‘생활고’ 밖에 없어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에너지 안보 정책의 제고
  • 격화되는 리비아 사태와 인근 중동 국가들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 국내서도 간만에 신난 이들이 있다. 바로 ‘486 정치꾼’들이다. 이들은 중동 반정부 시위를 ‘민주화시위’라며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이들은 강대국들이 왜 중동 반정부 시위를 우려하는지는 놓치고 있다.

    중동 반정부 시위, 민주화와 신정국가 건설 사이서 오락가락

    일명 ‘재스민 시위’라고 불리며 수십 년 독재정권을 끝장 낸 이집트와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 이를 본 서방세계는 처음에는 ‘민주화 시위’라 판단했다. 하지만 민주화 세력과 신정(神政)국가 신봉세력 사이의 갈등을 보며 긴장하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1920년대 후반에 결성된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 형제단’이 정치단체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은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려는 단체다. 그렇게 되면 ‘탈레반 시절의 아프간’까지는 아니라도 서방국가들을 ‘적’으로 삼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서방 문명이 자신들을 ‘타락’시키는 ‘악마의 대리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경우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뒤 과도정부를 이끌던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 등 여러 명의 각료들이 시위대의 요구로 자리를 떠났다. 이 와중에 시위대는 튀니지 舊정권이 불법단체로 지정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엔나다’의 합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예맨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극렬해지고 있다. 예맨에서는 군인 2명이 숨지고 시위대 7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 나라들에서 반정부 시위의 명분은 ‘왕정 대신 직선제’ ‘민주주의 쟁취’이지만 그 주체를 찾아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화 세력’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예맨의 경우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남부운동’이 나서고 있고, 바레인에서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7개 야당연합이 반정부 시위의 핵심에 있다. 요르단에서는 이슬람 해방전선과 무슬림 형제단이 반정부 시위를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 시위 배후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국가’를 바라는 단체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이들이 개헌과 직선제를 원하는 건 직선제를 할 경우 생활고 때문에 왕정이나 독재정권이 실망한 국민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실제 이란도 1979년 혁명으로 왕정을 폐지한 후 국민 선거로 신정 국가가 됐다).

    北, 중동과 다른 이유

    한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움직임을 본 서방 국가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잇따라 세워질 경우 거대한 ‘자원 전쟁’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중동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유럽은 석유 수급 문제로 중동이나 이들과 친한 중국 등에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서구식 민주화’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고,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강습상륙함 등을 리비아 인근에 파견했다. EU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내세워 UN이 허락하면 리비아 사태에 무력개입 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이런 사정은 모르는지 국내 정치권, 그 중에서도 ‘486세대 정치인’과 좌파 단체, 일부 언론들은 중동 반정부 시위를 ‘민주화의 물결’이라며 괜스레 좋아라 한다. 일부 좌파단체는 ‘중동 반정부 시위’를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그들과 ‘서방 제국주의 타도를 위해 연대하자’고 떠든다. 우파들 또한 중동 반정부 시위가 북한으로 이어질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상상은, 안타깝지만 ‘착각’이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중동과 북한의 공통점은 ‘배고픔’과 ‘빈부격차’ 뿐이다. 또한 중동은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과 거주지 이전의 자유가 있었다. 반면 북한에는 그런 자유가 없다. 또한 중동의 반정부 시위는 왕정과 독재정권을 타도한 후 ‘이슬람 신정정치’든 뭐든 내세울 목표가 있다. 반면 북한은 60년 넘게 ‘김일성 신정 국가’로 통치되어 왔기 때문에 ‘대체세력’도, 이렇다 할 목표도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에서 중동과 같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중동 민주화’ 아니라 ‘에너지 안보’

    즉 ‘486정치권’을 포함, 우리나라는 지금 중동 반정부 시위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바이산 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었다. 서방 강대국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대로 가면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그때는 지난 28일 정부가 발표한 ‘경보’는 ‘장난’이 될 것이다. ‘486정치권’과 좌파단체들에게는 중동 반정부 시위가 ‘아름다운 일’일지 몰라도 우리나라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에너지 안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중동에 쏠린 석유수입처를 다각화하겠다고 발표해 왔다. 하지만 중동산 두바이유가 우리나라 전체 석유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기준으로 81.8%에 달한다. 정유업체 등이 단지 원가절감만 생각하고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던 결과다.

    에너지 절약 정책도 문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8일 대형건물과 공공부문에게 절전조치를 명령했다. 조만간 ‘전기요금 현실화’도 들고 나올 태세다. 하지만 이런 것 모두가 정치권과 관료들의 착각이다. 민간 분야에서 아무리 절전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도 우리나라 전체의 전력 소비 중 70% 이상을 산업계가 소비하고, 기름도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산업계의 에너지 효율 강제화가 없으면 국민들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헛수고다.

    여기다 장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새로운 전력망, 동력계통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력히 추진했다면, 자신들의 이윤 때문에 대체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미온적이던 공기업, 대기업들의 ‘손목을 비틀어서라도’ 추진했다면 지금과 같은 걱정은 조금 덜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더 큰 문제가 닥치지 전에 정부와 산업계가 나섰으면 한다.